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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감수성은 노조간부의 필수조건권오훈 공인노무사(직장갑질119 상담스태프)
▲ 권오훈 공인노무사(직장갑질119 상담스태프)

요즘 노조간부들과 인권 관련 문제를 상담하다 보면 안타까운 일에 직면하곤 한다. 가끔 노조간부들이 2차 가해자로 회사 징계 대상이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개인에게는 오점이 되고 조직에는 상처가 된다. 그 원인을 생각해 보면 성희롱 등 인권침해가 발생하면 노조간부들이 스스로 조정자 혹은 중재자가 되려고 하기 때문이다. 조합원 사이에 발생한 갈등을 효과적으로 조율하는 것이 노조간부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노조는 특정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모인 목적 지향적 조직이다. 조직 내 이해관계 갈등은 이를 방해하는 요소인 만큼 이를 조정하고 중재하는 것은 노조간부의 역할이다. 그러나 그것이 인권침해 문제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노조간부는 중재자가 아닌 인권 수호자가 돼야 한다.

대한민국헌법은 노동조합에 특별한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노동 3권이라고 불리는, 노조를 결성하고 교섭하고 파업할 수 있는 권리가 그것이다. 노동 3권이 특별한 권리인 이유는 다음 사례에서 잘 알 수 있다. 얼마 전 ○○대 교수들이 교수협의회를 노조로 전환하면서 그 이유를 “교수협의회가 가질 수 없는 법적 권리를 얻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맞는 말이다. 노조로 인정받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 사이에 많은 차이가 존재한다. 교수협의회 혹은 재건축조합 같은 직능단체들과 달리 헌법에서 유독 노조에만 특별한 권리를 허용하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노조가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조직이기 때문이다. 노조는 기본권(인권)을 지키기 위해 특별한 권리를 부여받았다. 노조 운영의 주된 주체이며 실행자인 노조간부들은 당연히 기본권(인권)의 수호자 혹은 지킴이가 돼야 한다. 특별한 권리의 대립 쌍으로 특별한 의무도 부여된다. 예를 들어 보자. 노조와 재건축조합은 조합원 이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유사할 수 있다. 그러나 노조는 설령 그것이 조합원 이익과 큰 관련이 없더라도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인권침해에 맞서 투쟁해야 한다. 그것이 특별한 책임이다. 만약 노조가 재건축조합과 동일하게 조합원 이익 극대화만 추구한다면 그것은 헌법 정신에서 말하는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특별한 조직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기 힘들게 될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노조간부가 인권 수호자로 자리 잡아야 하는 이유는 법·제도의 큰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성희롱 사건을 살펴보자.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은 2차 가해를 방지하기 위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남녀고용평등법 14조(직장내 성희롱 발생시 조치)에 따르면 사업주는 성희롱 발생 사실을 신고한 자 및 피해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 여기서 불리한 처우란 파면·정직 등 징계뿐만 아니라 집단 따돌림 등 정신적·신체적 손상을 가져오는 행위의 발생을 방치하는 행위도 포함한다. 조사 과정의 비밀을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노조간부들이 조정과 중재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법 위반 행위가 발생하곤 한다. 중립적이고 공정한 중재를 자처하면서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하고 상호 양보를 강요하기도 한다. 또 축소 시도를 하거나 조직 내부에서 침해 피해자가 요주의 인물로 낙인찍히는 것을 노조간부가 관여하거나 방치하기도 한다.

물론 노조간부도 인간이고 인간은 완벽하지 않다. “노조 일만 잘하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노조 일이란 임금인상과 복지혜택, 고용보장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노조 일이란 인권을 보호하고 혹시나 발생할 인권침해 상황에서 권리회복을 위해 함께 노력해 주는 것이다. 노조간부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 노조간부들이 인권보호 책무자라는 과제를 의식적으로 내면화하기 위해서는 노조 시스템 개혁과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실천적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노조간부들의 인권감수성 향상을 위한 의무교육을 도입해야 한다. 둘째, 노조 내 인권침해 예방과 구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조합원 간 인권침해 사건이 발생하면 노조간부도 당황하게 된다. 인권수호자로서 노조간부는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를 사전에 꾸준히 교육하고 매뉴얼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 혹은 각 산별노조에 인권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부서를 설치해야 한다. 인권은 총체성을 갖고 있다. 모든 소수자의 권리가 보장될 때 노동자 인권도 보장될 수 있다. 난민·장애인·성소수자 등 인권침해와 차별에 노조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실천해야 한다.

권오훈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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