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김기완(43·사진) 마트산업노조 위원장이 ‘노동자 직접정치’를 기치로 내걸고 4·15 총선에 출사표를 던졌다. 서비스연맹 수석부위원장을 겸임하는 그는 “국회에 ‘해 주세요’라는 청원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며 “21대 국회를 국민의 통제와 노동자들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국민의 국회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기완 위원장은 비정규 노동자로 14년 동안 노조 불모지였던 홈플러스에 2013년 노조를 설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같은해 홈플러스노조 초대 위원장으로 선출된 때부터 김 위원장은 자신이 계획했던 목표를 하나둘씩 실현해 왔다. 2014년에는 0.5시간 계약제를 폐지하는 데 합의하고 기본급 중심의 임금체계를 만들었다. 이는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기틀이 됐다. 지난해 홈플러스 노사는 1만4천명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합의했다. 2017년 마트산업노조를 출범해 “비정규직도 가입할 수 있는 산별노조 만들기”라는 목표도 일부 달성했다.

그는 이제 ‘노동자 직접정치’를 꿈꾼다. 김 위원장은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주인이 되려면 노조의 힘이 강해져야 하는 것처럼 노동자들이 세상의 주인이 되려면 노동자가 정치적 힘을 키워야 한다”며 “노동자 직접정치는 노동자가 가장 빠르게 정치적 힘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자,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나라를 만드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마트노조 사무실에서 김 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5일 민중당 비례대표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민중당은 3월 2일부터 4일까지 국민이 참여하는 ‘민중공천제’를 거쳐 비례대표 후보명부를 확정한다.

 

▲ 정기훈 기자

“20대 국회 최악, 국민 의사 철저하게 무시”

- 민중당 비례대표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총선 출마를 결심한 배경은 무엇인가.
“서비스노동자의 명령을 받아 출마하게 됐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지난해 가을부터 올해 초까지 조직 내 많은 논의가 있었다. 마트노조 상무집행위원회의와 중앙집행위원회의를 거치고 현장의 의사를 대표하는 지회장들과도 여러 차례 토론했다. 마트노동자가 직접 출마해 우리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으로 입장이 좁혀졌다. 노동자 직접정치만큼 노동자의 정치적 힘을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1월 중순 열린 서비스연맹 상무집행위원회와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연맹 대표로 내가 민중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하는 것이 최종 결정됐다. 노동자의 힘을 키워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으로 만들고자 한다.”

- 민중당이 생소한 국민도 많을 듯하다.
“민중당은 노동자·농민·빈민·청년·여성이 직접 창당한 당이다. 대표적인 진보정당으로 자주국가·평등사회·통일세상을 민중의 직접정치로 만들어 내자는 강령을 가지고 있다. 서비스연맹은 민중당을 창당할 때부터 전략적 동맹 관계를 맺고 함께 연대·투쟁하고 있다. 당조직도 활발히 운영된다. 당원 가입 후 중앙당만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5명 이상의 당원이 모여 분회를 만들고, 5개 이상의 분회가 모여 사업장 혹은 지역 중심의 현장위원회를 구성한다. 현장위원들은 광역시도당 운영위원회에 의결권을 가지고 참여한다. 당원들은 분회활동으로 중앙당에 의견을 전달한다. 민중당에는 600~700개의 분회가 활동하고 있어, 전국 동시다발적인 1인 시위도 가능하다. 민중의 직접정치 모습 중 하나를 실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국민의 국회 건설’ ‘국회를 뒤집자’가 이번 총선의 주요 슬로건이다.
“20대 국회는 최악의 국회다. 촛불항쟁 이후 촛불정부라고 자임하는 정부가 들어섰고, 20대 국회는 ‘적폐청산 사회대개혁’의 요구가 터져 나오는 한가운데 있었다. 하지만 국회는 철저히 국민 의사를 무시하고,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행동했다. 재벌의 이익·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해 싸우고 노동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했다. 노동자들은 하루만 출근을 안 해도 월급이 깎이지만 국회의원은 국회가 80일 동안 열리지 않아도 수천 만원의 월급을 받아 간다. 노동자는 국회 앞에서 노동개악에 항의했다고 경찰에 연행되는데 국회의원은 ‘빠루’(장도리)를 쥐고 국회에서 난동을 피워도 처벌받지 않는다. 국회를 바꿔야 한다.”
 

“민중이 나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게 할 것”

- 1호 공약이 국회의원 특권 폐지법이다.
“현장 노동자들이 말한다. 국회의원 월급이 1천만원씩 되니까 기를 쓰고 들어가려 하는 것 아니냐고, 최저임금을 주면 똑바로 일하려는 사람만 들어가지 않겠냐고 말이다. 수많은 특권이 있으니 모두가 국회의원이 되려 한다. 하지만 이런 특권을 국회의원 스스로 내려놓을 리 없다. 우리가 나서야 한다. 국회의원 특권 폐지법의 구체적 내용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노동자·농민 등 10만명의 국민발안위원을 모집하고 의견을 모아 법을 만들 예정이다.”

민중당은 지난해 12월부터 10만명을 목표로 국민발안위원을 모집 중이다. 발안위원들은 △국회의원 소환제 △국민발안제 △국민투표제 △면책·불체포 특권 폐지 △부동산 백지신탁제 가운데 두 가지를 선택해 폐지할 국회의원 특권의 우선순위를 정한다.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법안은 지역·노동현장 발안위원 5~15명으로 구성된 소규모 심의위원회와 3월15일 최종심의위원회를 거쳐 민중당 총선 1호 공약으로 채택한다.

- 국민이 직접 민중당의 1호 공약을 결정한다. 새로운 시도다.
“10만명으로 출발하지만 50만명, 100만명, 수백 만명으로 점차 확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노동자·민중이 법안을 자기 손으로 선택하고 만드는 것은 매우 소중한 경험이다. 직접정치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 정기훈 기자

“노동자 힘 키우는 데 앞장설 것”

- 국회에는 아직 통과되지 않은 법안이 무수하게 쌓여 있다. 통과가 시급한 법이 있다면.
“의무휴업을 확대하고 노동자의 건강권을 지키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중소 상공인 단체도 함께 요구하고 있지만 통과되지 않고 있다. 법적 사각지대에 놓인 택배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안인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도 제정되지 않았다. 법의 필요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다. 법이 통과되려면 재원이 필요하고 제도를 변화시켜야 한다. 저항하는 세력이 있기 마련이다. 대표적으로 재벌 대기업의 저항을 이겨 내야 한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은 재벌 대기업에 저항할 의지가 없다.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무섭지 않은 거다. 그래서 더더욱 노동자가 직접정치를 해야 한다.”

- 자신만의 강점은 무엇인가.
“비정규 노동자 출신이다. 노조하기 어렵다던 마트 현장에서 마트노동자들과 노조를 만들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이뤄 냈다. 촛불정부도 하지 못한 일을 해낸 것이다. 하지만 안주하지 않고 마트노조라는 산별노조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정규직·비정규직, 직영·비직영, 협력업체 노동자는 누구나 노조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마트노조를 건설하고 간접고용 상태에 있는 마트노동자들이 노조를 할 수 있도록 가입을 안내하고 있다. 노조나 사업장의 이익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 이익을 위해 언제나 앞장서고 투쟁해 왔다고 자부한다. 앞으로도 노동자들의 힘을 키우는 일에 앞장설 것이다. 그게 제가 가진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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