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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탈한 결론이서용진 공인노무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 이서용진 공인노무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원칙으로 하되 (중략)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지 못한 소수노동조합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자와 교섭대표노동조합에 공정대표의무를 부과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 또는 그 조합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이는 교섭창구 단일화를 일률적으로 강제할 경우 발생하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서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라 볼 수 있다.”

2012년 4월24일 헌법재판소는 위와 같이 판시하면서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소수노조의 단체교섭권을 침해하지 않아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이때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도입된 2011년 7월1일 이후 얼마 안 된 시기라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교섭체계를 구축하고 근로조건을 통일화’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주로 사용자를 위한)하에 공정대표의무 등을 통해 소수노조의 교섭권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거라고 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도입 이후 9년이 다 돼 가는 지금까지 노동현장은 어떠한가? 사업장에 자주적이고 투쟁적인 민주노조가 들어서려는 움직임이 포착되면 사용자 주도로 통제하기 쉬운 협조적인 노조가 만들어지고, 그 노조를 다수노조로 만들기 위한 작업이 시작되며 대부분 다수노조가 돼 버린다.

그렇다면 소수노조가 된 민주노조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교섭대표노조가 된 다수노조를 통해 자신의 단체교섭권을 실현할 수 있는가? 헌법재판소가 언급한 공정대표의무 제도 등을 이용해 소수노조의 단체교섭권 침해가 최소화될 수 있는가?

현재까지의 판정례·판결에 따르면 교섭대표노조가 교섭 과정에서 교섭 일정, 진행 정도, 쟁점 등에 관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거나 의견수렴을 실질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형식적으로 하는 외관만 꾸며 내면 공정대표의무 위반이 아니게 될 수 있다.

근로조건을 아무리 하향해도 교섭대표노조와 소수노조 간 차별만 없다면 공정대표의무 위반이 아니다.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 배분이나 사무실 제공에 있어서도 조합원수에 비례하기만 하면 소수노조가 제대로 활동할 수 없을 정도라도 공정대표의무 위반이 아니라고 한다. 특히 타임오프 한도 배분에 실질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 사용자가 양 노조가 협의할 문제라고 하면서 뒤로 빠지는 경우에도 사용자의 공정대표의무 위반이 아니라고 판정하기도 한다.

결국 2012년 헌법재판소의 장밋빛 전망과 다르게 노동현실에서 공정대표의무 제도는 소수노조의 단체교섭권 침해를 최소화하는 기능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 나아가 소수노조가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여서 노동위원회에서 공정대표의무 위반을 인정받는다고 해도 처벌규정의 부재, 확정 전 간접강제 수단 미비 등으로 인해 실효성 있는 제도가 되지 못한다.

실제로 교섭권을 박탈당하고 교섭 과정, 이행 과정에서 배제된 소수노조를 대리해 공정대표의무 시정신청을 제기해 보면 투여하는 노력에 비해 실질적으로 침해된 교섭권이 회복되는 등의 결과물이 너무 적어 허탈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 법원도 이렇게 공정대표의무가 형식화되고 소수노조의 헌법상 단체교섭권이 침해되는 심각한 현실을 인식해 “공정대표의무의 구체적 내용은 ‘소수노조의 단체교섭권이 형해화되는 것을 막는 정도’에 그쳐서는 아니 되고, ‘소수노조가 교섭대표노조를 통해 단체교섭권을 실현한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여야 한다”(서울고등법원 2017. 8. 18. 선고 2016나2057671 판결), “사용자의 공정대표의무는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소수노동조합 사이에 합리적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소극적 의무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교섭대표노동조합 등에 의해 이미 발생한 차별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적극적 의무까지 포함한다”(서울행정법원 2016. 9. 29. 선고 2015구합70089 판결)는 등의 판시를 하고 있다.

그러나 역부족이다. 여전히 노동위나 법원은 교섭대표노조의 교섭권한을 과도하게 인정해 주고, 교섭대표노조의 형식적 노력, 사용자의 소극적 태도를 수긍해 주는 판정·판결을 많이 하고 있다.

그래서 허탈하다. 헌법 33조1항에서 보장한 단체교섭권이 침해되는데, 그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헌법재판소가 거론한 공정대표의무 위반은 인정률도 낮고, 큰 노력을 기울여 인정받아도 실효성이 떨어지는 현실이다.

결국 허탈해서 이르는 결론,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폐지돼야 한다.

최근 민주노총이 다시 제기한 헌법소원 결과를 기대한다.

헌법재판소는 2012년에 거론한 공정대표의무, 사용자의 개별교섭 동의, 교섭단위 분리 제도 등이 소수노조의 헌법상 단체교섭권 침해를 막을 수 없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사용자가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악용해 노조파괴를 자행해 법원에서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받은 수많은 사례도 아프게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서용진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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