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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의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하나이환춘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경남사무소)
▲ 이환춘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경남사무소)

사망 같은 대형 산업재해 사고(중대산업재해)가 소형 사업장에서 발생한 경우 보통 대표이사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및 형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 책임을 모두 지게 된다. 왜냐하면 소형 사업장은 대표이사가 안전보건총괄책임자 지위를 겸임하거나, 사실상 대표이사가 현장에서 업무지시를 하기 때문에 대표이사의 과실을 인정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고, 당연히 사용자인 법인도 양벌규정에 따라 책임을 지기 때문이다. 반면 대형 사업장은 대표이사와 각 공장별 안전보건총괄책임자가 다르고 하청업체를 중간에 낀 중층적 작업지시로 인해 현장 작업자만 과실이 인정되고 안전보건총괄책임자 등 상급 혹은 중간 관리자들의 과실이 부인된다. 결국 대형 사업장의 경우 산업재해 책임, 즉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및 형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 책임은 현장 작업자가 지고 막상 대표이사나 사용자인 법인은 아무런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2017년 5월1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발생한 크레인 충돌사고에 대한 재판은 산업재해 책임이 어떻게 현장책임자에게로 떠넘겨지는지 잘 보여준다. 당시 사고로 6명이 사망하고 25명이 크게 다쳤고, 사상자 모두 하청업체 노동자들이었다. 수사 결과 삼성중공업 관계자들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 과실이 모두 밝혀졌지만 막상 2019년 5월7일 선고된 1심 판결(창원지법 통영지원 2017고단940 판결 등)은 사용자인 삼성중공업에 대해 사고와 직접 관련이 없는 ‘협의체 운영의무 위반’ ‘안전·보건 점검의무 위반’에 따른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하고, 사고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안전조치의무’ ‘산업재해예방조치의무’ 위반에 따른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그 이유는 삼성중공업과 그 소속 상급 혹은 중간 관리자들은 일방적·추상적인 지시·감독권만 있을 뿐이므로 구체적·직접적 주의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원청인 삼성중공업이 안전관리 감독을 제대로 했다면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는데도, 1심 법원은 다단계의 불법하도급을 했기 때문에 원청에 산업안전보건법상 책임은 없다는 판결을 한 것이다. 이는 대법원 판례의 법리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것으로서 산업현장의 중층적 하도급 현실을 도외시한 형식논리에 불과하다.

이러한 논리의 문제점은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로 누가 처벌받느냐는 점에서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1심 판결은 골리앗크레인 신호수, 지브크레인 신호수 및 운전수, 하청업체 현장반장, 삼성중공업 소속 직장 등 현장 노동자와 말단 관리자에게만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인정하고 삼성중공업 상급관리자인 조선소장과 중간관리자인 부장·과장 그리고 하청업체 대표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사망사고가 발생한 중대산업재해 책임을 온전히 현장 노동자들에게 떠넘긴 것이다.

크레인 사고 당시부터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온 마틴링게프로젝트 삼성중공업 크레인사고 피해노동자 지원단은 ‘피해자 대리인’ 자격으로 1심 판결의 부당성에 대한 의견서를 2심 법원에 제출하고, 사고 현장에서 가족의 죽음을 목격한 노동자들을 ‘피해자 증인’으로 신청해 법정에서 피해자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또한 지원단은 수사기관이 제출을 누락한 ‘조선업 중대산업재해 국민참여 조사위원회 사고조사보고서’를 검사를 통해 증거로 제출했다.

다행히 지난 2월21일 선고된 2심 판결(창원지법 2019노941 판결)은 삼성중공업 상급관리자인 조선소장과 중간관리인 부장·과장 그리고 하청업체 대표에 대해 원심을 파기하고 업무상과실치사상죄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관리·감독자들도 사고 발생 위험을 예견했거나 예견할 수 있었다”고 봐 상급관리자 등도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공동정범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시했다. 아쉬운 점은 2심 판결이 삼성중공업의 ‘안전조치의무’ ‘산업재해예방조치의무’ 위반에 따른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대한 1심의 무죄 판단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한편 검사는 같은달 28일 상고장을 제출했고, 삼성중공업에 대한 법적 책임 문제는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지원단은 크레인 사고에 대한 삼성중공업의 책임을 묻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이환춘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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