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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사회적 대화
▲ 이은호 미디어홍보본부 실장

금요일 저녁 8시. 서울 여의도백화점 식당 대부분은 밖의 어둠보다 더 컴컴하게 문이 닫혀 있다. 방금 식사를 마치고 나온 식당도 곧 문닫을 준비를 한다.

안동에서 커피점을 하고 있는 선배와 통화했다. 한 달 동안 문을 닫았던 그는 얼마 전 ‘먹고살기 위해’ 다시 셔터를 올렸다. “테이크아웃 손님만 받는데 한 달 동안 문을 닫았더니 그마저도 없다”는 것이 그의 하소연이다. 정부가 내놓은 자영업 지원에 대해서도 큰 신뢰를 가지지 못한다고 덧붙인다.

정부는 앞으로 2주간 다중이용시설 운영 중단과 국민 외출 자제를 권고했다.

“과거 경제위기와 양상이 다르기 때문에 전례 없는 대책이 필요하다.” 청와대 원탁회의(지난 18일)에서 대통령이 한 발언이다.

코로나19는 외환위기·금융위기보다 더 직접적으로 서비스업에 타격을 주고 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60%를 넘는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대부분은 자영업자·비정규직 등 사회 약자다.

무엇보다 코로나19가 과거의 위기와 다른 점은 ‘예측의 불확실성’에 있다.

“수많은 위기를 봤지만, 이번 위기가 가장 두렵다. 다음주가 무섭다.”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이 SNS에 남긴 말이다. 그가 느낀 두려움의 이유 중 하나는 ‘불확실성’ 때문이 아닐까.

불확실성의 위기에 대응하는 정부 정책만큼은 국민에게 ‘확실’하게 ‘신뢰’를 줘야 한다. 사회적 대화를 통한 대타협은 위기 상황에서 ‘확실한 신뢰’의 수단이 될 수 있다.

지난 6일 노사정은 코로나19와 관련한 노사정 합의 선언을 했다. ‘선언’은 위기를 넘어서기 위한 각 주체들의 의지를 보여주고 계기를 마련했지만 구체적인 변화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청와대 원탁회의에서 대통령은 양대 노총 위원장에게 비상경제회의 참여를 권했고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다.

비상경제회의가 어떻게 운영될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단순히 보고를 받고 의견을 전달하는 자리라면 ‘참석’ 외에 큰 의미가 없다.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대해 민주노총이 가지고 있는 거부감이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 그들을 설득할 수 없다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원 포인트로 하는 사회적 대화기구를 운영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회적 대타협 방향은 이 정부가 누누이 얘기했던 “사람이 먼저”이며 그 가운데 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취약계층이어야 한다.

사회적 대화의 테이블에 오르는 내용은 구체적이어야 한다. 예컨대 두 달 뒤부터 본격화할 올해 최저임금 논의와 관련해서 자영업과 저임금 노동자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풀 수도 있다.

구체적이되 실질적이어야 한다. 법인세 인하 같은 코로나19 피해와 관계가 먼 얘기를 꺼내는 것은 대화를 거부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실질적이면서도 장기적인 관점이 있어야 한다. 위기극복을 위한 대증치료를 넘어 체질개선으로까지 나아가야 한다. 어떠한 위기상황 속에서도 국가가 책임질 수 있는 공공의료를 포함한 촘촘한 사회안전망 확충도 논의돼야 한다.

“정책적 상상력에 어떤 제한도 두지 말고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하라.”(문재인 대통령. 2월2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과거의 경험을 통해 사회적 대화가 가지고 온 결과가 노동자·서민들에게 결코 도움이 되지 않았음을 알고 있다. 하지만 과거의 경험이 현재를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이마저도 뛰어넘는 것이 위기의 어둠을 밝히는 상상의 힘이며, 스스로 ‘경제주체’라 자처하는 이들의 책임감이 아닐까.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길을 마스크 없이 걸을 그날, 우리 사회가 한 뼘 더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한국노총 미디어홍보본부 실장 (labornews@hanmail.net)

이은호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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