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영 기자
문재인 정부 들어 보수진영에서 비판을 받은 의제 중 하나는 최저임금이다.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했고, 괄목할 만한 성과도 냈다. 그러나 경제위기를 내세운 보수진영의 최저임금 때리기에 1만원 공약은 멈춰 섰고 급기야 을과 을의 전쟁으로 비화했다. 최저임금 인상은 필수불가결하지만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임금노동자의 16%에 달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관련 의제를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이 아닌 ‘최저임금 미달 노동자 0% 만들기’로 국민 공감을 이끌어 내 실질적인 사회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운동·진보정치, 국민 공감·동참 만들어 내지 못해”

민중당과 같은 당 김종훈 의원이 1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보정치가 놓치고 있던 노동문제들’ 토론회를 열었다.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이자 변호사(법무법인 향법)가 발제자로 오랜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 사회 전체 불평등 문제 해소를 위한 노동운동과 진보정치의 역할을 제시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만큼이나 문재인 정부가 야심 차게 밀어붙였고 노동계의 핵심 요구였던 ‘최저임금 1만원 달성’과 관련한 의제 전환을 제안했다.

이 변호사는 “최저임금 인상은 저소득층 생활안정과 사회적 형평성 증진에 꼭 필요한 것”이라면서도 “2020년 총선에서 최저임금 1만원, 2022년 대선에서 최저임금 1만2천원 달성을 요구하면 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최저임금이 올라도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 비율이 늘어나고 있고, 그 비율은 지난해 기준 16%였다”며 “최저임금 미달 노동자들이 최저임금만큼은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혁하는 것이 지금은 최저임금 대폭 인상보다 더 급하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이 아닌 ‘최저임금 미달 노동자 2022년까지 0% 만들기’로 의제를 전환하자는 주장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수진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 운영위원은 고졸노동자들의 노동실태를 고발하며 실습학생이라는 이유로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성화고 학생들은 졸업하기 전에 취업연계를 위해 산업체 현장실습을 나가는데, 실습생이 학생이라는 이유로 최저시급의 70%를 준다”며 “배움의 정도와 노동의 정도는 같지만 학력이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임금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최저임금 의제 변경 외에도 △일하다 죽는 사람이 없도록 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노동운동과 진보정치 내 차별과 배제 점검 및 개선을 진보진영에 주문했다.

“조직된 노동자, 미조직·비정규 노동자와 한편 돼야”

시대의 변화와 정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최근 노조 조직률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8년 전국 노동조합 조직현황’을 보면 국내 노동조합의 전체 조합원은 233만1천명(11.8%)으로,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 이후 최고 수준을 보였다. 그러나 전체 임금노동자 2천만명 가운데 미조직 노동자는 1천750만명이다. 비정규 노동자는 1천1만명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미조직·비정규 노동자를 끌어안지 못한 기존 조직노동자 중심 노동운동에 대한 반성과 함께 모든 노동자가 노동기본권과 노조할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노동운동이 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상균 권리찾기유니온 권유하다 대표는 “100만 민주노총과 1천750만 미조직 노동자가 한편이 돼 2천만 노동자를 노동자계급으로 우뚝 서게 하는 길은 쉽지 않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다”며 “조직노동자의 노동운동이 노동조합조차 할 수 없는 1천만명에 달하는 오늘의 전태일과 한편이 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근로기준법과 노조로 단결할 권리가 보장되는 세상을 위해 1천만명의 전태일이 나서고 조직노동자가 기적처럼 손을 잡는 연대 확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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