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숙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지난달 10일 대학 3학년 재학 중 외항선 승선실습을 위해 실습기관사로 승선한 현장실습생이 출항한 지 닷새 만에 열사병으로 사망했다. 이후 여전히 되풀이되는 해기사 실습 문제를 제기하며 해양수산부·교육부·대학의 늑장 대처와 무능함을 질타하는 언론보도가 쏟아졌고, 해수부는 부랴부랴 같은달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실습선원 사망사고 조사 결과에 따른 후속 조치와 실습선원 권리보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필자가 일하는 지역에서 발생했고, 현장실습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이기에 이후 관할 부처의 대처를 살펴봤다. 우선 안타깝게도 2명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후에야 선원법·선박직원법(2020년 2월18일 공포)이 개정됐다. 내용으로는 실습선원을 정식 선원으로 인정한다는 것과 표준계약서 작성 및 휴식 보장, 해수청의 실태점검과 규정 위반시 처벌이 가능하도록 개정했다. 하지만 승선실습을 위해 승선한 실습생은 이미 존재하지만, 선박직원법은 6개월, 선원법은 1년 이상 지나야 개정된 법을 적용받을 수 있다.

법 개정 내용도 아쉽다. 실제 빈번하게 중대재해가 발생하지만 실습선원을 위한 ‘선내 안전보건 및 사고예방기준’에 관한 내용은 개정되지 않았으며, 개정 전 법안에서도 구체적인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이 마련돼 있지 않다. 실제 안전보건기준의 개정 또한 선박소유자 단체 및 선원 단체의 대표자와 협의하게 돼 있어 실습선원이나 학교 의견을 반영하는 체계는 보장되지 않았다. 그리고 선내 안전보건관리자 배치규정도 없기에 현장실습생이고, 특히 해외 승선실습이라는 상황을 고려할 때 실제로 법 위반 상황이 발생해도 문제를 제기하거나 조치를 요구하기 어렵다.

2월19일 해수부는 실습선원 개선책 마련을 위한 관계기관 회의를 개최해 ‘해외 승선실습 실태조사’를 하겠다고 했으나, 해수부와 교육부 홈페이지를 확인해 본 결과 관련 내용에 대한 어떠한 공지사항이나 지침·보도자료도 찾아볼 수 없었다. 또한 재발방지를 위한 사고발생 원인조사도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현재 전국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모든 역량이 집중된 상황이지만, 정부 각 부처에서 해결해야 할 현안에 대한 집행은 일상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연동해서 전반적으로 대학교 현장실습 문제에 대한 개선방안 마련도 시급하다. 이미 특성화고 현장실습 문제처럼 대학교 현장실습 또한 전공과 무관한 실습, 실습 중 안전사고 발생, 과도한 노동과 열정페이 등 심각한 문제가 제기됐다. 2018년 산학협력활동조사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현장실습 참가 대학생 중 5만8천105명(37.9%)이 무급으로 일했고, 2만5천531명(16.7%)은 30만원 미만의 실습지원비를 받았다고 했다. 2019년 서울반도체 외주업체 장기현장실습생의 방사선업무 과정에서 발생한 안전사고를 보더라도 심각한 상황임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교육부는 1월22일 ‘대학생 현장실습 제도개선 방안’을 통해 학교 밖 학기 단위로 이뤄지는 실습학기제를 ‘현장실습학기제’로 통일하고, 이를 ‘표준현장실습학기제(표준실습)’와 ‘자율현장실습학기제(자율실습)’로 나눠, 표준실습의 경우 실습생에게 최저임금 70% 이상의 지원비를 지급한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그리고 실습운영계획을 세울 때 표준서식을 사용하도록 해 실습요건과 운영절차 등을 엄격하게 관리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교육부의 개선방안도 올해 당장 실시하는 게 아니라 ‘2021년 이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지금의 상황과 비교하면, 교육부의 현장실습 제도에 대한 문제 해결 노력은 너무 안일하고 더디다.

오늘도 다양한 이름으로, 프로그램으로 현장실습은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고통받는 당사자들이 이미 존재하고 있다. 교육부·해수부, 그리고 관련 부처들은 시급히 대학교 현장실습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