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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와 범법자 사이 놓인 ‘타투이스트’ 노조로 뭉쳤다화섬식품노조 타투유니온지회 설립 … 지회장은 타투이스트 ‘도이’
▲ 화섬식품노조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다양한 무늬의 문신(타투)을 공개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연예인부터 일반인까지, 그야말로 문신의 대중화, 문신의 전성시대다. 한때 ‘조폭’의 상징처럼 여겼지만, 예술이나 패션의 한 장르로 받아들여진 지 오래다.

하지만 정작 문신을 새기는 타투이스트들은 범법자 취급을 받고 있다. 현행법상 국내에서 문신은 의사만 할 수 있는 의료행위로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시술을 하는 몇몇 의사들을 제외하면 일반 타투이스트들은 모두 범법자인 셈이다.

오래전부터 우리 노동시장에 존재했지만, 정당한 직업군으로 인정받지 못한 채 노동법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타투이스트들. 이들이 노조로 뭉쳐 노동권과 건강권을 지켜 달라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외국에서는 극진한 대접, 국내에서는 범법자 취급

국내 타투이스트들이 최초로 노조를 만들었다. 1일 화학섬유식품노조에 따르면 노조 타투유니온지회가 지난달 27일 설립총회를 열었다. 지회장은 경력 13년차 유명 타투이스트 김도윤씨다. ‘도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서정적이고 따뜻한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작풍으로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일명 ‘코리아 스타일 타투’를 선도하는 인물이다.

창립선언문에는 김 지회장이 그간 피력했던 사회를 향한 요구와 타투이스트로서 겪는 고민이 담겨 있다. 선언문은 “우리는 노동을 하고 있습니까”로 시작한다. 의뢰인과 소통하며 디자인을 만들고 몸에 새기는 노동을 하며 수익을 얻고 있지만, 직업으로 인정받지 못한 탓에 노동자로서의 권리나 의무를 행사하지 못한 채 음지에 서 있는 타투이스트들의 현실이 함축돼 있다.

김 지회장은 이날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엄연히 하나의 산업으로 존재하는 타투이스트지만, 시대와 문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법·제도가 우리의 노동을 노동이 아닌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노조를 통해 정당한 노동자 지위를 획득하고, 법·제도를 개선해 타투의 ‘일반 직업화’를 이루겠다”고 말했다.

타투이스트들의 노동이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건 이들의 시술을 불법화하는 법 때문이다. 1992년 문신을 의료행위로 규정한 대법원 판결 이후 30년 가까이 한국에서 이뤄지는 거의 대다수 시술은 불법으로 취급되고 있다. 의료법 27조(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와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보건범죄단속법) 5조(부정의료업자의 처벌)에 의해 의사면허가 없는 타투 시술은 단속 대상이다.

타투이스트 합법화가 검토되지 않은 건 아니다. 19대와 20대 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안이 제출됐지만 의료계 반대로 번번이 좌절됐다. 국내 타투이스트가 대략 1만~2만명, 타투 인구가 100만명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법이 현실을 못 따라가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김 지회장에 따르면 한국 타투이스트들의 실력은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그는 세계 각 도시의 가장 큰 스튜디오에서 흔히 ‘간판’으로 여겨지는 작업자들은 모두 한국인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라고 했다. 실제 외국 유명 스튜디오에서는 한국 타투이스트들에게 비자까지 발급해 주며 섭외에 공을 들이고 있다. 김 지회장도 영화배우 브래드 피트, 배우 한예슬 등 국내외 유명 연예인들을 고정 고객으로 두고 있다.

한국 밖에선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 아티스트들이 정작 한국 안에서는 ‘음지의 아티스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지회는 “시민단체·법조계 등과 연대해 타투의 일반 직업화를 위한 법·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거북목·터널증후군 달고 살아”
위생·감염관리 가이드 제정에 방점


타투이스트들의 노동권뿐만 아니라 건강권 보호도 지회가 핵심으로 여기는 사업이다. 그림 그리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이들이 가지고 있는 거북목증후군·터널증후군 같은 근골격계질환을 타투이스트들도 달고 산다. 김 지회장은 “이 일을 하는 이상 평생 안고 가야 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타투이스트들이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의료업계와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위생·감염관리 가이드라인 제정도 추진한다. 의료계가 타투 합법화를 반대할 때 드는 첫 번째 이유가 ‘감염 위험’인 점을 감안하면 위생·감염관리 가이드라인 제정은 지회가 1순위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김 지회장은 “국내에 가이드라인이 없다 보니, 타투이스트들도 제각각 본인이 구전으로 배운 규칙들을 따르고 있다”며 “허술한 규칙도 많고, 일부는 외과수술에 준하는 과한 규칙들도 있는데 보다 현실적이고 완벽한 위생·감염관리 가이드라인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의료계와 협업을 통해 완성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투이스트들은 ‘신고할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한 사기·범죄에도 쉽게 노출돼 있다. 작정하고 시술을 받은 뒤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타투이스트에게 돈을 뜯어내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지회가 타투이스트를 위한 법률자문·지원단 구성을 추진하는 이유다.

김 지회장은 “타투 관련 문제에 특화된 법률자문 지원단을 구성하고 상담콜 센터를 운영해 각종 불이익으로부터 조합원을 안전하게 보호하겠다”고 강조했다.

배혜정  bhj@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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