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아버지는 고개를 들지 못했고, 시아버지는 안절부절못했다. 고 문중원 기수의 아내 오은주씨가 단식농성을 선언하는 기자회견 자리는 비장함이 감돌았다.

오씨는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편이 눈물과 고통으로 써 내려간 세 장 유서 내용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단식에 들어간다”며 “억울한 죽음을, 절대 이대로 넘어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문중원 기수는 지난해 11월29일 한국마사회 부정채용과 부정경마 의혹을 제기하는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7일이면 숨진 지 100일이 된다. 문중원시민대책위와 마사회는 지난 1월 집중교섭 결렬 뒤 최근 교섭을 재개했다. 시민대책위 관계자는 “마사회는 문중원 기수가 유서에 남긴 부정채용 책임자에 대한 처벌과 사과를 계속 거부하고 있다”며 “지난 1월 1차 교섭 당시보다 오히려 더 강고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울시·종로구청이 문중원 기수 추모 농성장을 강제로 철거한 사건이 마사회를 더욱 기세등등하게 만든 것 같다”고 주장했다.

오씨는 분노를 쏟아 냈다. 그는 “마사회는 남편이 죽은 근본적인 원인을 부정하며 유가족을 조롱하고 있고 부정·비리를 은폐하려는 치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언제까지 마사회가 뻔뻔한 태도로 나올 것인지, 정부가 언제까지 썩어 빠진 마사회를 비호할지 똑똑히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고인의 아버지 문군옥씨는 “책임자 처벌과 마사회 사과를 받아야 장례를 치르겠다며 며느리가 단식에 들어간다”며 “말리고 말렸지만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오은주씨 아버지 오준식씨는 오열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사위가 죽은 뒤 10킬로그램 이상 살이 빠진 제 딸이 단식을 한다니 원통하고 또 원통하다”며 “제가 목숨을 걸고 싶다”고 외쳤다.

오은주씨는 문중원 기수가 안치된 운구차 옆에 설치한 천막농성장에서 단식농성을 한다. 고광용 공공운수노조 부산경남경마공원지부장, 김주환 대리운전노조 위원장 등 노동·시민·사회단체 인사 6명이 동조단식을 하며 오씨 곁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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