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법원이 무기계약직 신분을 이유로 한 차별에 제동을 거는 판결을 잇따라 내놓고 있어 주목된다. 정부가 2017년 7월 무기계약직에 대한 처우·인사시스템 개선을 약속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추진계획’이 발표된 후에도 무기계약직 차별이 유지되는 상황이라 단기적으로는 사법적 구제를 통해 차별을 시정하고, 이를 제도적 개선방안과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무기계약직 신분을 이유로 차별? 위법

민주노총 법률원(원장 신인수)은 20일 최근 판례·결정례를 통해 무기계약직 차별시정 현황을 분석한 이슈페이퍼를 내놓았다. 민주노총 법률원에 따르면 최근 법원이 무기계약직 차별의 심각성과 문제점을 반영해 전향적으로 판결하고 있다. 지난해 12월24일 계약직으로 2년 근무한 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노동자들에게 정규직과 같은 취업규칙을 적용해 처우를 동일하게 해야 한다고 본 대법원 판결이 대표적이다.

대전MBC 계약직 노동자 7명은 2010~2011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지만, 정규직보다 임금 등을 적게 받았다. 이들은 정규직과 처우를 같게 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1심은 “무기계약직에 대한 취업규칙이 따로 없다”며 “정규직 취업규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런데 2심은 “별도의 취업규칙은 없지만 고용계약서를 정규직과 다르게 작성해 일률 적용해 왔다”며 “고용계약서 내용이 취업규칙에 준한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달리 봤다. 해당 사업장에 동종 또는 유사업무를 하는 정규직이 있을 경우 달리 정함이 없는 한 정규직 취업규칙이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었다. 법률원은 “무기계약직에게 적용되는 별도 취업규칙 없이 근로계약서만 작성한 경우 정규직 취업규칙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법률원은 무기계약직에게 적용되는 별도 취업규칙을 통해 차등적 처우가 있는 경우 △차별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차별이 근로내용과 무관한 사정을 이유로 한 차별인지 △헌법상 평등원칙, 근로기준법상 균등처우원칙,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원칙에 위배되는지 따져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3월에는 대학이 전업인지, 비전업인지를 따져 시간강사 강사료를 다르게 지급하는 것은 차별적 처우라고 본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근로내용과 무관한 사정을 이유로 불합리한 임금 차등을 두는 것은 위법하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해당 근로계약서에 전업과 비전업을 구분해 강사료를 차등지급하는 내용이 이미 포함돼 있더라도 균등대우원칙과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위배된다고 봤다. 법률원은 “전업·비전업 여부, 정규직·무기계약직 여부 같이 근로내용과 무관한 사정을 이유로 한 임금·복리후생 차별이 문제되는 사례에서 근로자를 보호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복리후생비 차별도 위법

중앙행정기관·지방자치단체 무기계약직은 정규직 공무원뿐만 아니라 같은 무기계약직 간에도 전환시기·소속부서 등에 따라 임금체계가 달라 차별이 발생한다. 기관별 예산 사정에 따라 무기계약직을 관리하다 보니 호봉제도·승급제도·복리후생비 기준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경찰청의 기존 무기계약직은 정근수당가산금·정근수당을 받는 반면, 2017년 정부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전환된 무기계약직은 지급받지 못한다. 법률원은 “동일기관에서 동종·유사업무를 하는데도 전환시기나 부서에 따라 임금체계를 달리해 차별하는 것은 근로내용과 무관한 다른 사정을 이유로 한 차별이란 점에서 헌법상 평등원칙·근기법상 균등처우원칙에 위배된다”며 “이 경우 다른 무기계약직을 비교 대상으로 차별받은 임금상당액을 청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법률원은 복리후생비를 차별받는 경우도 소송 제기시 승소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요컨대 대법원은 기본급·정근수당·성과상여금 등 항목은 채용경로나 고용형태, 장기근속 여부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며 차별의 합리성을 비교적 폭넓게 인정하는 반면, 가족수당·맞춤형 복지포인트·명절휴가비·자녀학비보조금 같은 복리후생비는 모든 직원에게 일률적·정기적·보편적으로 지급된다는 점에서 차별을 합리적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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