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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물량팀 추락사 5개월 전 사고와 ‘판박이’무너진 안전시스템에 신음하는 비정규 노동자들
▲ 금속노조

최근 발생한 현대중공업 울산공장 LNG선 탱크 내 트러스(작업용 발판 구조물)를 제작하던 물량팀 노동자 추락사와 지난해 9월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협착 사망사고가 판박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두 사고는 현대중공업이 해당 작업을 외주화한 뒤 제대로 된 안전조치를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벌어졌다. 위험의 외주화에 따른 안전망 부재로 비정규 노동자들만 죽어 나가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본지 2020년 2월24일자 2면 ‘현대중공업 물량팀 노동자 추락 현장, 안전그물망 하나 없었다’ 참조>

안전망 부재로 5개월 만에 다시 하청노동자 숨져

24일 금속노조와 현대중공업지부에 따르면 지난 22일 물량팀 노동자 추락사고와 지난해 9월 현대중공업에서 작업 중 18톤 테스트캡에 목이 끼여 숨진 하청노동자 협착사고는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많다.

두 사고 모두 원청인 현대중공업이 해당 작업 전체를 하청업체에 외주화하고, 재해자들은 최소한의 안전조치가 마련되지 않은 조건에서 위험작업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해 9월20일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부 패널공장 서편 PE장에서 압력테스트를 마친 탱크 기압헤드(캡) 제거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소속 박아무개씨가 본체 철판과 테스트캡 사이에 목이 끼여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무게가 18톤에 달하는 테스트캡을 제거할 때는 크레인으로 상부를 고정시켜야 하는데, 박씨는 고정돼 있지 않은 테스트캡 밑에서 작업하다 꺾여진 캡에 변을 당했다. 현장에는 안전감시자가 없었다. 당시 원청인 현대중공업이 하청노동자 보호조치를 부실하게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사고가 발생한 탱크 외에도 14개 탱크 테스트캡 제거가 모두 크레인 고정 없이 진행됐는데도, 현대중공업은 안전보건조치 이행 여부를 점검하지 않았다.

지난 22일 현대중공업 LNG선 탱크 내 트러스 작업장에서 일어난 추락사도 비슷하다. 재해자 김아무개씨는 고정되지 않은 합판을 밟아 중심을 잃고 15미터 아래로 떨어졌는데, 현장에는 추락방지를 위한 안전그물망·난간대가 없었다. 작업자 안전벨트에 연결하는 안전대는 전체 구간에 설치돼 있지 않았고, 엘리베이터 개구부는 울타리·안전망 없이 개방돼 있었다.

작업마다 발생할 수 있는 유해·위험요인을 사전에 점검하고, 매뉴얼에 따라 예방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한 표준작업지도서는 부실했다. 원청은 작업현장 안전조치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작업허가서를 발부했고, 안전관리자와 안전요원을 현장에 배치하지 않았다.

“빨리 빨리”에 내몰린 하청노동자들

노조와 지부는 두 사고가 추락·끼임 등 재해 유형만 다를 뿐 “위험의 외주화에 따른 노동자 살인”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현대중공업은 끼임 사고가 발생한 이른바 ‘단고테(나이지리아 회사) 프로젝트’ 전체를 하청업체에 외주화했다. 외주화 이전 원청 노동자들이 동일작업을 수행할 때에는 크레인으로 테스트캡을 지지한 후 안전하게 작업을 수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은 트러스를 조립하고 해제하는 작업 전체를 외주화했다. 지부는 “30여명의 노동자가 단 11일 만에 대형 트러스를 제작해야 한다”며 “하청업체와 물량팀 노동자들은 작업기일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작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추락사는 물량팀이 작업을 시작한 지 7일 만에 벌어졌다. 현장에서는 공기단축을 위해 트러스 상·하단 조립이 동시에 이어졌다. 파이프를 고정시키지 않은 채 단을 올린 뒤 움직이는 파이프에 합판을 올려 볼트를 고정시키는 방식으로 작업이 진행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부 소극적 태도에 참사 반복”

현대중공업의 무너진 안전시스템에 의해 노동자 사망사고가 되풀이되는데도 이를 감독해야 할 노동부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부에 따르면 올해 1월1일부터 이달 22일까지 크레인 충돌사고를 비롯해 화상·감전·추락·끼임 등 38건의 사고성재해가 발생했다. 지부는 이달 초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울산지청에 “산재사고가 잦다”며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했지만 울산지청은 “사망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와 지부는 이날 오후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부가 53일간 38건의 산재사고가 발생한 현대중공업을 감독했다면 안타까운 사망사고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노동부는 직무유기에 대해 사과하고, 현대중공업 전체 공정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조와 지부는 기자회견 후 김종철 울산지청장을 만나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했다. 박세민 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코로나19 때문에 감독 시점을 정하진 않았지만 철저하게 감독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말했다.

배혜정  bhj@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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