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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서 근무하려면 군사훈련 참가하라?] 국방부의 민간노동자 기본권 침해 취업규칙강제노동 금지·표현의 자유 침해 … 국방부 “4월까지 개정안 마련할 계획”
▲ 민간노동자는 시설관리나 환경미화, 조리, 스포츠 관련 일 등 다양한 업무를 한다. 국방부 정책자료집 ‘병영시설의 현대화’ 중 일부

국방부가 군인도, 군무원도 아닌 군대 내 민간노동자에게 군사훈련을 받도록 강제하는 취업규칙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 장관 혹은 참모총장·관리부대장이 시설관리원·조리원·환경미화원 같은 민간노동자에게 군사훈련 참여를 지시하면 해당 노동자는 따라야 한다는 내용이다. 헌법 12조1항에 규정된 강제노역을 받지 않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의당 비정규노동상담창구(비상구)는 15일 김종대 정의당 의원실을 통해 ‘부대별 민간근로자 업무 및 인원수’ ‘부대별 취업규칙’을 확보해 전수조사한 결과 민간노동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취업규칙을 다수 발견했다고 밝혔다. 비상구는 “노동인권 보장을 위해 군대 내 민간노동자에 대한 체계적인 인사·노무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군대 내 민간노동자는 조경사·조리사·경비원·사무보조원·연구(보조)원·스포츠 관련 종사자 등 다양한 직군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무기계약을 맺은 공무직이거나 계약기간이 정해진 기간제, 또는 협력업체에 속한 노동자다. 비상구에 따르면 군에는 올해 1월20일 기준 9천500여명의 민간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군사훈련 강제 취업규칙,
강제노동 금지 원칙에 위배”


비상구는 지난 1월 훈령 ‘공무직 근로자 등 인사관리’와 취업규칙 ‘국방부 무기계약근로자 등 운영예규’ ‘육군본부 공무직근로자 등 인사관리 규정’ ‘해군 중앙복지시설 근무원 인사관리규정’ ‘공군본부 공무직근로자 등 취업규칙 기준’ ‘해병대 민간근로자 인사관리 규정’ ‘육군 체력단련장 취업규칙’ ‘육군복지지원대대 취업규칙’ ‘공군사관학교 체력단련장 표준취업규칙’을 확보해 조사했다. ‘공무직 근로자 등 인사관리(훈령)’는 부대·기관별 취업규칙을 작성할 때 가이드라인 역할을 한다. 8개 취업규칙 중 2개에 민간노동자에게 군사훈련을 시킬 수 있는 규정이 있다.

‘국방부 무기계약근로자 등 운영예규’ 25조2항에는 “근로자는 을지연습 등 공무원 비상소집에 응소할 의무가 없다. 단, 국방부 장관이 필요시 군사훈련에 직간접적으로 참여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해군 중앙복지시설 근무원 인사관리규정’ 141조(군사훈련 활동)에는 “참모총장(복지정책과장) 및 관리부대장은 군 부대로서 계획에 따라 각종 군사훈련을 실시함에 있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군부대 특성을 고려해 소속 민간 근로자의 직·간접적인 훈련참여를 지시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비상구는 “민간노동자에게 군사훈련을 시키는 것은 강제노동 금지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헌법 12조1항은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했다. 근로기준법 7조(강제근로의 금지)도 사용자가 정신상 또는 신체상의 자유를 부당하게 구속하는 수단으로써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어긋나는 근로를 강요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최강연 공인노무사(비상구)는 “근로기준법 7조를 위반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등 중한 형벌로 처벌하고 있다”며 “취업규칙 심사사항은 행정지도 차원에서 사회통념상 지극히 부당하다고 판단되는 내용도 포함되는데 해당 규정은 강제노동으로, 삭제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신원진술서에 정당·사회단체 활동 경험 적어야

업무와 관계없는 과도한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인사기록카드 혹은 신원진술서도 문제다. ‘해군 중앙복지시설 근무원 인사관리규정’에 따른 인사기록카드를 살펴보면 병역관계(미필사유 포함), 가족사항(가족관계, 가족의 학력·직업·직위)과 동산·부동산·토지·가옥·부업 월수입 등의 재산사항을 적게 돼 있다. ‘해병대 민간근로자 인사관리 규정’에 따라 작성해야 하는 신원진술서에는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주소와 정당·사회단체 활동 경험을 써야 한다.

군대라는 특수한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환경미화원·시설관리 노동자·헬스트레이너 등에게 업무와 무관한 개인정보를 상세히 적도록 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강연 노무사는 “정당·사회단체 활동을 적게 한 것은 헌법 21조가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 제한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는 2003년 교육인적자원부(현 교육부)에 교원 인사기록 중 기재하도록 하는 항목 중 사생활 비밀 침해 등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항목인 △호주에 관한 정보 △병역 미필사유 △구체적인 재산정보 △정당·사회단체 활동 정보 등을 기재하도록 한 인사기록을 개정하도록 권고했고, 교육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국방부 관계자는 “각급 부대에서 개별적으로 작성·적용된 취업규칙에 대해 2019년 9월 법규 위반 사례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김종대 의원실에 제출된 취업규칙은 현재 개정 중인 내용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국방부에서 마련한 공무직 근로자 등 인사관리 훈령 개정 및 고용노동부 표준 취업규칙을 기초로 표준취업규칙안을 마련했다”며 “올해 4월까지 개정안을 마련해 공무직 근로자와 노조의 동의를 거친 후 지방고용노동청에 신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강예슬  yeah@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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