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은 4월22일 공개변론을 열고 단체협약의 산재유족 특별채용 조항을 인정할지 여부를 살핀다. 노동계는 “유족이 사회적 약자로 전락하지 않게 생계 보호 차원에서 기업 책임을 단협에 명시한 것”이라며 해당 조항 인정을 주장한다. 금속노조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업무상재해로 숨진 직원의 직계가족을 특별채용하는 단체협약 조항을 인정할지 여부를 4월22일 공개변론을 통해 가린다. 사회질서를 위배해 무효로 봐야 하는지, 단협으로 특별채용을 규정할 수 있는지, 특별채용 조항 인정 여부가 사회에 미칠 영향 등을 두고 사용자측과 노동자측이 변론 과정에서 열띤 공방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별채용 무효’ 원심 판결 3년7개월 만에 공개변론

9일 노동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4월22일 오후 대법원 청사 2층 대법정에서 산재유족 특별채용과 관련한 사건의 공개변론을 연다. 산재유족 특별채용 단협 문제를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 사건으로 본 셈이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해당 단협 조항을 무효라고 판결한 바 있다.

1985년 기아자동차에 입사한 이아무개(사망당시 49세)씨는 소하리공장과 시화연구소에서 생산직으로 일했다. 기아차와 현대차가 합병한 이후인 2008년 2월 현대차 남양연구소로 전출됐다. 전출된 해 8월 이씨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투병한 지 2년 만인 2010년 7월 숨졌다. 금형세척작업에서 벤젠이 다량 포함된 시너와 도료를 사용한 것이 발병 원인으로 지목됐다. 2013년 업무상재해로 인정됐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와 기아자동차지부가 회사가 맺은 단협에는 “업무상재해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에 대해 결격사유가 없는 한 요청일로부터 6월 이내 특별채용하도록 한다”는 조항이 있다. 그런데 이씨가 산재로 숨진 것이 확인됐는데도 두 개 지부 중 어느 한 곳도 단협 이행을 회사측에 요구하지 않자 고인의 동료들이 나섰다.

고인의 유족은 2014년 이씨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현대·기아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소송에서 업무상재해에 책임을 질 것과 고인의 직계가족을 특별채용하라고 요구했다. 1·2심 재판부는 회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지만 특별채용 요구는 기각했다.

1·2심 재판부의 판결문은 노동계에서 최근까지도 회자된다. 서울중앙지법은 2015년 10월 판결에서 “결격사유가 없는 한 유족의 채용을 확정하도록 하는 단체협약은 사실상 일자리를 물려주는 결과를 초래하고, 나아가 귀족 노동자 계급의 출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우리 사회 정의관념에 반한다”고 밝혔다. 2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은 2016년 8월 “일자리를 대물림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나아가 사실상 고착된 노동자 계급의 출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우리 사회의 정의관념에 반한다”고 적시했다.

이 같은 하급심 판결을 두고 박근혜 정권의 입맛에 맞춰진 결론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고용노동부는 2015년 3월 전국 2천769개 사업장 단체협약 실태를 전수조사한 결과 우선·특별채용 단협 사업장이 698개라고 발표했다. 이를 근거로 유일교섭단체 조항, 노조 운영비 지원, 특별채용 등 관련 단협 개정을 노사에 권고했다.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은 이 같은 단협을 현대판 음서제에 비유하며 “고용세습을 근절하라”고 정부에 주문했다. 쉬운 해고를 위한 2대 행정지침(공정인사 지침·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을 밀어붙이던 노동부에 힘을 실어 줬다. 노동부 시정명령으로 특별채용 조항을 가진 사업장은 2018년 10월 기준으로 13곳만 남았다.

“특별채용은 사회질서 위배한 것”
“산재 가족 보호 측면에서 사회형평성 부합”


대법원은 이씨 유족이 서울고법 판결에 불복해 상고한 지 3년7개월이 지난 4월에서야 전원합의체를 열고 변론을 시작한다. 최근 대법원이 유족측에 변론기일 지정 사실을 알리며 밝힌 공개변론 개요에 따르면 재판 과정에서 단협 인정 여부를 두고 다양한 논의가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특별채용이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위배되는지 여부가 첫번째 쟁점이다. 1·2심 재판부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는 민법 조항을 근거로 사용자측 손을 들어줬다.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국가유공자법)에 따라 유공자 가족의 특별채용을 허용하는 것과 단협으로 특별채용을 인정하는 것의 차이점·같은 점도 살핀다. 특별채용이 취업기회 제공의 평등에 반한다는 주장, 산재에 대한 배려라는 점에서 오히려 형평에 부합한다는 양측 주장도 검토한다.

특별채용 단협 유형과 도입 사업장·적용 사례를 파악하고, 산재유족에 대한 보호가 금전보상으로 충분한지 아니면 특별채용을 통한 보호가 필요한지 여부도 본다. 산재유족 특별채용 인정 여부가 노동계·산업계에 미칠 영향까지도 전망한다.

유족측 변호를 맡은 김상은 변호사(법률사무소 새날)는 “재판을 너무 늦게 시작한 점은 안타깝지만 전원합의체를 통해 산재 유가족 특별채용이 선량한 풍속과 사회질서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게 됐다”며 “산재사망자 가족을 어떻게 보호해야 할지 등에 대해 종합적인 검토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