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업무에 대한 부담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근로감독관이 순직을 인정받았다.

26일 고용노동부공무원직장협의회(의장 김성규)에 따르면 공무원연금공단 공무원재해보상연금위원회는 지난 24일 재심 결과 고 최아무개씨의 유족이 낸 순직유족보상금 청구를 승인했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이었던 최씨는 2018년 2월24일 전북 익산 자택에서 투신했다. 익산지청에서 산업안전업무를 담당하다 광주노동청 근로개선지도과로 승진·전보된 지 12일째 되는 날이었다.

유족은 “발령 후 새로운 업무를 맡으며 현격히 증가한 업무량과 책임감, 초과근무에 민원인을 상대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공무상 재해에 따른 순직유족보상금을 청구했다. 익산지청에서 광주노동청으로 옮기면서 최씨의 담당 사업장(4천971곳)과 담당 노동자(3만7천931명)는 이전보다 1.6배씩 증가했다. 담당 사건도 83건(진정사건 79건·고소사건 4건)이나 됐다. 민원 스트레스도 심했다. 사망 3일 전 악성 민원전화를 받고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업무 도중 자리를 이탈한 일도 있었다. 최씨는 전보 닷새 만인 2월17일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고, 우울병 장애와 적응장애 진단을 받았다. 닷새 후인 2월23일 상태가 악화돼 정신과 진료를 받고 난 다음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공무원연금공단은 최씨의 죽음이 “심적 부담과 스트레스에 의한 게 아니라 개인적 성향 등 공무와 무관한 이유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공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공단은 아무리 새로운 업무부담 등 환경변화가 있었더라도 단기간에 우울증이 발병해 사망에 이르렀다고 보기 힘들고, 최씨가 일상적이고 통상적인 업무를 했을 뿐 다른 감독관들에 비해 특별히 과로하지 않았다고 봤다.

유족측은 재심에서 전보 전 산재예방관리과의 업무와 전보 후 맡게 된 근로개선지도과의 업무 내용과 대상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피력했다.

배연직 공인노무사(토마토노무법인)는 “전보 전 고인이 11년간 맡았던 산재예방관리과 업무와 근로개선지도과 업무가 완전히 다른데도, 공단이 일상적이고 통상적인 업무라고 본 것은 근로감독관 부서별 업무분장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오류”라며 “대다수 근로감독관은 노사 간 분쟁 중재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 때문에 근로개선지도과 업무 수행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규 의장은 “최 감독관의 순직이 인정돼 다행”이라며 “매일 노심초사하며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감독관들의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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