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노련

“더불어민주당 지지자 중 간혹 ‘더불어민주당이 잘하는데, 노동정책은 부족한 것 같다’는 아쉬움을 표하는 분들이 있어요. ‘노동정책은 정의당이 잘한다면서요’ 그런 이야기를 하는 분들에게 이젠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걱정하지 마라. 더불어민주당은 이수진을 갖게 됐다. 그러니 더 이상 아쉬워하지 마라고요.”

이수진 (50·사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자신을 ‘당내 노동계 대표선수’라고 자임했다. “심상정(정의당 대표) 못지않게 잘 만든 ‘더불어민주당 표’ 노동정책을 펼쳐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힌 그는 “그러기 위해서는 더불어민주당 내 유일한 노동부문 비례대표인 제가 꼭 당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의료노련 사무실에서 이수진 최고위원을 만났다. 이수진 최고위원은 현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한국노총 부위원장·의료노련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과거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더불어민주당 전국노동위원회 위원장·연세의료원노조 위원장·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보건의료특위 위원을 역임했다. 더불어민주당은 10~11일 국민공천 심사단 투표를 통해 비례대표를 뽑는다. 국민공천 심사단 투표에서 25명이 선출되면, 중앙위원회가 14일 온라인투표로 순위투표를 한다.

“집권 하반기, 원내 1당 돼 진보세력과 노동법 통과시켜야”

- 비례대표 후보 출마는 20대 총선에 이어 두 번째다.
“4년 전에도 비례대표 후보로 뛰었는데, 당선권 밖인 21번이 됐다. 그때 너무 큰 어려움을 겪어서 상처가 깊었다. 하지만 그 어려움 속에서 정치활동을 접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정치의 꿈을 세우게 됐다. 지난 총선 뒤 2016년 12월부터 2018년 8월까지 더불어민주당 전국노동위원장으로, 2018년 9월부터 현재까지 최고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노동위원장으로 일하면서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일정 부분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또 노동자들은 정치 영역에서 표만 갖다 바치고 늘 당하기만 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최고위원으로서 노동자들의 그 같은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애썼다. 뿐만 아니라 지난 4년 동안 절치부심해서 권리당원을 중심으로 당내 더 강력한 노동세력들을 만들어 냈다고 생각한다. 4년 전에는 실패했지만 이번에는 노동자들의 희망을 만들겠다는 꿈을 펼쳐 보고자 한다.”

- ‘노동정책의 주도권을 이제 더불어민주당이 쥐겠다’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지금까지의 더불어민주당의 노동정책을 평가하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면.
“문재인 대통령 집권 초기 2년 동안은 최저임금 인상이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발 빠르게 진행했고, (박근혜 정부가 도입했던) ‘노동개혁 2대 지침’도 폐기하는 등 여러 노동 현안과 관련해 급박한 문제들을 해소했다고 생각한다. 그 뒤에도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한국노총이 들어와서 (사회적) 대화 채널이 가동되고 있고, 민주노총이 강력하게 요구했던 쌍용차 해고자 문제나 KTX 여승무원 복직 문제, 공무원노조·전교조의 노조할 권리와 관련해 부족하지만 노동자 목소리를 담으려고 애를 썼다. 이를 위해 정부나 당에서 여전히 움직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이나 근로시간단축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등 마치 을과 을의 전쟁 같은 소모적인 논란이 여론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그러면서 보수야당을 중심으로 대통령 정책과 당의 입장을 선회하라는 강력한 압력도 있었다. 집권 하반기에 정부가 기존 노동철학을 중단 없이 추진하기 위해서는 이번 총선을 잘 치러 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서 1당이 되고, 진보세력이 규합해 그동안 이루지 못했던 노동관련법들을 통과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대통령은 집권 하반기로 갈수록 레임덕에 빠진다고 하지만 총선을 잘 치러 내면 끄떡없다고 생각한다. 더불어민주당이 1당이 돼서 ‘형님 당’으로서 역할을 잘 하면 좋겠다.”

- ‘심상정을 이기겠다’는 슬로건도 걸었는데. 어떤 의미인가.
“이수진이 정치를 한다고 하면 노동계에서는 잘 알지만 국민은 잘 모른다. 판사 이수진이냐는 이야기도 많이 듣는다. 그런데 비례대표 순번을 정할 때 국민공천 심사단과 중앙위원회 투표를 거쳐야 하지 않나. 이런 절차를 거칠 때 노동계 표는 기대를 하지만 불리한 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최고위원 이수진, 노동계 대표선수 이수진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주기 위해 이 같은 슬로건을 내세웠다. ‘더불어민주당은 노동영역에서 정의당보다 못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들었는데 걱정하지 마라는 이야기도 전하고 싶었다.”

“기본소득 논의 시작하고, 공정임금제 추진”

-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을 구상하고 있나.
“기본소득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산업의 변화가 있을 텐데, 이에 따라 없어지거나 바뀌는 일자리가 많아질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직업전환교육이 필요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 줄 수 있는 최소한의 수당이자 사회적 안전망으로 기본소득을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또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있는 이들이 많다. ‘오늘 밤 잠들면서 내가 내일 과연 눈뜰 수 있을까’라며 삶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기업들은 정보통신 시대에 우리의 소비패턴 등에 대한 빅 데이터를 자신들의 장삿속에 이용하고 있지 않나. 국민을 통해 얻은 소득에 대한 사회적 기여를 한다는 차원에서도 우리 사회가 기본소득에 책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 관심을 가지고 있는 노동정책이 있다면.
“공정임금제를 계획하고 있다. 호주에서 간호사와 인터뷰를 한 적 있는데, 노동환경이 우리와 달랐다. 비정규 노동자 종류도 다양하게 있었는데,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임금을 25% 많이 받았다. 비정규직이 고용이 불안한 만큼 임금을 많이 받는 것이 공정임금이라고 생각한다. 또 특수고용 노동자나 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를 비롯해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법안도 만들고 싶다. 그 밖에도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최저소득 보장을 위한 정책들을 국회에 가서 만들겠다.”

- 보건의료 분야에서도 오래 활동했다.
“연세의료원노조 위원장을 6년, 의료노련 위원장을 6년 했다. 보건의료 정책 전문가로서 십수 년 활동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 건강보험 정책에 대해 깊은 이해를 가지게 됐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비싼 병원비 때문에 부담이 됐던 국민이 아파도 마음 편히 병원에 갈 수 있는 문재인 케어를 계속 확대·강화하겠다. 보건의료 인력문제를 해소하고 간호·간병 통합서비스가 제대로 안착하도록 힘쓰겠다.”

- 진보·개혁 진영의 비례연합정당과 관련한 논의가 나오고 있다.
“우선 미래통합당이 미래한국당을 위성정당으로 출범시키는 것에 굉장히 분노를 느낀다. 군소정당의 대표성을 깔아뭉개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에 대해 범진보 영역에서도 문제 해결을 위해 연합정당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요구가 몇 주 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그런 꼼수 정당을 만드는 것이 우리가 정치개혁을 하고자 했던 취지와 맞는지 의문이다. 지금은 국민을 믿고 묵묵히 걸어가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중도층 표심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당은 비례대표를 통해 전문성과 대표성을 선거 때마다 수혈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더불어민주당이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할 거면 뒷 번호를 가져가든지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말라는 말이 흘러나오는데 가당치도 않다. 그런 방식은 반쪽짜리 국회를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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