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세화 변호사(서비스연맹 법률원)

대상판결 : 서울행정법원 2019. 11. 15. 선고 2018구합50888·2018구합50932(병합)·2018구합50949(병합) 판결



1. 사건의 경위와 이 사건의 쟁점

가. CJ대한통운 주식회사와 택배집배점 위수탁계약을 체결하고 각 지역에서 집배점을 개설·운영하는 집배점주인 원고들은 택배기사들로 조직된 전국 단위 참가인 노조의 2017년 11월13일부터 2018년 10월31일 사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시행령 14조의2에 따른 각 교섭요구에 대해 노조법에 따른 교섭요구 사실 내지 교섭요구 노조 확정공고를 하지 않았다.

나. 참가인 노조의 각 시정신청에 대해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인용결정을 했고, 원고들은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는데 참가인 노조의 택배기사들이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고 참가인은 노조법상 노동조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2. 법원의 판단

가. 택배기사의 소득이 원고들에게 의존하고 있는지

수수료 수입은 택배기사의 업무로 발생한 운임 등 매출금이 1차적으로 모두 CJ대한통운에 귀속되고 위 수수료 기준은 종류와 난이도에 따라 미리 정해져 있고, 택배기사는 원고들과 정한 수수료율에 따라 일부를 공제한 금액을 지급받는데, 원고 집배점마다 수수료율은 차이가 있다.

택배기사는 기본급이나 고정급을 지급받지 않으므로 소득은 전적으로 배송 및 집화 수수료에서 발생한다. 겸업은 위수탁계약에서 원칙적으로 금지(계약해지 사유)하고 있으며 하루 평균 10~13시간의 업무시간이 소요되는 관계로 다른 택배나 화물영업을 영위하기 곤란하다.

나. 원고들이 보수를 비롯해 택배기사와 체결하는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지

원고들이 CJ대한통운으로부터 지정받은 책임배송구역은 소속 택배기사에게 분배하고 구역의 조정, 신규채용 필요성이 생길 경우 원고들이 택배기사에게 수수료율을 제시해 결정된다. 위수탁계약이 서면 없이 구두로 합의하는 경우가 상당수 존재하고 집배송 수수료율을 산정하는 객관적 기준이나 근거가 존재하지 않아 집배점별로 편차가 크다. 책임배송구역 내 사정변경으로 업무량 감축이 필요한 경우 원고들이 결정권을 행사한다.

한편 계약서상 책임배송구역의 양도를 금지하고 있고 택배기사가 CJ대한통운에서 기사코드를 부여받아야 하는 구조에서 CJ대한통운이나 원고들의 승인 없이 책임배송구역을 양도하는 것이 시스템상은 물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택배기사들이 일상적으로 책임배송구역을 거래해 수익을 얻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다. 택배기사가 원고들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원고들의 사업을 통해서 시장에 접근하는지

CJ대한통운의 택배사업은 전국적인 물류시스템을 확보하는 것이 사업수행에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며, CJ대한통운이 전국을 관할하는 지점과 터미널을 구축하고 위수탁계약을 통해 집배점을 설치해 영위되고 있으므로 이 사건 택배기사는 집배점에 소속돼 원고들의 사업을 통해 택배사업 시장에 접근할 수밖에 없다. 택배기사는 위 물류시스템에 따라 처리되는 화물을 직접 고객에게 배송하고 고객으로부터 집화하는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사업 수행에 필수적이고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라. 택배기사와 원고들의 법률관계가 상당한 정도로 지속적·전속적인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화물자동차법) 시행규칙 6조3항에 따르면 택배운송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특정 택배사와의 전속 운송계약서를 제출해야만 국토교통부 장관의 허가를 받을 수 있고, 또한 해당 택배기사가 소속된 집배점주도 위 전속계약 당사자로 참여해 CJ대한통운의 영업방침을 준수해야 할 관리책임을 부담하며 동종 택배업의 겸업이 금지돼 있으므로 택배기사가 원고들과 전속된 법률관계를 맺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마. 원고들과 이 사건 택배기사 사이에 어느 정도 지휘·감독 관계가 존재하는지

업무개시와 종료시간도 복수의 CJ대한통운 간선차량이 서브터미널에 최초·최후 도착하는 시간 여하에 따라 좌우되므로(최후 도착하는 시간이 길어질 경우 대기시간이 길어져 업무 종료시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CJ대한통운의 물류배송시스템에 종속돼 있을 뿐만 아니라 업무매뉴얼 등에 작업시간 10분 전 출근 등이 명시돼 있다. 집배점주가 지각한 택배기사에게 배송·집화 물량을 조정하겠다고 하거나 지각을 반복하는 경우 재계약을 하지 않는 등의 조치를 취하기도 한다.

또한 택배기사들은 CJ대한통운에서 업무매뉴얼, 각종 지침 등에 따라 직접 지시를 받기도 하고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배송·집화 단계별로 진행상황과 미진행 사유를 실시간으로 보고하도록 돼 있고 이것이 실시간으로 CJ대한통운 전산시스템에 전송돼 조회가 가능하다. 집배점주도 집배점주회의 결과를 전달하거나 집배점회의를 개최하는 등으로 CJ대한통운의 업무상 지시를 전달하며, 엔플러스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 업무수행 과정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

나아가 아래와 같은 CS평가기준에 따라 택배기사별 서비스인증 지표를 산출해 평가한다. CJ대한통운은 각 지점 또는 서브터미널에 각 터미널별, 집배점별, 택배기사별 CS평가점수와 순위를 공개·게시해 경쟁하도록 하고 지표를 관리·독려한다. 위 지표가 좋으면 급수에 따라 포상금을 지급하거나 미달하면 학자금 지원 자격을 제한하는데 CS지표는 집배점 재계약의 기준이 되고, 택배기사에게는 계약해지 사유가 된다.

바. 노동 3권 보장 필요성

택배기사가 전국적인 물류시스템에 편입돼 택배사업에 필수적인 배송·집화 등의 노무를 제공하고 있어 택배기사나 집배점별로 핵심적 업무의 내용이 동일하다는 점, 그럼에도 집배점 수수료율의 집배점별 편차가 큰 데다 합리적 책정기준도 제시돼 않은 상태에서 원고들과 위수탁계약 체결할 때 핵심적 사항인 집배점 수수료율 책정에서는 2회전 배송 등과 같은 작업방식 변경에 따른 비용부담 등에 대해 충분한 교섭력을 갖추지 못한 점, 업무시간과 노동강도 등에 비춰 실질소득이 높지 않은 점, 산업재해에 노출될 위험이 상당함에도 산재보험 가입률이 10%대에 그치고 있으며, 택배기사들의 기본 소득을 담보하는 책임배송구역의 임의적 조정이나 계약해지 위험에 노출돼 있는 점 등에 비춰 집단적으로 단결함으로써 대등한 위치에서 교섭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3. 판결의 의의

최근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개념과 명확히 구분되는 노조법상 근로자 개념을 확립해 가고 있고, 노무제공의 실질에 비춰 조직적·경제적 종속성의 존부를 확인해 이를 토대로 한 교섭 필요성 내지 노동 3권 보장 필요성 여부를 핵심적 문제로 보고 있다. 심지어 전속성이나 소득의존성 등 일부 요소가 약하다고 하더라도 종합적 고려를 통해 교섭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노조법상 근로자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본 판결은 그러한 최근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충실히 따르는 동시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에 대한 판단기준을 염두에 둔 듯한 원고들의 단편적이고 개별적·이례적 주장은 그 일부만을 따로 떼어 내 판단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그동안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에 대한 보호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으나 법적·제도적 보호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반면 최근 인터넷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유형의 고용형태가 추가돼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이와 같은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장치가 헌법상 단결권 보장이라고 본다면, 최근 대법원 판결의 기조가 유지·강화됨은 물론 새로운 고용형태에 대한 유연한 해석·적용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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