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청은 2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인근 고 문중원 시민분향소 옆 천막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탈북단체 천막 등에 대해 행정대집행을 시행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한다는 이유다. 공무원 100여명과 용역인력 200여명, 경찰 12중 등이 동원됐다. 고 문중원 기수 추모 천막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시민대책위와 충돌이 발생했다. 일부는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고, 5명은 경찰에 연행됐다.
고 문중원 기수 장인 오준식씨는 “어제저녁부터 오늘 아침까지 잠 한숨 못 잤는데, 제 딸은 분향소에서 차 지나가는 소리가 날 때마다 벌떡 일어났다”며 “정말 원통하고 분하고 치가 떨린다”고 말했다. 고인의 유족과 시민대책위는 전날 밤부터 농성장 인근에서 밤을 샜다.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하고 4명의 마사회 노동자가 죽었다”며 “코로나19 사태를 막는 데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하지만 정말 국민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고인의 아버지 문군옥씨는 “마사회는 막강한 권한만 가지고 책임은 지지 않는다”며 “더 이상의 죽음을 막기 위해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잘못했는지 유서에) 적시하고 내 아들이 세상을 떠났는데 마사회는 자기들과는 관계없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제발 천막 철거를 하지 말아 달라고 했는데 이게 뭐냐”며 “우리는 오갈 데 없는 상황이다. 정말 이건 민주주의가 아니다”고 울분을 토했다.
천막이 철거된 뒤 정오께 시민대책위는 청와대에 항의 뜻을 전달하기 위해 ‘정부가 책임져라’는 문구가 적힌 헛상여를 들고 청와대 앞까지 행진했다. 행진하기 전 시민대책위와 용역인력은 다시 한 번 충돌했다. 공공운수노조 간부 8명은 이날 오전부터 농성장 강제철거에 항의하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 사무실에서 농성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