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혜정 기자

민주노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전 국민에게 100만원씩 생계비를 지급하는 ‘재난생계소득’ 도입을 주장하며 불붙고 있는 재난기본소득 논의에 뛰어들었다.

재난기본소득지원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소득감소로 생계가 어려워진 국민에게 한시적으로 현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경기도·경남도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정의당·기본소득당 등 야권 일각에서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민주노총까지 재난생계소득(재난기본소득)을 주장하면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질지 주목된다. 청와대는 9일 재난기본소득에 대해 “제안이 나온 취지는 잘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현 단계에서는 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생계 어려움 겪는 노동자·영세 자영업자 우선 지원

민주노총은 10일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사회적으로 논의가 확산하고 있는 재난생계소득(재난기본소득) 도입을 전격적으로 결정하고 조기에 시행하길 정부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금융·세제지원 위주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대책만으로는 취약한 저임금·비정규 노동자는 물론 자영업·소상공인들에게도 직접적인 생계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며 “지금은 저임금 노동자·자영업자·취약계층을 포함한 모든 국민에게 100만원의 생계비를 직접 지원하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대통령 긴급재정경제명령까지 검토해 달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당장 생계가 급해 긴급 수혈이 필요한 노동자들에게 생계비를 우선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예컨대 임시일용직·특수고용직·학교비정규직·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등 취약노동자와 560여만명의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생계비를 지원해야 한다는 얘기다. 민주노총이 ‘재난기본소득’이 아닌 ‘재난생계소득’이라고 명명한 이유다.

실제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경우 마스크·손소독제 같은 최소한의 감염예방 조치조차 지급받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방과후 수업이나 각종 강좌의 일방폐강, 학습지교사 중도 퇴회, 각종 문화예술 공연 취소, 학원 셔틀버스 운행 중단 등으로 생계 위협에 직면해 있다.

전국적으로 개학이 줄줄이 연기되면서 학교비정규직은 1월부터 소득이 끊겼다. 건설일용직은 방역폐쇄·공사 연기로 발생하는 휴업수당 지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재가방문 요양서비스 노동자는 서비스 취소가 잇따르면서 실업상태에 놓였다.

“30대 재벌 사내유보금 950조원
10% 출연하면 재원 마련 가능”


민주노총은 “비축된 5조원의 국가재난비용, 추경 확대, 재정절감과 조세수입 증가, 지자체와의 연계 등 방법으로 정부가 의지가 있다면 예산 확보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촉구했다. 30대 대기업 사내유보금 일부를 ‘재난생계소득’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30대 재벌이 쌓아 놓은 사내유보금이 950조원에 달한다. 이 ‘재벌 곳간’을 열어 10% 정도만 기금으로 출연한다면, 국가 재난상황에서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재벌 독점체제에서 노동자 쥐어짜기, 원·하청 불공정 거래 등으로 온갖 혜택을 누렸던 재벌들이 국가적 재난상황에서 무엇하고 있느냐”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정부·경영계·노동계가 머리를 맞대 비상협의를 할 필요가 있다”며 이달 24일 ‘코로나19 극복, 재난생계소득 대토론회’를 노사정 공동으로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민주노총은 코로나19로 발생한 노동자 피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수립과 의료공공성 강화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고용노동부·보건복지부 등 소관부처와 ‘코로나19 극복 노정협의 TF’를 구성하자고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이런 내용을 담은 대정부 특별요구안과 함께 교섭요청 공문을 정부에 발송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범국민 운동을 제안했다. 방역 최일선에 있는 노동자들에게 응원메시지 보내기, 재난생계소득제 시행 촉구 서명운동, 재벌 곳간 열기 운동, 의료공공성·사회공공성 강화를 위한 법·제도 개선요구 등 온·오프라인에서 사회적 여론을 조성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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