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연 변호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

“변호사님 그게 될까요? 출퇴근 과정의 ‘사고’도 아닌데요?” 출퇴근 과정에서 코로나19 감염인 접촉을 산업재해로 볼 수 있지 않냐고 하자, 사무실 공인노무사가 처음 보인 반응이었다. 저녁을 먹었으니 일을 해야 하는데 산재 여부를 논쟁하고 있으니까 급기야 다른 노무사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개념으로서의 사고”가 무엇인지에 관한 논문을 찾아서 올려 버렸다. 독일 논의를 바탕으로 ‘사고’의 판단지표로 시간적 경계성(이례성·비의도성), 외적 사건, 건강손해의 존재를 제시하고 있었고, 찬물을 뒤집어쓴 느낌이었다.

사실 ‘신종 코로나 노동법 10문 10답’을 사무실 차원에서 작성해서 배포하게 된 계기에는 몇 가지 배경이 있었다. 중국 한 항공사가 한국 승무원만 중국노선에 배치한다는 보도에 화도 났고(현재는 철회됐다), 결정적으로는 지난 4일 어떤 신문에서 출퇴근길 감염은 산재를 인정받을 수 없다고 단정한 것도 있었다(현재는 수정됐다). 그래서 필자가 아예 관련 노동법 쟁점을 가능한 한 모아서 검토해 보자고 제안했고, 원래는 2월5일 반박 보도자료처럼 내려고 했던 것에 살이 붙고 길어져서 다음날 오전 모두 둘러앉아 검토회의까지 하고 배포해 보니 반응이 뜨거웠다.

다시 쟁점으로 돌아가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37조1항3호는 ‘출퇴근 재해’를 재해유형으로 두고 가목과 나목에서 이를 각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로 정의하고 있는데, 권동희 노무사는 위 ‘사고’는 예시에 불과하므로 감염인 접촉과 같은 비사고성 재해 역시 당연히 보호돼야 한다고 단칼에 정리했다. 반면 필자는 감염인 접촉 자체는 외력(外力)에 의한 ‘출퇴근 사고’이고, 1항 본문이 ‘각 호 사유로 발생한 질병’을 업무상재해로 규정하므로 개념적으로 포섭이 가능하다는 생각이었다.

그렇다면 출퇴근길에 걸린 감기·독감·결막염 등 감염병 일체가 모두 업무상재해일까? 이에 대해서는 그렇다는 견해와 아니라는 견해가 대립했다. 처음에는 항시 유행하는 질병의 감염인과의 접촉은 상존하는 외적 위험이므로 ‘사고’의 판단지표인 이례성·비의도성이 부족하나, 산재보험의 ‘생활보장적 성격’과 전염병 유행 자체의 이례성을 개별적으로 고려해 다퉈 볼 필요가 있겠다.

그렇다면 출퇴근 재해는 어느 범위까지 인정받을 수 있을까. 출퇴근 재해의 인정 목적은 출퇴근으로 인해 노동자가 상시적으로 노출될 수 있는 ‘통상적이고 내재된 위험’(예를 들어 교통사고)에 대해서만 보호하는 것인가? 반드시 그러한 속성의 위험에 국한할 수는 없다고 본다. 가령 노동자가 출근 도중 해일에 휩쓸렸다고 가정하면, 산재보험법 시행령 31조가 ‘사업장 내’ 천재지변을 업무상사고로 인정하는 것과 동일한 보호가치를 가진 사고이므로 업무상재해라고 봐야 할 것이다. 퇴근길에 강도상해를 당했다면? 퇴근시 이용하는 통상의 경로가 우범지역이거나 연장근로로 인해 밤늦게 퇴근했다면 업무 중 제3자의 가해행위를 유발한 것과 동일한 정도의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2월11일 근로복지공단이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산재보상 업무처리방안을 신속하게 마련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업무상질병 조사 대상을 보면, 비보건의료 종사자로서 ‘감염위험이 높은 직업군’(검역관·해외출장자·비행기 탑승자·동료근로자 접촉자)으로 한정돼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 상당인과관계만 인정되면, 업무 특성상 불특정 다수를 접촉하는 등 감염위험이 높은 직업군 전반을 고위험군으로 봐야 한다.

사실 산업재해 여부는 무급휴직과 해고 등 당장 코로나19로 인해 직면한 고용 불안정성에 비해 부차적인 논의일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부당한 무급휴직이나 징계가 없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단 한 사람의 노동자도 이번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사망해서는 안 된다. 현 사태로 인해 분투하고 있는 보건의료 종사자들의 건강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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