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부터 인가연장근로 사유를 확대한 근로기준법 시행규칙이 시행된 가운데 업무량 폭증을 이유로 한 인가연장근로 신청과 인가·승인이 급증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라 불가피한 조치라는 점을 감안해도 경영사정을 이유로 한 장시간 노동이 고착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3시 기준으로 특별연장근로 인가신청 건수는 44건이다. 그중 27건을 인가했다. 바뀐 시행규칙이 시행되기 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진료·검역 관련 의료기관 한 곳이 인가를 신청한 것을 포함한 수치다.

신청 중 32건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한 것이다. 의료기관이 방역업무와 관련해 신청한 13건, 마스크·손세정제 생산업체가 신청한 6건, 중국 생산에서 국내 생산으로 전환한 제조업체가 신청한 9건, 일반기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자체 대응하기 위해 신청한 4건이다.

방역업무를 하는 의료기관과 지난달 31일 첫 인가를 받은 마스크 제조업체 한 곳 외에는 모두 업무량 폭증을 이유로 신청한 것으로 분류할 수 있다. 56.3%가 업무량 폭증으로 인가연장근로를 신청한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신청 32건 중 노동부는 23건을 인가했다. 이 중 14건이 업무량 폭증에 따른 것이다. 중국 생산이 중단돼 국내 생산으로 전환한 일반기계·건설기계부품·자동차부품 제조업체 인가가 8건이나 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무관한 인가신청은 12건이다. 12건 중 8~9건이 긴급 제설 관련 신청으로 알려졌고, 노동부는 4건을 인가했다. 전체 인가건을 기준으로 51.9%가 업무량 폭증에 따른 인가였다.

노동계는 인가연장근로 사유에 업무량 폭증을 포함한 것에 특히 반발해 왔다. 업무량 폭증은 일반적인 것인데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면 장시간 노동을 고착화한다는 이유다. 자동차부품업계는 이번 기회에 업계 전체에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지금이 특별한 상황임에는 분명하지만 긴급한 인력충원 같은 해결 방법을 먼저 강구해야 한다”며 “지금과 같은 방식에 대해서는 아무리 국가재난이라 하더라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지난해 일본 수출보복 때처럼 국민정서상 대응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도 “경영상 이유 때문에 근로기준법의 최저기준이 무너지고 전염병만큼 무서운 과로사가 발생하는 것을 두고 볼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