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비정규직을 보호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고용노동부가 무시하고 있다며 이행을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17일 오전 서울 정동 15층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 권고에 수용률 0% 입장을 보인 노동부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지난해 10월 ‘간접고용 노동자 노동인권 증진을 위한 제도개선 권고’를 발표했다.

노동부에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도급이 금지되는 유해·위험작업 범위 확대 △원·하청 통합관리 제도 적용범위 확대 △생명·안전업무 구체화 및 외주화가 제한되는 업무 기준 마련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조 개정을 통한 사용자 개념 확대를 주문했다. 노동부는 올해 1월29일 인권위에 답변서를 보냈다.

노동부는 도급금지 범위 확대에 대해 “개정법 운용상황을 보면서 확대 여부를 검토”라고 답했다. 노조법 2조 개정 권고에도 “중장기 검토”라는 의견을 보였다. 인권위는 이달 11일 보도자료를 내고 “위험의 외주화로 하청노동자의 생명·안전은 매일 매순간 여전히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노동부 중장기 검토 회신은 실질적으로 ‘불수용’ 의견”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인권위 권고는 단순한 권고사항이 아니라 일터에서의 죽음을 지금 당장 멈춰야 한다는 사회적 경고”라며 “이러한 현실과 권고 취지를 외면한 채 탁상공론 수준의 답변으로 일관한 노동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정혜경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인권위 권고에 대한 노동부의 답변이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면 더는 일하다 죽어 나가는 하청 비정규 노동자들이 없어야 한다”며 “노동부는 인권위 권고에 대한 책임 있는 답변을 다시 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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