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20.2.22 토 08:00
상단여백
HOME 칼럼 연재칼럼 비정규직 활동가의 차별없는 세상 속으로
20대 국회에서 여당과 ‘진보정당’은 무엇을 했는가윤애림 노동권 연구활동가
▲ 윤애림 노동권 연구활동가

총선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 정당들이 공약을 쏟아 내고 있다. 정치권에서 이른바 ‘민생공약’이라 부르는 것들을 중심으로 살펴보자면 더불어민주당은 공공 와이파이 확대 구축, 벤처기업 차등의결권 도입, 청년 및 신혼 주택 10만호 공급 등을 내세웠다. 20대 총선과 비교해 보면 더불어민주당 공약에서 노동 관련 내용이 사라진 것이 눈에 띈다. 2016년에 민주당 1호 공약은 ‘좋은 일자리 창출과 행복한 민생경제’였고, 세부정책으로 비정규직 차별 해소,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등이 담겨 있었다. 정의당은 21대 총선 공약으로 ‘전태일 3법’이라는 제목 아래 5명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특수고용 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 관련 법 개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등을 내걸었다.

총선을 몇 달 앞둔 시간은 또 노동조합과 단체들이 앞다퉈 정당이나 총선 후보들과 정책협약을 맺는 시기이기도 하다. 각 조직들이 추구하는 법 제·개정에 관해 유력 후보나 정당의 약속을 이끌어 내고 이를 기준으로 유권자의 심판을 조직한다는 캠페인 사업들이 우후죽순 벌어진다. 때로는 정책협약 수준을 넘어 노조·단체 출신 인사들이 대거 입당하거나 후보로 나서면서 직접 민생정치를 실현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는 지난 20여년간 그런 공약(公約)들이 공약(空約)으로 바뀌는 것을 수없이 지켜봐 왔다. 시간과 지면의 한계로, 20대 국회만 잠깐 살펴보기로 하자. 모든 일하는 사람의 노동기본권 보장과 관련해 대표적인 것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일 것이다. 20대 국회에서 의원입법안으로만 31개의 노조법 개정안이 제안됐다. 이 중 일본식 한자어를 한글로 순화하는 내용의 3개 개정안을 제외하고 정당별로 보자면, 더불어민주당이 8개, 정의당이 4개, 민중당이 1개, 자유한국당이 15개의 노조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자유한국당의 노조법 개정안은 거의 전부가 현행 노조법보다 노동 3권을 더 억압하는 개악안이라 논외로 하더라도, 10여개의 노조법 개정안이 20대 국회에 제출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 의원입법안 중 몇 개나 20대 국회에서 논의 또는 처리가 됐을까? 놀랍게도 처리된 의안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따라 법인·단체에 관한 노조법 양벌규정을 개정한 단 한 건에 불과하다. 법개정안 심사를 위한 첫 관문이라 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회에서 논의된 경우도 2019년 7월15일 단 한 차례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때의 논의는 정부가 ILO 기본협약 비준을 명분으로 노조법 개악을 동시추진하겠다고 밝힌 후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3년으로 연장하고, 쟁의행위 찬반투표 절차를 현행보다 엄격하게 하고, 노조의 부당노동행위를 신설하는 등 노조법을 더 개악하자는 안을 중심적으로 논의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이렇게 항변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국회에서 압도적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지 못하고, 20대 국회 후반기의 환노위 위원장을 자유한국당이 맡고, 정의당은 고용노동소위에서도 배제되는 등 현재 국회 구조상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법 개정을 추진하기가 어려웠다고.

그렇다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은 이런 국회 구조상 한계를 넘어 노조법 개정을 추진하기 위한 어떤 사업을 진행했을까? 이를 살펴볼 수 있는 한 가지 지표로 국회의원실에서 주최한 정책토론회나 의정보고서에서 ‘노동’이나 ‘노동조합’ 등 키워드로 검색해 봤다. 노조나 단체가 의원실과 공동주최 형식으로 사실상 이름만 빌린 경우를 제외하면, 더불어민주당·정의당 국회의원실에서 독자적 사업으로 진행한 경우는 한 건도 찾기 어려웠다(만약 있었다면 알려 주시라).

여당과 이른바 ‘진보정당’이 노조·단체의 입법청원을 받아서 또는 보도자료용으로 법안을 발의하고 실제 그 법안의 통과를 위해서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모습을 우리는 지켜봐만 왔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정당들이 ‘민생’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노동기본권의 수준을 현재보다 한 치라도 끌어올리기 위해 21대 국회에서 실제 어떤 노력을 기울일 것인지,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정책협약식보다 더 필요한 것은 하나의 법안이라도 노동기본권 신장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처리되도록 집요하게 국회와 정치권을 압박하기 위한 우리의 활동계획이다.

노동권 연구활동가 (laboryun@naver.com)

윤애림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윤애림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