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기사보기 다음 기사보기 2024-04-19 굳은살 박인 손 바로가기 복사하기 본문 글씨 줄이기 본문 글씨 키우기 스크롤 이동 상태바 포토뉴스 굳은살 박인 손 기자명 정기훈 입력 2020.02.24 08:00 댓글 0 다른 공유 찾기 바로가기 본문 글씨 키우기 본문 글씨 줄이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페이스북(으)로 기사보내기 트위터(으)로 기사보내기 카카오스토리(으)로 기사보내기 URL복사(으)로 기사보내기 닫기 ▲ <정기훈 기자>생선은 대가리가 제일 맛있다고, 한겨울 맨손으로 다니면서도 손 시리지 않다고 아빠가 자주 말했는데 그게 다 거짓말이란 걸 나중에 알았다. 종종 팔씨름하느라 잡아 본 아빠 손은 온통 거칠었다. 굳은살이 두꺼웠고, 여기저기가 쩍쩍 갈라졌다. 시멘트 독 때문이라고 엄마가 말해 줬다. 장갑 좀 끼라는 엄마 잔소리가 부족했던지, 아빠가 장갑 낀 걸 지금껏 본 적이 없다. 집 안팎 이런저런 것들을 만들고 고치느라 여전히 바쁜 그 억센 손은 지금도 맨손이다. 두꺼운 굳은살을 장갑처럼 끼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손에는 오랜 밥벌이의 흔적이 남게 마련이다. 사람들은 밥 벌러 오늘 또 일터로 간다. 일하다 죽거나 다치지 않게, 또 적정한 노동조건을 요구하기 위해 사람들은 노동조합으로 모였다. 좀 나아지자고 하는 일은 헌법이 보장한 권리였지만, 가시밭길이며 빙판길을 걷는 일이 되곤 한다. 노조를 인정하라는 말이 2020년의 싸움 구호다. 교섭 촉구하느라 길에 앉았다. 봄 가까운 줄 알았는데, 된바람에 눈발 날린다. 시린 손에 핫팩 쥐고 달래 본다. 빙빙 돌던 어느 설비에 손가락이 끼여 다쳤다는 동료의 이야기를 길에서 나눈다. 아들과 놀아 주지 못해 미안한 아빠 얘기에 주먹 들어 화답한다. 프라이팬 위 생선 뒤집듯 손등과 손바닥을 고루 핫팩에 꼭 붙여 지진다. 굳은살 박인 거친 손도 시린 법이다. 정기훈 photo@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 공유 이메일 기사저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비밀번호 닫기 기사 댓글 0 댓글 접기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댓글 내용입력 비회원 로그인 이름 비밀번호 댓글 내용입력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회원 로그인 비회원 글쓰기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로그인 옵션 창닫기
▲ <정기훈 기자>생선은 대가리가 제일 맛있다고, 한겨울 맨손으로 다니면서도 손 시리지 않다고 아빠가 자주 말했는데 그게 다 거짓말이란 걸 나중에 알았다. 종종 팔씨름하느라 잡아 본 아빠 손은 온통 거칠었다. 굳은살이 두꺼웠고, 여기저기가 쩍쩍 갈라졌다. 시멘트 독 때문이라고 엄마가 말해 줬다. 장갑 좀 끼라는 엄마 잔소리가 부족했던지, 아빠가 장갑 낀 걸 지금껏 본 적이 없다. 집 안팎 이런저런 것들을 만들고 고치느라 여전히 바쁜 그 억센 손은 지금도 맨손이다. 두꺼운 굳은살을 장갑처럼 끼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손에는 오랜 밥벌이의 흔적이 남게 마련이다. 사람들은 밥 벌러 오늘 또 일터로 간다. 일하다 죽거나 다치지 않게, 또 적정한 노동조건을 요구하기 위해 사람들은 노동조합으로 모였다. 좀 나아지자고 하는 일은 헌법이 보장한 권리였지만, 가시밭길이며 빙판길을 걷는 일이 되곤 한다. 노조를 인정하라는 말이 2020년의 싸움 구호다. 교섭 촉구하느라 길에 앉았다. 봄 가까운 줄 알았는데, 된바람에 눈발 날린다. 시린 손에 핫팩 쥐고 달래 본다. 빙빙 돌던 어느 설비에 손가락이 끼여 다쳤다는 동료의 이야기를 길에서 나눈다. 아들과 놀아 주지 못해 미안한 아빠 얘기에 주먹 들어 화답한다. 프라이팬 위 생선 뒤집듯 손등과 손바닥을 고루 핫팩에 꼭 붙여 지진다. 굳은살 박인 거친 손도 시린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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