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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중심 사고에 대한 오해김승현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시선)
▲ 김승현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시선)

“그렇게 느꼈어요. 그러니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주장을 하며 제기하는 사건 10건 중 7~8건은 직장내 괴롭힘이나 성희롱 사건이다. 필자는 상담을 하며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겪은 가해자의 행위양상과 그 확정된 결과물에 대한 가치평가를 살핀다. 이는 필자가 직업적으로 해야 하는 다소 기술적인 부분으로 사건 관련 당위성과는 관련이 없다.

이러한 기술적 점검을 하면서 필자가 최근 느낀 것은 과거와 양상이 다소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첫째는 직장내 괴롭힘 등의 법률을 요긴하게 활용하는 주체가 꼭 노동자만이 아니라는 점이고, 둘째는 행위양상이 복잡해지고 인간관계 내면에 내재돼 있는 그 무엇을 판단해야 하는 제3자에게 입체적·효율적으로 내용을 전달해야 하는 어려운 사건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건이 미묘해지고 이해관계도 복잡해져 단편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워진 만큼 최근 직장내 괴롭힘 등의 사건에서 더욱 중요시되는 것은 피해 사실의 객관적 지표들이다. 피해자가 주장하는 가해 행위의 특정성과 인과관계, 경험칙 등 다양한 요소를 판단 지표로 주장하는 것이 먼저고 그 뒤 이를 해석하는 방법이나 가치판단에 피해자 중심적 해석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덧붙인다. 이것이 필자가 생각하는 피해자 중심적 사고의 당위적 모습이다.

그런데 피해자 중심이라는 개념을 다소 오해한 주장들이 있다. 객관적 지표보다 피해자의 느낌과 생각을 주장하면, 그 노동자의 요구에 따라 가해자가 처벌되거나 징계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사용자·노동자 가릴 것 없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러한 정보에 근거해 피해 노동자는 제3의 판단기구에 잘못된 방식으로 피해를 주장한다. 결국 피해 노동자는 주장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보통이다. 나아가 외부의 객관적 지표조사 없이 사용자에 의해 가해자로 지목돼 묻지마 징계처분 등을 받는 경우도 있다. 필자는 이를 오해된 피해자 중심적 사고의 폐해라 부른다.

대표적으로 필자가 경험한 피해자 중심적 사고의 오해 사례는 이러하다. 한 여성노동자가 남성노동자에 대해 다수의 동료 앞에서 큰소리로 다음과 같이 외쳤다. “○○○님 성희롱하셨잖아요. 요즘은 증거 없이 일관된 진술로 처벌되는 것 아시죠?” 성희롱 내용은 그 남성노동자가 자리를 이동할 때마다 자신을 성적인 눈빛으로 봤다는 것이고, 여성노동자가 외친 이유는 동료들의 진술을 수집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사건은 여성노동자의 의도와 다르게 흘러갔다. 성희롱 여부가 쟁점이 되기보다는 이 말을 한 여성노동자 발언의 명예훼손 문제가 더 쟁점이 돼 버렸다. 눈빛을 성희롱으로 입증하는 것보다 그 여성노동자의 공개적 외침이 법적 처벌에 더욱 가까운 것이 현실이다.

또 하나의 사례는 사용자에 의해 구조조정 방편으로 사용되는 직장내 괴롭힘 문제다. 이 사례가 요즘 눈에 띌 정도로 늘어나고 있다. 주로 구조조정 대상자가 된 관리자급 직원에게 회사가 관여해 직장내 괴롭힘 또는 성희롱 가해자로 확정지어 해고로 나아가는 경우다. 이러한 사건 양상의 특징은 피해자라고 진술하는 사람은 다수이나 그 행위의 내용은 없다는 것이다. 예컨대 피해자인 사람들이 확인서를 회사 주도 아래 대량으로 작성해 제출하지만 내용에 행위 사실 특징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 확인서의 용도는 가해 노동자에 대한 중징계의 나쁜 심증을 형성하게 하거나 양정의 부분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필자는 보고 있다. 또 회사는 하나의 사건을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근 10년간 가해자라고 지목한 사람의 근무태도와 실적도 함께 조사해 사건을 진행한다. 그러다 보니 가해자의 징계 사유는 보통 10가지를 넘어가며 오래전 일이라 소명하기도 어렵다. 이때 회사가 주장하는 내용은 피해자들이 피해를 받았다고 주장하니 피해자 중심적으로 해석해 가해 노동자를 징계해야 한다는 오해된 피해자 중심적 사고에 관한 주장을 펼친다.

위 오해된 피해자 중심 사고의 궁극적 피해자는 노동자들이다. 고용노동부와 같은 정부 기관은 현재 오해된 피해자 중심 사고를 전혀 반영하지 않으며 법원이라 해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필자는 오해된 피해자 중심의 사고는 노동사건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우며 그 부작용 역시 만만치 않다고 주장하며 당위성을 가진 피해자 중심의 사고는 행위 사실에 상태를 해석하는 방법으로 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김승현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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