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호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 울산사무소)

대상판결 : 서울중앙지법 2020. 2. 6. 선고 2016가합524512, 2016가합553459(병합) 판결


외환위기 이후 재편된 국내 자동차 시장

현대자동차는 외환위기 국가부도 사태를 계기로 대규모 권고사직·정리해고를 단행했다. 그 직후 대우자동차 부도, 기아자동차 인수 등 시장상황 급변으로 인해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획득하게 됐고, 대규모 신규인력이 필요하게 됐다. 현대자동차는 신규인력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대신 사내하청업체를 통해 간접고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무리 없이 시행하기 위해 현대자동차노동조합(2006년 금속노조로 조직형태를 변경하기 전 기업별노조)의 8대 집행부와 1999년 임금교섭을 체결하면서 전체 생산직군의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비율을 16.9%선에서 충원하기로 합의하게 됐다. 이런 합의에 따라 현대자동차는 신규채용 인력을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충원하기 시작해 직접생산공정에서 근무하는 이른바 비정규 노동자가 양산되기 시작했다. 현대차 울산공장에서만 비정규 노동자들이 1만명 넘는 시기도 있었다. 비정규 노동자들은 상대적인 저임금과 고용불안 등에 시달리면서 근무했고, 이에 따른 불만이 클 수밖에 없었다.

불법파견 철폐투쟁 및 소송의 경과

2003년께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에서 비정규 노동자가 월차 사용을 요구하다가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그동안 쌓인 불만과 요구가 폭발했다. 비정규직 철폐, 정규직화 쟁취, 근로조건 개선 등을 위해 2003년 7월8일 현대자동차비정규직노동조합을 결성하기에 이르렀고,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불법파견을 철폐하고 정규직화하라는 비정규직 운동을 지속해서 전개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는 노동조합의 요구를 전혀 수용하지 않았고, 교섭에조차 응하지 않았다.

2004년 노동조합의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금속산업연맹과 현대자동차노조 등이 공동으로 현대자동차의 비정규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불법파견 실사를 했고, 이러한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노동조합은 2004년 5월 101개 전체 업체에 대해 부산지방노동청(현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울산지청에 불법파견 진정을 했는데, 이에 대해 울산지청은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업체가 현대자동차와 형식적으로는 도급계약 관계에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노동자 파견을 행했다고 판단하면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101개 업체에 대해 불법파견 판정을 함과 동시에 울산동부경찰서에 고발조치를 했다. 노동부의 불법파견 판정이 있자 노동조합과 그 조합원들의 정규직화 요구는 더욱 거세게 일었으나 현대자동차는 여전히 이러한 요구에 무시와 탄압으로 일관했다. 그러자 노동조합은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2005년 2월 비정규직 최초의 파업투쟁을 전개했는데, 조직력이 약했던 노동조합은 파업을 지속해서 끌어가지 못했고, 그 결과 파업투쟁은 실패했다.

100명 이상의 노동조합간부, 조합원들이 대량해고되면서 상황이 마무리됐다. 그중 일부 조합원이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하고 법적 쟁송을 벌였고 거듭된 패소가 있었으나 결국 대규모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장에 대한 최초 불법파견 판결이라고 할 수 있는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0. 7. 22. 선고 2008두4367 판결)이 선고되기에 이르렀다. 이 판결이 선고되자 비정규 노동자들이 대규모로 노동조합에 가입해 서울중앙지법에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서울중앙지법 2010가합112450·112474·112481·112511의 4개 사건으로 진행됐고, 모두 원고들이 승소한 상태에서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이 사건 소송 계속 중 금속노조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는 2016년 3월21일 현대자동차와 일부 근속·임금을 인정받는 조건으로 특별채용에 응하는 것으로 단체교섭을 체결해, 소송 중이던 원고들 대다수는 소를 취하하고 현대자동차의 특별채용에 응하게 됐다. 이 특별합의가 있고 난 뒤 기존 조합원들이 존재하지 않거나 소규모로 존재했던 공정인 수출선적부, 현대자동차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 등과 계약을 맺은 업체에서 근무하는 이른바 2차 하청업체에 소속된 비정규 노동자들이 대규모로 노조에 가입하고 소송을 제기하게 됐는데, 그것이 바로 이 사건 대상판결이다.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은 소 제기 당시 원고가 100명이었으나 상당수가 소를 취하해 판결을 선고받은 원고는 32명이다. 의장·도장·보전·차체·생관·수출선적 등에 소속된 원고들이 소송을 제기했는데 그중 2차 업체 소속은 7명이었다. 병행 심리된 2016가합524550 사건은 소 제기 당시 원고가 108명이었으나 판결을 선고받은 원고는 32명이고 그중 2차 업체 소속 원고는 18명이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대자동차와 사내하청업체 소속의 비정규직 사이에 불법파견 관계가 성립한다는 판결이 여러 차례 선고됐으나 2010년 11월 제기한 집단소송의 경우 의장공정(도장된 차체에 내장·계기판·시트·유리 등 실내외 의장 부품을 장착하고 엔진·트랜스미션·차축 등 차량 구동을 위한 기계부를 조립하며, 전장부품과 배선·배관작업을 해 차량으로서 완성한 후 품질 확인을 해 상품으로서 마무리하는 최종 공정을 말한다) 소속 원고가 절대다수였다. 대략 2천명 정도 되는 원고 인원과 비교하면 2차 업체는 극소수에 불과해 2차 업체와 관련한 쟁점이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현대자동차의 주된 주장이 모든 공정이 불법파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어서 더욱 그러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현대자동차가 직접공정(컨베이어벨트에서 직접 업무를 수행하는 의장·도장·차체·프레스·엔진·변속기·시트 등)과 간접공정(컨베이어벨트에서 직접 작업하지 않는 생산관리1), 품관, 수출선적, 보전 등)은 나누어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접공정에 비해 간접공정은 파견의 요소가 적고 2차 업체는 현대글로비스 등과 계약을 체결한 업체이고, 현대글로비스 등은 웹지스(Web-Jis) 등의 독자적인 서열정보 프로그램을 통해 하청업체에 서열정보를 제공하므로 파견을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을 주되게 했다. 따라서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은 현대자동차가 간접공정이라 칭하는 공정이 그 실체를 인정할 수 있는지, 간접공정과 2차 업체에 근무하는 작업자들과 현대자동차 사이에는 파견요소가 없거나 적은 것인지 아니면 컨베이어벨트에서 직접 작업하는 공정에 근무하는 작업자들과 동일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인지 여부였다. (다음 편으로 이어짐)
 

<각주>

1)의장공장 내에서 차량의 조립순서에 맞게 수천 가지 종류의 부품을 분류하고, 분류된 부품을 의장 라인의 작업자들이 도장된 차체에 조립할 수 있도록 각 조립공정에 불출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공정을 말한다. 2차 업체는 소속 원고들은 모두 생산관리 공정에서 근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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