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트산업노조 온라인배송지회(준)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대형마트의 온라인배송기사에 대한 코로나19 안전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생수 1박스에는 1.5리터짜리가 6개씩 들어 있고 쌀은 20킬로그램 나가는데 그걸 한두 개도 아니고 몇 박스, 몇 가마니씩 한 집에 배달할 때도 있어요. 그럼 계단을 서너 번씩 오르내리죠. 중량물 제한이 없으니까요. 매일 진통제 먹고 통증 완화 주사도 맞고 물리치료도 하고 해요. 그러지 않으면 버틸 수가 없어요.”

홈플러스온라인몰을 통해 주문된 물품을 배송하는 온라인 배송기사 이수암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만큼이나 최근 급격히 늘어난 물량이 두렵다고 한다. 한 달 동안 할당된 가구(750~780가구)를 배달하면 기본급과 유류비·근속수당·세차비 등의 명목으로 320만원가량을 받는다. 가구별 중량 제한이 따로 없어 고객이 주문하는 대로 배송할 수밖에 없다. 노동자들은 최근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물량이 대폭 늘어나 상차와 배송 모두 지연되고 있지만 홈플러스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2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마트산업노조 온라인배송지회(준)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회는 홈플러스 온라인 배송기사들로 구성돼 있다. 지회는 “대형마트는 늘어난 물량만큼 피커(주문 상품을 창고·매장에서 찾고 정리하는 인력·Picker)와 배송인력을 충원하고 고용노동부는 배송기사 안전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온라인 배송기사는 물류회사와 업무위탁계약을 맺고 자기 소유 차량을 가지고 일한다. 고정급 이외에 할당 가구를 초과해 배송할 경우 가구당 2천400원의 수수료를 추가로 받는다. 하지만 초과근로를 해도 특수고용직이라는 신분 탓에 연장근로수당을 받지 못한다.

코로나19로 물량이 크게 늘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온라인 배송기사 근무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였다. 그런데 최근 온라인 배송기사의 배송 출발시간이 1시간에서 최대 4시간까지 지연되고 있다. 홈플러스 온라인 배송기사는 자신이 속한 홈플러스 점포에 하루 세 차례(오전 10시·오후 2시·오후 6시) 들러 주문 물품을 싣고 나간다. 오후 6시에 출발해야 할 배송차량이 상차 지연으로 오후 10시에 배송을 시작하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물량과 배달 가구수가 늘어나니 온라인 배송기사는 평소보다 2~3시간 늦은 밤 10~11시나 새벽에 퇴근하는 일이 잦아졌다고 한다.

김기완 노조 위원장은 “온라인 배송기사는 자신의 건강이 위협받는데도 원청이 시키는 대로 늘어난 업무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마스크나 손소독제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회는 “현장에서는 코로나19보다 과로로 쓰러지는 것 아니냐는 소리가 나온다”며 “원청은 물량이 늘어난 만큼 더 많이 일해야 하는 노동자들의 보호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동부는 위험에 노출된 채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대형마트를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지회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서울지방노동청 관계자에게 요구안을 전달했다.

홈플러스측은 “배송기사는 대형마트 소속 직원이 아니라 운송사와 계약된 개인사업자”라며 “그분들이 각종 처우개선 요구를 대형마트측에 요구하는 행위를 수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고객 주문 상품의 중량 배분을 위해 상품별로 제한수량을 지정해 운영하고 있고 마트 3사는 현재 배송차량을 증차해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생수처럼 특정 상품 주문시 주문 제한수량이 있긴 하지만 다른 브랜드 유사상품을 주문하는 방식으로 주문이 가능해 사실상 중량제한 제도가 작동하지 않는 상태”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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