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지난해 여름 당대표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양경규(61·사진) 정의당 사회연대임금특별위원회 위원장이 21대 총선 도전을 알렸다. 그는 지난달 2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정의당 비례 예비후보 등록 사실을 올리며 “대한민국 국회, 가장 왼쪽에 서겠다”고 밝혔다.

한국 사회 뿌리 깊은 불평등과 차별 해소를 위한 대안으로 ‘민주적 사회주의’를 제안하며 당내 민주주의 회복과 평등을 강조했던 그가 이제 한국 사회 변화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을 시작한다. 양 위원장은 21대 국회에서 “민주적 사회주의의 모습과 한국 사회의 내일, 정의당의 새로운 길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당대표 선거 당시 그가 제시한 ‘민주적 사회주의’를 두고 우려를 표한 사람도 있었다. 문제제기와 방향성에는 동의하지만 “용어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사회주의란 단어가 가진 이론과 이념적 이미지에 사회적 편견이 더해지면서 실체적 내용을 보기도 전에 거리감부터 느낄 수 있다는 비판이다. 실제 그는 당원들로부터 “민주적 사회주의라는 말을 쓰지 않으면 안 되냐”는 제안을 받기도 했다.

양 위원장은 그러나 “그럴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민주적 사회주의는 한마디로 ‘인간은 인간답게, 사회는 평등하게’로 정리할 수 있다”며 “평등의 가치와 함께하는 세상을 뜻하는 민주적 사회주의는 한국 사회 불평등과 차별 해소에 맞아떨어지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그는 “당원과 국민에게 민주적 사회주의를 좀 더 쉽게 설명하고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인터뷰는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원회관에서 진행했다. 양 위원장은 공공운수연맹 위원장과 민주노총 부위원장, 민주노동당 부대표를 지냈다.

“국회, 가장 왼쪽에 서겠다”

- 최근 지역을 돌며 당 시민선거인단 참여를 독려하고 있는데, 분위기는 어떤가.
“노동계는 조합원들이 진보정당 당내 경선에 적극 참여해 실종된 노동정치가 부활하길 바라고 있다. 양대 노총 사업장을 다수 방문했는데 현장 분위기가 좋다. 정의당 경선에도 관심이 많다. 이런 측면에서 4·15 총선과 정의당 시민선거인단 참여가 노동자들과 노동조합의 진보정치 운동, 나아가 새로운 노동운동을 제시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현장을 돌고 있다.”

- 정의당 비례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출마 결심은 언제 했나.
“지난해 당대표 선거가 끝난 후 총선 출마를 결심했다. 선거 과정을 통해 진보정당이 진보정당답게, 한국 사회 불평등과 차별 해소를 위해 제가 던진 새로운 화두, 즉 민주적 사회주의가 좀 더 확장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 당을 바꿔 내고 세상을 바꿔 낼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가기 위해 의회라는 공간이 필요하다.”

- 총선에 출마하며 ‘대한민국 국회, 가장 왼쪽에 서겠다’는 표어를 내걸었다. 어떤 의미인가.
“다양한 의미가 내포돼 있다.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국회에 가겠다는, 운동적 관점에서 가졌던 생각을 버리지 않겠다는 의미가 있다. 국회에서 정의당이 사회운동과 어떻게 의제를 공유하고 소통할 것인지, 그 방안을 만들어 내는 것은 물론 한국 사회 불평등과 차별 문제를 근본적으로 성찰하며 당의 정체성과 운영방향을 모색하겠다는 의미이기도 있다. 결국 여의도 정치와 광장의 정치, 정당정치와 사회운동, 정당운동과 대중운동, 지역운동을 결합하겠다는 의미가 표어에 담겨 있다. 20대 국회는 자유한국당이 집권했던 시기보다 성적표가 초라했다. 문재인 정부는 한국 사회 개혁이 가능한 순간을 헛발질로 보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사회 불평등과 차별해소를 위해 국회에서 정의당의 위치를 끊임없이 고민하겠다.”
 

▲ 정기훈 기자

“불평등과 차별 없는 한국 사회의 내일”

- 크게 세 가지를 공약했다. ‘민주적 사회주의의 모습, 한국 사회의 내일, 정의당의 새로운 길’을 제안하겠다고 밝혔는데.
“민주적 사회주의를 대부분 어렵게 생각한다. 한마디로 정의하면 ‘인간과 사회의 결합’이다. 이념으로서 민주가 담고 있는 자유와 인권의 인간 문제와 평등과 공존·연대·협동의 사회구조가 결합되는 것을 말한다. 사회주의에 대한 편견이 있는 것은 안다. 그러나 사회주의의 평등 가치를 존중하며 그 위에서 인간의 문제를 새롭게 이야기하고 싶었다. 즉 인간과 사회의 결합이라는 측면에서 한국 사회 대안을 제시하는 게 필요하다. 생태나 페미니즘 등은 인간에 대한 문제이지만 평등의 문제이기도 하다. 민주적 사회주의는 평등의 가치, 함께 사는 세상을 뜻한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 사회의 내일과 정의당의 새로운 길을 제안할 생각이다.”

- 민주적 사회주의라는 용어 자체가 주는 거리감이 있다.
“실제 그 용어를 안 쓰면 안 되냐는 당원들이 있었다. 취지와 방향성은 이해하지만 사회주의라는 단어에 대한 편견이 있다는 우려다. 불평등과 차별의 문제는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기후위기가 닥치는 상황에서 전 세계는 기후 불평등을 겪고 있다. 평등의 문제는 돈이 아니라 인권의 틀 속에서 봐야 한다. 우리가 살면서 겪는 문제는 결국 인권과 먹고사는, 자유와 평등의 문제다. 이것이 사회와 결합해 해소될 때 ‘인간은 인간답게, 사회는 평등하게’ 가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민주적 사회주의의 지향점이다. 불평등이나 차별이라는 말로 모든 걸 설명하기에 부족함이 있다. 당원과 국민에게 민주적 사회주의를 좀 더 쉽게 설명하고,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겠다.”

“33년 노동·진보정당 운동 역량 갖춘 노동대표”

- 국회에서 무엇을 이루고 싶나.
“우리 사회 불평등과 차별의 문제와 관련해 하나의 입법기관으로서 접근하고 해결하고자 한다. 소득 양극화 해소를 위한 일련의 법안을 책임 있게 만들고 싶다. 정의당이 최근 최고임금제 도입을 총선 공약으로 발표했는데, 이것만으로는 불평등을 해소할 수 없다. 부동산 관련 땅과 주택 문제 해결을 위한 관련 법 제정이 필요하다. 자산 소득과 임금소득 격차도 현실적 문제다. 고임금자의 임금을 제한하고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산별교섭 법제화와 연동해야 한다. 교섭체제 변화를 넘어 소득 불평등과 임금 불평등 문제로 나아가는 것이다. 실질적인 산별교섭 법제화를 통해 임금체계를 개선하고 사회적 임금이라는 인프라를 확대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시도를 국회에서 집요하고 꾸준히 추진하고 싶다.”

- 당내 다른 비례 예비후보들과 비교해 자신만의 장점이 있다면.
“좋은 정치인, 훌륭한 의정활동을 할 사람들은 많다. 다만 우리 사회의 과제, 동시에 우리 당의 과제는 새로운 리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33년간 노동운동과 대정부 투쟁·다양한 교섭을 통해 단련한 역량이 저에게는 있다. 노동이 당당한 나라를 내세운 정의당에서 노동을 대표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했을 때 높고 낮은 자리에서 한결같은 역할을 했던 제가 자격이 있다고 본다. 양대 노총의 조직노동자는 물론이고 미조직·비정규직, 다양한 형태의 노동 밖 노동자들을 위해 한국 사회를 노동이 대우받는 사회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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