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노동뉴스 자료사진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자율주행차 같은 미래차로 자동차 산업이 격변기를 맞았지만, 자동차 산업의 최말단에 놓인 부품사들의 준비 정도는 매우 취약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금속노조 소속 자동차 부품사 중 현대차 그룹사를 제외하면 미래차 관련 제품을 생산하거나 관련 기술 확보를 추진하고 있는 곳은 10%도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자 생존력을 갖추지 못한 중소 규모, 하위 벤더 부품사들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자동차 부품사 노조들이 보는 미래차 시대 ‘암울’

9일 금속노조 노동연구원이 지난해 5~8월 노조 산하 자동차 부품사 노조(지회·분회) 77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분석한 ‘전환기 자동차부품산업의 현황과 전망’을 내놓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차 부품사 노조 10% 정도만 미래차 확산이 회사의 매출·순이익·고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자동차 부품사 노조들이 미래차 시대를 회의적으로 전망하는 데에는 부품사들의 낮은 준비수준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응답노조 가운데 수소차·전기차 관련 제품을 개발하고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답한 사업장은 12.7%에 불과했다. 연구개발이나 인수합병 등 관련 기술을 확보하는 중이라고 답한 곳은 13.8%에 그쳤다. 이마저도 현대차 그룹사(현대IHL·현대모비스 등)를 제외하면 미래차 관련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곳은 7.3%, 관련 기술 확보를 추진하고 있는 곳은 8.6% 수준에 불과하다.

같은 자동차 부품사라고 해도 기업규모별로 대응수준에 편차가 컸다. 1차 벤더나 1천명 이상 사업장은 대다수 미래차 관련 제품개발을 완료하고 양산단계에 들어가 있거나, 관련 기술 확보를 추진하고 있었다.

홍석범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부품사 각각의 가치사슬 지위나 지불능력이 산업구조 전환 대응수준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며 “독자적인 생존력을 갖추지 못한 중소 규모, 하위 벤더 부품사들에 특화되거나 이들을 우선하는 지원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부품사 규모별 미래차 전환 대응도 ‘천차만별’

미래차 체제전환이라는 공통 과제에 대해서도 기업규모별로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이 달랐다. 100명 미만 소규모 부품사들이 “기술개발을 위한 연구인력, 연구비 확보 문제”(4.40점) 같은 지불능력 문제를 가장 민감하게 여기고 있는 반면, 300명 미만(3.67점) 또는 1천명 미만(3.94점) 부품사들은 “완성차를 중심으로 한 공급사슬 구조와 판로 개척”을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꼽았다. 1천명 이상 초대형 부품사들은 주로 미래차 개발 방향이나 투자 분야 선정(4점)을 어려워했다. 5점 “매우 그렇다”, 3점 “보통이다”, 1점 “전혀 그렇지 않다”를 기준으로 평점을 매겼다.

요컨대 소규모 부품사들은 미래차 관련 인력·비용 등 최소한의 조건조차 충족되지 않은 상황이고, 중견업체들은 미래차 투자능력은 있지만 원청에 대한 높은 전속성과 낮은 교섭력, 판로 문제로 섣불리 독자행동에 나서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는 의미다.

금속노조 자동차 부품사들의 미래차 대응 수준은 노사관계 측면에서도 빈약했다. 응답 사업장 10곳 중 6곳(63.9%)은 사업장 내 미래차 관련 노사협의기구가 아예 없었다. 협의기구를 가동하고 있다고 답한 사업장(30.5%) 중에서도 미래차 관련 독자적인 협의기구를 구성하고 논의 중인 곳은 8.3%에 그쳤다. 나머지는 기존 노사협의회에서 관련 논의를 하거나 비정기적으로 협의하고 있었다.

홍 연구위원은 “자동차 부품사의 미래차 체제 진입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금속노조의 정책이 해당 부품사의 규모, 가치사슬 지위, 지불능력에 따라 보다 다각화하고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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