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가 발생한 지 17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승객 여러분께서도 그날의 아픔을 기억하며 희생자를 추모하는 마음에 동참해 주시기 바랍니다.”

18일 오전 9시53분 대구도시철도 열차에 울린 안내방송 내용이다. 대구도시철도공사가 운영하는 모든 열차는 같은 시각 경적을 울린 뒤 안내방송으로 희생자를 추모했다. 2·18안전문화재단은 이날 오전 대구 동구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 추모탑 앞에서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17주기 추모식을 개최했다. 재단은 “안전한 세상을 우리 손으로 만들자”는 목적으로 희생자 유가족들이 2016년 설립했다.

유가족들은 17년 전 입은 상처를 고스란히 간직하며 살고 있다. 김태일 재단 이사장은 “우리 사회가 참사를 기억하고 그 의미를 되새겨 규범으로 받아들일 때 참사 피해자의 트라우마가 아물 수 있다”며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일은 개인의 노력과 동시에 사회·국가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황명애 대구지하철 참사 희생자 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절절한 추모의 말보다 그리움의 이름을 불러 보려 한다”며 “모두 그리운 가족의 이름을 크게 부르며 사랑한다고 외쳐 달라”고 호소했다.

추모식은 묵념, 추모공연, 유족 인사말, 분향·헌화 순서로 진행됐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 등 재난 피해자 가족, 전국철도지하철노조협의회(궤도협의회) 소속 노동자들도 함께했다.

한편 궤도협의회는 지난 17일부터 1박2일간 대구를 찾아 추모집회와 참사 현장을 답사했다. 궤도협의회는 “안전은 참사의 기억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교훈을 제대로 기록하고 기억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며 “대구지하철 참사를 잊지 않으며 안전한 열차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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