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외에 임시로 무대를 만들거나 영화·방송 프로그램을 촬영하는 제작현장이 건설현장만큼이나 위험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공연법에 안전총괄책임자를 두고 안전교육을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대부분 지켜지지 않아 발생한 인재라는 분석이다.

23일 안전보건공단 산하 안전보건연구원의 ‘방송·영화 제작현장 스태프의 산업안전보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방송 제작현장에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164건의 산업재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번 사고가 나면 3개월 이상 치료해야 하는 대형사고가 85건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특히 실내보다는 실외에서 이뤄지는 방송제작 현장에서 산업재해 발생빈도나 강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제작 장소별로 보면 실내가 76건인데 실외는 88건으로 12건이 많았다. 실외 사고에는 사망사고도 1건 포함돼 있다. 제작 유형별로는 △드라마 14건 △영화 1건 △시사·오락 68건 △실외무대 55건 △실내공연 26건으로 나타났다. 사고 유형별로는 넘어짐 사고가 40건, 추락 사고가 45건으로 두 유형의 사고가 절반을 차지했다.

그러나 이러한 통계는 실제 현장에서 벌어지는 산재사고 일부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연구진은 10곳의 방송현장을 찾아가 104명의 스태프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촬영 스태프 38% △무대 설치·해체 스태프 26% △조명 설치·해체 스태프 44%가 사고를 직접 경험했다고 답했다. 산재사고 경험은 실외 세트장 또는 실외무대 작업이 실내 스튜디오 작업보다 2배 높았다. 그런데 사고 경험자 10명 중 4명은 치료비용을 전액 개인이 부담했다. 산재보험으로 처리한 경우는 31%에 그쳤고 치료비용 전액을 방송사나 제작사·위탁용역업체가 부담한 경우는 15%를 차지했다. 8%는 치료하지 않고 그냥 방치했다고 응답했다.

연구책임자인 진상은 부산대 교수(산업공학)는 보고서에서 “방송 제작현장에 복잡한 하도급 관계와 안전 의무에 대한 불확실한 책임소재로 인해 산재사고 부담이 작업자 개인에게 가중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진 교수는 “야외에서 이뤄지는 방송 제작현장은 건설현장과 작업방식이나 고용형태가 비슷하고 사고유형도 유사하다”며 “문제는 방송 제작현장 대부분 공연법에서 규정한 안전책임자 배치나 안전교육 실시, 안전보호구 지급 같은 기본적인 수칙을 지키지 않고 있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방송 제작현장의 복잡한 하도급 구조를 반영해 최초 도급계약시 법적 안전관리비의 정확한 계상과 적정 사용항목 선정,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