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혜성 기간제교사노조 위원장

지난 11일 서울시교육청은 기간제교사에게 보직·담임 업무 떠넘기기를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기간제교사가 기피업무·과중업무로 고통받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2017년 기간제교사노조가 실시한 “시급히 해결돼야 할 차별”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기피업무·과중업무 분장이 두 번째로 지목됐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서 보직교사(학교에 있는 각 부서의 총괄 책임을 맡은 부장교사)를 맡고 있는 기간제교사가 52명이다. 이는 전체 보직교사수에 비하면 소수지만 이 중 절반이 기피업무인 생활지도부를 맡고 있는 게 문제다.

생활지도부는 사안이 발생하면 야근을 밥 먹듯 하고, 학부모·학생과의 관계가 틀어지기도 한다. 심한 경우 절차에 따른 업무추진이었음에도 부장교사나 담당교사가 고소를 당하기도 한다. 기피할 수밖에 없는 업무다. 기간제교사인 보직교사가 유독 생활지도부에 몰려 있다는 것은 업무 분장에서 차별이 발생하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담임 역시 마찬가지다. 기간제교사 중 담임을 맡고 있는 비율은 매년 높아져 현재는 절반이 넘는다.

그럼에도 기간제교사들이 서울시교육청 발표를 환영할 수 없는 것은 실효성은 없고 오히려 문제만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간제교사들이 과중업무·기피업무에 시달리는 것은 기간제교사의 조건 때문이다. 매년 계약을 해야 하는 기간제교사가 주어진 기피업무나 과중업무를 못하겠다고 거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서울시가 밝힌 “정규교사에 비해 불리하게 업무를 배정하지 않도록 권장”하고 “본인의 희망”여부를 묻는 조치가 실효성이 없는 까닭이다.

기간제교사 중에도 관리·감독 업무를 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가 있는 교사들이 얼마든지 있다. 학생들과 더 깊게 소통하기 위해 담임을 원하는 기간제교사도 많다. 담임이나 보직을 맡는 기간제교사가 많다는 것은 기간제교사가 정규교사와 동일한 일을 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간제교사가 분노하는 이유는 같은 일을 하면서도 차별받는 현실 때문이다. 이번에 서울시교육청은 몇 가지 처우개선 조치를 내놓았다. 물론 그중 일부는 기간제교사들이 어렵게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통해 따낸 조치들이다.

그 외에 육아휴직·유산휴가·사산휴가 등을 보장하고, 병가도 60일로 늘렸다.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 역시 기간제교사들에게 그림의 떡일 가능성이 높다. 이미 법으로 보장된 출산휴가도 제대로 쓸 수 없는 것이 기간제교사의 현실이다. 육아돌봄시간·모성보호시간 등도 사용하려면 관리자의 눈치를 봐야 한다. 대놓고 “권리를 다 챙기면서 기간제교사 오래 할 수 있냐”고 타박하는 관리자들도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기간제교사의 의무채용기간을 최소 3개월에서 6개월로 변경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정규교사가 6개월 이상 휴직할 때 가능하다고 한다. 참 하나 마나 한 소리다.

이미 학교는 교사 부족으로 정규교사든, 기간제교사든 고통받고 있다. 교사들은 학생부 기록, 수행평가 점수 등을 비롯한 성적 때문에 학생·학부모와 갈등이 생기고, 학부모에게 소송을 당하는 일들이 벌어진다. 학생부뿐만 아니다. 교무부를 비롯해 교육과정 운영에 따라 시기별로 각 부서가 중심이 되는 때가 있다. 어느 부서는 어렵고 어느 부서는 쉽다고 말할 수 없다.

입시경쟁교육과 정규교사 부족으로 교사들은 너나없이 격무에 시달린 탓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2017년 전교조 발표에 따르면 정규교사 39%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 기간제교사는 51.7%가 우울증을 앓는다고 한다. 기피업무가 생길 수밖에 없는 조건에서 교사들은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학교에 필요한 만큼 충분한 수의 정규교사를 임용하지 않고, 비정규직인 기간제교사를 증원해서 온갖 차별과 고용불안에 시달리게 하는 것이 진정한 문제의 핵심이다. 그러므로 정규교원 확충과 더불어 기간제교사를 정규직화해야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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