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양서비스노조와 민중당이 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코로나19대책 요양보호사 배제를 규탄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모든 게 다 멈춰 선 상태인데 다른 데 갈 엄두는 솔직히 못 내요. 그냥 기다리는 거죠. 비정규직 신세라는 게 일을 못 하면 끝인 거잖아요. 생계가 막막하죠.”

광주광역시 A재가센터와 근로계약을 맺고 방문 요양보호사로 일하던 이지연(54·가명)씨는 지난주 월요일 평소와 다름 없이 일하던 중 전화 한 통을 받았다. A재가센터장은 “(이씨가 담당하는 어르신의) 보호자가 코로나19가 잠잠해질 때까지 당분간 쉬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해 왔다”고 말했다. 화요일부터 일을 나갈 수 없게 된 이씨는 매달 하루 세 시간씩 일해 벌던 소득 70여만원이 끊기게 됐다.

이씨처럼 정부의 코로나19 대책에 방문 요양보호사가 배제되면서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는 방문 요양보호사가 늘고 있다. 9일 오전 요양서비스노조(위원장 김미숙)와 민중당은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코로나19 대책 보완을 촉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전국 요양보호사는 48만명인데 이 중 방문 요양보호사가 32만명(67%)이다. 이들은 보통 재가센터와 1년 단위 근로계약을 맺고 일하지만, 돌봄서비스 수요자인 노인 혹은 보호자가 서비스를 중단하면 갈 곳을 잃는다. 이씨의 경우 계약만료일 대신 ‘퇴사시까지’라는 단어가 적혀 있다. 대상자(어르신)와 계약해지시 계약을 종료한다는 내용도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달 7일과 24일, 3월6일 세 차례에 걸쳐 “코로나19 관련 한시적 장기요양급여비용 산정지침”을 마련했다. 장기요양기관 수급자와 종사자 감염예방을 위한 지침에는 시설급여 종사자·주야간보호센터(수급자가 센터에 방문해 돌봄서비스를 제공받는 형태) 종사자, 방문요양 사회복지사가 코로나19로 업무를 하지 못할 경우 대책이 포함됐지만 방문 요양보호사는 빠졌다.

김미숙 위원장은 “고용노동부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노동자에게 재택근무를 권장하고, 노동자의 귀책사유가 아니기 때문에 (사업장에) 임금보전 대책을 수립하라고 한다”며 “하지만 노동부 지침이 개별사업장에 내려가지 않으면서 현장에서는 빛 좋은 개살구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요양 현장에서 정부 지침이 실현되려면 보건복지부 장기요양 지침에 명시돼야 하는 만큼 복지부가 빠른 시일 내 방문 요양서비스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을 구체적으로 수립·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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