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영신 변호사(원곡 법률사무소)

최근 직장내 괴롭힘을 당한 근로자를 대리해 사건을 진행하다 생긴 일이다. 고용노동부 관할 고용노동지청의 담당 근로감독관에게 연락이 왔다. 결론적으로는 사용자와 합의해 보라는 취지였지만, 그 대화 내용에서 충격적인 말을 듣게 됐다.

“직장내 괴롭힘 조항 자체가 현실적인 실효성이 없잖아요. 검찰에 넘길 수 있는 건도 아니고. 법 자체가 실효성이 크게 없거든요. 괴롭힘 사건을 처리하게 되면 보통 ‘법이 이거 밖에 안 되냐’고 말하는 분들이 많아요”라는 얘기였다.

근로기준법 76조의2와 같은 법 76조의3에서 규정하고 있는 직장내 괴롭힘 금지 조항을 살펴보면 직장내 괴롭힘은 원칙적으로 금지되며, 괴롭힘이 있는 경우 누구나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고, 신고를 받은 사용자는 지체 없이 그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또 조사기간 동안 피해근로자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하고, 조사 결과에 따라 피해근로자와 가해근로자에 대한 조치를 해야 하며, 괴롭힘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

그중 ‘불리한 처우’에 대한 근기법 76조의3 6항에 대해서만 벌칙조항이 있고, 나머지 조항과 관련해서는 벌칙조항이 없다.

벌칙조항이 있는 ‘불리한 처우’에 대한 부분은 사용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리한 처우의 결과 피해근로자가 입게 될 부당함을 구제하고자 하는 입법자의 의지인 것인데, 벌칙조항이 없는 경우라 하더라도 근기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이상 근로감독관은 그에 대해 조사 후 직장내 괴롭힘이 존재한다고 인정되는 경우 사용자에게 시정요구 등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근로감독관처럼 여전히 많은 근로감독관이 이 조항에 따른 시정조치를 하는 데에 소극적이다. 스스로 법의 실효성이 없다는 말을 한다. 그 법에 따라 자신의 권한에 따른 조사를 해야 할 의무가 있는 직위에 있는 자가 이렇게 말할 정도이니, 일반 시민이 느끼는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의 실효성은 말해 뭐하랴.

근기법이 개정된 이후 노동부는 대대적인 홍보를 했고, 드디어 직장내 괴롭힘에 시달리던 근로자들이 괴롭힘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가 형성됐다. 그런데 직장인의 70%가 여전히 직장내 괴롭힘을 당하고 있고, 괴롭힘이 해결될 길은 요원하다.

법 규정의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자신의 권한에 따라 적극적인 문제 해결을 꾀하는 근로감독관이 많다면 법의 부족함을 일부라도 채워 나갈 수 있다. 반대로 그런 의지가 없는 근로감독관들이 많다면 피해근로자의 권리구제가 되지 않음은 물론, 결론적으로 사용자의 이익으로 수렴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직장내 괴롭힘 금지 규정들은 사용자를 향해 제대로 된 근로자 보호를 하라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진정인들의 입에서 ‘법이 이것 밖에 안 되냐’는 말이 나오기 전에 근기법 규정에 따라 자신의 권한으로 상세히 조사를 하고, 조사 결과 직장내 괴롭힘이 있었음이 밝혀지면 적극적인 시정요구를 하는 근로감독관들이 많아져야 한다. 근로감독관이 그러한 역할을 해야 비로소 법의 실효성이 담보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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