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사업장들의 휴업이 속출하고 있다. 얼마 전 코로나19 관련 법률의견서를 검토했다. 조합원들이 중국인 등 다중이용 사업장에서 근무해야 하는 상황이라 노동조합이 만약의 경우를 상정해 질의한 것이었다. 의견서 초안을 작성한 유아무개 변호사에게 여러 차례 다시 작성하도록 하고서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코로나19로 사업장이 폐쇄될 경우 휴업수당을 지급받을 수 있는가’와 ‘노사가 합의하면 평균임금 70%로 받는 휴업수당이 아닌 임금 전액을 지급받을 수 있는가’라는 질의였다. 그리고서 오늘 지난 뉴스를 검색하다가 고용노동부가 최근 ‘코로나19(COVID-19) 예방 및 확산 방지를 위한 사업장 대응 지침’을 마련해 배포했는데, 여기서 코로나19와 관련해 휴업하게 되는 경우 휴업수당 지급에 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런데 노동부 대응 지침을 읽어 보니 자문노조 의견서를 검토하면서 내가 했던 판단과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었다. 일부이긴 해도, 그 대응 지침에서 휴업수당에 관한 노동부의 해설은 유 변호사가 처음 작성한 의견서 초안의 판단 같은 것도 있었다. 그러니, 졸지에 나는 심각해졌다.

2. 노동부는 “감염병예방법상 입원·격리되는 경우가 아니라도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필요한 경우 휴가·재택근무 또는 휴업을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내용을 적극 지도한다”며, 코로나19 관련 휴업에 있어서는 “사업주 자체판단으로 휴업시”에는 “휴업수당 지급”이 필요하고, “정부의 격리조치 등 불가항력으로 휴업시”에는 “휴업수당이 미발생”한다고 대응 지침에서 해설하고 있었다(9면). 이와 관련해 노동부가 전국 주요 지역에서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는데, 거기서 노동부는 “사업장에 접촉자 등이 없어 현실적으로 감염 가능성이 낮은데도 자발적으로 휴업하는 경우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평균임금의 70% 이상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하고, “중국의 부품공급 중단으로 인한 매출 감소 등을 이유로 휴업하는 때도 수당을 지급해야” 하지만, “추가 감염방지를 위한 정부 대책으로 감염병예방법에 의거해 휴업하거나 근로자 중 접촉자가 있어 방역을 위해 휴업한 경우엔 수당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안내하고 있다고 언론보도까지 나오고 있었다. 이러한 노동부의 휴업수당 해설에 관해 살펴보다가 민주노총 홈페이지에서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이 올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노동법 10문10답’을 읽게 됐다. 정부 대책으로 감염병예방법에 의거해서 휴업한 경우와 관련해 “발열 등 증상이 있어 노동자 스스로 자가격리를 하고 있음에도 사업주가 출근명령을 해서 감염 전파가 돼 휴업한 경우 등과 같이 사업주의 과실 및 예견가능성”이 커서 “사용자의 책임이 확인되는 경우에는 휴업수당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인 부분만 노동부 해설과 달랐고 나머지는 다르지 않았다(3면). 그래서, 나는 더 심각할 수밖에 없었다.

3. 근로기준법은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휴업하는 경우에 사용자는 휴업기간 동안 그 근로자에게 평균임금의 100분의 70 이상의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휴업수당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46조1항). 그리고 “부득이한 사유로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 불가능하여 노동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휴업수당액조차 감액해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같은 조 2항). 실제로 2017년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는 중국인 단체관광 중단조치로 인해 중국 전담 여행사의 휴업시 휴업수당을 전액 감액했던 사례도 있었다(서울지노위 2017휴업1). 이렇게 근로기준법은 사용자 귀책사유를 휴업수당 지급사유로 규정하고, 이마저도 노동위원회를 통해 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뭐, 노동위원회 승인에 따라 감액되는 것이야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일단 휴업수당 지급사유에는 해당해야 하는 것이니 노동자로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사업장이 폐쇄돼 일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 걱정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자문노조에서 질의를 한 것이며, 민주노총은 홈페이지에 이와 관련한 노동법 해설자료를 게재한 것이겠다. 사용자 귀책사유로 휴업하게 되면 휴업수당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니 ‘과연 사용자의 귀책사유에 해당할 것인가’가 궁금한 것이다. 사용자에게 귀책사유가 없다면 지급받을 수 없다는 것이니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서 그 귀책사유를 알고 싶은 것이다.

4. 근로계약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이에 대해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체결된 계약”이다(근로기준법 2조1항4호). 그런데 이렇게 근로계약을 체결한 자는 자주적인 인간이 결코 아니다. 우리 법원이 반복해서 판결한 바에 따르면 사용자에 종속돼 그 지휘·명령에 복종해서 일해야 하는 ‘근로자’다. 스스로 사업장에서 자신을 위해 일하는 자가 결코 아닌 것이다. 그러니 사업장에 출근해서 사용자가 자신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 계약상 자신이 할 의무를 한 것이니 계약이행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사용자가 사정이 있어 사용하지 못했다고 해도 그건 근로자가 부담할 위험이 아니다. 그건 사용자가 부담해야 한다. 이렇게 근로계약 법리를 읽는다면 근로자가 사업장에 출근하기만 하면 임금의 100%를 사용자가 지급해야 한다고 해야 한다. 더구나 민법은 일반 계약관계에서조차 “당사자 일방의 채무가 채권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상대방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538조). 이에 따르면 분명히 사용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근로자의 근로제공이라는 채무이행을 할 수 없게 된 경우라면 근로계약의 상대방인 사용자에게 임금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 된다. 그런데 여기서 임금은 70%가 아닌, 근로를 제공했으면 받았을 임금 전액을 말한다. 이렇게 보자면, 근로자의 권리를 특별히 더 보장하겠다며 노동자를 ‘근로자’로 특별취급하는 노동법이 아닌, 그저 일반취급하는 민법에 의할 때에도 사용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노동자가 노무제공을 하지 못해도 임금 전액을 지급받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근로기준법은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휴업하는 경우에 70%만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니 도대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특별취급의 노동법이 사실은 사용자를 위해 노동자를 기망한 것이었단 말인가. 기망이 아니라고 변명하려면,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한 휴업수당의 지급사유는 ‘사용자의 귀책사유’란 민법에 따라 근로계약 이행불능에 따른 책임을 부담하게 되는 ‘사용자의 책임 있는 사유’가 다른 것이어야 한다. 그것은 사용자가 민법상으로는 ‘책임 있는 사유’에 해당하지 않지만 근로기준법상 ‘귀책사유’에는 해당해야 한다고 말해야 한다. 실제로 온갖 노동법 교과서들은 이렇게 쓰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도대체가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한 휴업수당은 변명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거기까지다. 민법상 ‘사용자의 책임 있는 사유’와 달리 “고의·과실에 이를 필요가 없고, 원칙적으로 사용자의 세력범위 안에서 발생한 경영장애”라고 말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당한다는 것인지 아리송하기만 하다. 그러니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휴업하게 될 경우 근로기준법상 사용자 귀책사유에 해당해서 휴업수당을 지급받을 수 있는지에 관해서만 우리 노동조합들은 질의하고, 이에 대해 노동부 그리고 심지어 민주노총도 해설하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그 해설에 대해 나는 아래와 같이 읽을 수밖에 없다.

5. 노동부는 “감염병예방법상 입원·격리되는 경우가 아니라도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사용자가 휴업을 활용하도록 적극 지도하겠다고 대응 지침에서 밝혔는데, 이에 따라 사용자가 사업장 휴업을 단행한 것이라면, 노동자는 휴업수당으로 평균임금 70%가 아니라 임금 전액을 청구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국가가 법령에 따라 강제해서 사용자가 어쩔 수 없이 하는 휴업이 아니고, 법적 의무가 없음에도 정부 지도에 따라 하는 휴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민법상 이행불능도 아니고 그저 노무수령을 거부한 사용자로서 노동자의 임금 손실 전액을 배상해야 한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사업주 자체판단으로 휴업시”에는 “휴업수당 지급”이 필요하다고 해설했지만 “감염병예방법상 입원·격리되는 경우가 아니라도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필요하다”고 사용자가 자체판단으로 휴업한 것이라면 위와 같이 노동자에게 임금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 따라서 “사업장에 접촉자 등이 없어 현실적으로 감염 가능성이 낮은데도 자발적으로 휴업하는 경우”에는 노동자는 임금 전액을 청구할 수 있다. 그리고 노동부는 “정부의 격리조치 등 불가항력으로 휴업시”에는 “휴업수당이 미발생”한다고 해설했지만, 이는 정부의 격리조치 등이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사업장 폐쇄 등 사유에 해당해서 사용자가 그에 따라야 하는 경우여야 한다. 감염병예방법은 “감염병 환자 등이 있는 장소나 감염병병원체에 오염됐다고 인정되는 장소”를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일시적 폐쇄 등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했는데(47조), 코로나19 확진자가 감염된 상태에서 근무했던 사업장인 경우 이에 따라 폐쇄조치를 할 수 있다. 그런데 코로나19 감염예방을 위해 사용자가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휴업수당 미발생”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고, 이때는 심지어 임금 전액을 지급해야 할 수 있다. 노동부는 “중국의 부품공급 중단으로 인한 매출 감소 등을 이유로 휴업하는” 경우에도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해설했지만, 이때에도 사용자의 책임 있는 사유에 해당해 노동자는 임금 전액을 청구할 수도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나아가 “발열 등 증상이 있어 노동자 스스로 자가격리를 하고 있음에도 사업주가 출근명령을 하여 감염 전파가 되어 휴업한 경우 등과 같이 사업주의 과실 및 예견가능성”이 커서 “사용자의 책임이 확인되는 경우”(민주노총 홈페이지 노동법 10문10답)라면,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상 휴업수당이 아니라 임금 전액을 청구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위와 같이 민법상 계약법리로 임금 전액을 청구할 수 있다면, 근로기준법상 휴업수당으로서 노동위원회의 승인으로 감면할 대상도 아니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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