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코로나19 선별진료실로 들어가고 있다..<정기훈 기자>

지난 1월20일 국내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지 두 달이 지났다.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전담병원과 민간중소병원 등 병원 곳곳에서 일하는 의료진·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은 어떨까.

22일 <매일노동뉴스>가 전국 각급 병원에서 일하는 의료진·노동자들을 인터뷰했다. 노동자들은 각각 감염 우려, 보호 장비·인력 부족, 위험근무수당 부재 문제, 병원 경영난으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대구지역 병원 노동자들은 “장기간 코로나19에 대응하다 보니 지쳐 가고 있다”고 전했다. 안전에 신경을 쓰고 있긴 하지만 감염에 대한 공포감이 따라다니고, 의료진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했다. 대구시는 22일 기준 누적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다. 대구지역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대폭 감소했다가 최근 또다시 요양병원에서 집단감염자가 발생해 우려를 낳고 있다.

대구지역 의료진들 “의료진 사투 길어질 듯”

계명대 대구동산의료원에서 의료지원 활동을 하고 있는 안수경 보건의료노조 국립중앙의료원지부장은 “의료진이 부족해 중환자가 아닌 일반 확진자의 경우 두세 명의 의료진이 40~50명을 보고 있다”며 “코로나19가 아닌 일반 환자를 볼 때도 한 명이 이렇게 많은 수의 환자를 보지는 않는다”고 증언했다.

전신이 차단된 레벨D 방호복을 입고 일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의료진은 쉽게 지칠 수밖에 없다. 한 간호사는 방호복을 “한증막같이 덥고 답답하다”고 표현했다. “활동도 원활하지 않고 기운이 쭉 빠진다”는 말이 뒤이었다. 김진경 노조 영남대의료원지부장은 “방호복을 입고 두 시간 정도 일하면 속옷까지 다 젖는다”며 “고글과 보호구를 착용하고 있으면 머리가 굉장히 압박돼 두통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전했다. 노동자들은 음압실 의료진 보호장비가 앞으로 부족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간호를 하지만 위험수당은 받지 못한다고 한다. 파견지원을 한 의료진들에게는 정부나 지방자체단체에서 위험근무수당 등을 지원하는 반면, 기존에 일하던 곳이 코로나19 전담병원이 된 경우 위험근무수당에 대한 지원이 없다는 것이다. 김진경 지부장은 “의료진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은 감염될 수 있다는 공포”라며 “그런 공포까지 감수하면서까지 일하는 것에 대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구지역 음압실 의료진들은 사태가 계속되는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한다. 김진경 지부장은 “또다시 감염이 확산되고 있어 어려움이 많다”며 “확산세가 완전히 꺾이기까지는 몇 달이 걸릴 것 같고, 설령 병원 밖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이 줄어들고 있다고 해도 병원 노동자들은 앞으로 더 긴 시간 동안 확진자 치료를 위해 코로나19와 싸워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 지난 20일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서울 서남병원애서 한 직원이 선별진료소에서 무전기를 사용하고 있다.<정기훈 기자>

비정규직 “마스크 지급 못 받기도”

병원 내 음압실을 제외한 다른 장소에서 일하는 의료진과 노동자들에겐 마스크 부족이 화두였다. 정규직에게는 지급되는 마스크가 용역업체 소속 노동자들에게는 지급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전남대병원의 경우가 그랬다. 전남대병원에서 설비업무를 하는 용역노동자 A씨는 “병원 정규직 노동자들에겐 마스크가 지급되는데 용역업체 소속인 청소나 시설 관련 노동자들에겐 마스크를 주지 않아서 개인이 사서 쓴다”며 “식당용역 노동자 중에도 일부는 일주일에 한두 개씩이라도 마스크를 지급받지만 그렇지 못한 노동자들도 있다”고 말했다. 노조 전남대병원지부 관계자는 “병원에서는 용역업체에서 받으라고 하지만 용역업체가 주지 않다 보니 지급이 안 되고 있는 것”이라며 “용역노동자들은 개인이 사거나 의료진들에게 얻어서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화의료원 청소용역 노동자 B씨도 “처음에는 마스크를 지급받았는데 좀 지나니까 마스크가 부족하다고 의료진들에게만 지급했다”며 “의료진들에게 마스크를 하나씩 얻어서 이틀씩 쓰곤 했는데, 이후 노조가 요구해서 업체는 면 마스크를 두 개 지급하고 병원은 일회용 마스크를 1주일에 두 개씩 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병원 정규직·의료진들도 마스크가 넉넉한 상황은 아니다.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의 경우 음압병실이 아닌 곳에서 일하는 의료진에게 마스크가 불규칙적으로 지급되고 있다. 조성두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지부장은 “마스크를 3개 받았는데 하루 동안 쓰는 것이 아니라 다음에 또 마스크가 나올 때까지 써야 하는 것”이라며 “병원도 마스크가 부족해서 수급될 때마다 불규칙적으로 나눠 주다 보니 마스크를 언제까지 써야 하는지 헷갈릴 때가 있다”고 말했다.
 

▲ 보건의료노조

“코로나19 전담병원 지정된 뒤 다른 업무 투입”

코로나19 확진자 치료만 전담하는 병원은 전담병원 지정 뒤 일부 노동자들의 업무가 없어졌다. 해당 직원들은 다른 업무를 대체하기도 했다. 조성두 지부장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이 전담병원이 된 뒤 치위생사·물리치료사 등은 본업을 할 수 없게 돼서 청소나 병실 소독·복도 청소·물품 포장 같은 일을 했다”며 “강제로 무급휴가를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인데 본업은 아니지만 그렇게라도 일할 수 있는 것을 다행이라고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서남병원 관계자도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뒤 재활의학과를 비롯한 일부 분야 직원들은 본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시설 정비나 환자이송 같은 업무에 투입되고, 기존 청소나 환자이송 업무를 했던 용역업체 노동자들은 또 다른 일에 투입되거나 일부는 휴직하거나 일을 그만뒀다”고 말했다.

민간 중소병원 노동자 중에는 코로나19 여파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 경영난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경기도 한 민간병원 노동자는 “저희 병원 선별진료소를 다녀간 가족이 확진자로 판정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입원 환자가 절반으로 줄었다”며 “병원측이 무급휴가와 연차휴가를 권고하고 있고, 구조조정 이야기도 조금씩 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또 다른 민간 중소병원 노동자도 “지난달 확진자로 밝혀진 사람의 동선에 우리 병원이 포함됐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 방문 환자가 뚝 끊겼다”며 “병원이 특별히 말하진 않지만 임금이 4분의 1정도로 깎일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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