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에 처한 자동차부품 업계를 지원하겠다며 울산시가 자동차 업계에서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를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울산 노동계가 “주 52시간 무력화 시도”라며 반발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16일 성명을 내고 “코로나19를 핑계로 개별 노동자 동의 없이 사업주 맘대로 노동시간을 늘렸다 줄였다하겠다는 것”이라며 “노동자 건강권을 해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울산시는 지난 12일 “코로나19로 자동차부품 협력사들이 경영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경영위기를 극복하고 현대자동차 휴업으로 인한 생산차질을 만회해 자동차 업계 활력을 이끌기 위해 자동차 업계 주 52시간 근무제 한시적 유예를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울산시가 발의해, 17개 시·도 공동명의로 대정부 정책 건의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1월31일부터 인가연장근로 사유를 확대한 근로기준법 시행규칙이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동차산업 분야 전체를 통으로 묶어 52시간 적용 유예를 요구하는 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울산본부는 “연장근로가 필요한 개별 사업주가 노동자들의 동의를 받아 신청하면 되는데도 이 절차 자체를 진행하지 않겠다는 것은 무슨 배짱이냐”며 “경제위기를 빌미로 업무량의 많고 적음을 떠나 묻지마 주 52시간 유예조치가 적절한 조치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소비 위축으로 이미 생산한 자동차 재고가 쌓이고 있는 상황에서, 잘 팔리는 몇몇 모델 생산을 위해 개별사업장이 아닌 자동차산업 전체로 주 52시간 유예를 확대하겠다는 것은 주 52시간제도 무력화를 위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자동차산업에서 주 52시간제가 유예될 경우 조선·석유화학·반도체 등 다른 제조업이나 산업 전체에도 코로나19를 이유로 한 ‘묻지마 주 52시간 유예’ 요구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울산본부는 “울산시는 벼룩을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우겠다는 식의 몰지각한 정책 건의를 폐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발이 커지자 울산시는 “주 52시간제 취지를 무너뜨리려는 게 아니다”며 진화에 나섰다. 정창윤 울산시 노동특보는 “결국 각 업체들이 (인가연장근로를) 신청할 텐데, 특수한 상황임을 감안해 인가 조건을 너무 까다롭게 하지 말고 정상을 참작해 달라는 취지”라며 “협력업체들이 요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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