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노동뉴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CJ대한통운 대리점과 위탁계약을 맺고 일하는 CJ대한통운 택배기사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노동자라는 판결에도 노조의 교섭요구에 응한 대리점이 140여곳 중 10여곳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1월 서울행정법원(3부·12부·14부)은 CJ대한통운 대리점이 2018년 택배연대노조 교섭요구에 응하라고 판결했다.

택배연대노조는 22일 CJ대한통운과 전국 140여개 위탁대리점·대리점연합회에 최근 2020년 임금·단체협상 교섭요구 공문을 보냈지만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한 대리점이 두 곳뿐이라고 밝혔다. 노조 교섭요구 이전에 교섭요구 확정 통지문을 보낸 대리점을 포함해도 10여곳에 불과하다.

“코로나19로 교섭 어렵다” … 노조 “핑계”

노조법 시행령 14조3(노동조합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에 따르면 사용자는 노조의 교섭요구를 받은 날부터 7일간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해야 한다. 그런데 CJ대한통운 대리점들은 다양한 이유를 들어 교섭요구 사실 공고를 미루고 있다.

대구·경북지역의 대리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유를 들었다. 대구지역 A대리점은 교섭요구에 “코로나19가 안정되는 시점까지 단체교섭 절차 진행을 잠정적으로 연기할 것을 요청하니 협조해 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노조에 보냈다. “대리점연합회와 CJ대한통운(원청)과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를 대는 곳도 있다고 한다.

노조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교섭을 하기 어렵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며 “교섭요구 사실 공고문을 부착하고 교섭대표노조 선정까지 완료된 뒤 노사협의를 해서 교섭 일정을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행법은 세 차례에 걸쳐 택배노동자를 노조법상 노동자로 봤다. 28개 대리점이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 판결(서울행법 13부)도 조만간 이뤄질 전망이다. 선고공판은 애초 3월12일로 예정돼 있었지만 코로나19로 미뤄진 상태다.

“교섭 응하지 않으면 법적 절차 돌입”

노조는 “몇몇 대리점의 교섭대표노조 확정공고는 성실교섭을 하기 위해서라기보다 노조 투쟁을 무력화하기 위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노조의 교섭요구를 수용한 대리점 대부분은 조합원들이 토요일에 일하지 않는 주 5일 출근을 하는 곳이다. 실제 한 대리점은 교섭을 할 테니 주 5일 출근투쟁을 멈추라는 공문을 노조에 보내기도 했다. 해당 공문에는 “당 집배점은 교섭요구 사실 공고를 통해 향후 성실한 교섭을 하고자 한다”며 “귀 조합에서도 그간 교섭이 이뤄지지 못한 상황에서 이뤄진 각종 집단행위를 중단해 원만한 교섭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노조 관계자는 “주 5일 투쟁은 최소한의 휴일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했고, 이미 현장에서는 관행으로 자리 잡은 상태”라며 “쟁의권 행사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교섭과는 별개라는 의미다.

이 관계자는 “원청은 물론 대리점 전반이 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다”며 “사업장에 시정을 요구하는 공문을 재차 보냈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법적 절차에 돌입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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