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20.8.15 토 08:00
상단여백
HOME 칼럼 연재칼럼 김형탁의 시절인연
가장 부유한 자들의 고민이 된 불평등
▲ 김형탁 노회찬재단 사무총장

자본주의 세계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논의는 오래전부터 지속돼 왔다. 1월21일부터 24일까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인 다보스포럼 2020의 주제이기도 하다. 올해 주제는 “화합하고 지속가능한 세상을 위한 이해관계자들”이다. 자본 독자적으로는 지속가능한 사업 모델과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으로, 지속가능한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노동자와 소비자를 포함한 다양한 사회 이해관계자들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선언이다.

올해로 50주년을 맞게 된 세계경제포럼은 포럼을 마치면서 4차 산업혁명에서 기업의 보편적 목적인 ‘다보스 선언 2020’을 발표하고, 기업들이 따라야 할 윤리적 원칙을 새롭게 천명했다. 세계경제포럼은 선언에서 더 나은 자본주의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주주들에게만 봉사해서는 안 되며 노동자·고객·공급자·지역 공동체 및 사회 전체와 함께 가치를 공유하고 지속가능한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보스포럼은 정부 관계자와 글로벌 기업가들이 주도하는 모임이다. 이 모임이 불평등 문제를 자본주의 발전의 불가피한 결과로 이해하지 않고 지속가능한 경제를 위해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과제로 제시했다. 그러나 문제는 많은 이들이 비판하듯이 포럼에서 논의되는 의제들이 각국 정부와 글로벌 기업들의 구체적인 정책으로 전환되지 않고 말잔치로 끝난다는 점이다. 마치 전 세계 지도자들이 불평등과 기후환경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지만, 막상 포럼이 끝나고 자신의 위치로 돌아가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이전 관행을 답습할 뿐이다.

이번 포럼에서 가장 바람직한 모델로 제시된 사회가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이다. 이들 국가들은 전 세계에서 기술적으로도 가장 앞서고 혁신적일 뿐만 아니라 생활조건과 사회보호라는 측면에서도 앞서고 있어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더욱 화합적이고 지속가능한 사회로 평가받았다. 그런데 북유럽의 이러한 국가들이 바람직한 모델로 제시됐다는 것과 그 모델을 다른 나라들이 따를 수 있느냐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다. 이를 실현해야 할 주체들이 의지와 노력을 모으지 않는다면 모델은 그냥 모델일 뿐이다.

스칸디나비아 복지국가들의 특징인 높은 세금 부과율을 감당할 의지가 없다면, 그리고 강한 노동에 기반한 경제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실현할 수 없는 모델이다. 다보스포럼에 참석하고 돌아온 이들이 우리나라를 이렇게 바꾸자고 강하게 천명하는 경우를 별로 보지 못했다. 그러니 우리나라에서는 여유가 되는 참석자들이 좋은 휴양지에 가서 한 차례 세션 발표하고 충분히 쉬고 돌아오는 사교모임으로밖에 인식되지 않는다.

그러나 주체의 의지와 능력과 상관없이 다보스포럼에서 제기된 의제는 실제로 대단히 시급한 문제다. 옥스팜 인터내셔널에서는 매년 다보스포럼 개최 직전에 다보스불평등보고서를 발표한다. 올해 1월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억만장자 2천153명이 46억명의 인구보다 더 많은 부를 소유하고 있다. 가장 부유한 남성 22명이 아프리카 전체 여성보다 더 많은 부를 소유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1%가 69억명이 보유하고 있는 부보다 두 배 이상 많이 소유하고 있다. 불평등 문제는 정치적 지향과 관계없이 심각하다. 다만 다보스에서 강조하는 해결책과 옥스팜에서 제시하는 과제는 다르게 나타난다.

노동 의제에 한정해서 보자면 다보스에서는 기술혁명이 노동시장 변화를 주도하는 상황에서 교육시스템의 전면적인 개혁·평생학습체계·재교육을 통해 개인들이 경쟁력을 유지하고 경제적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할 것을 주문한다. 옥스팜의 보고서는 돌봄노동에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한다. 공동체와 지역사회, 그리고 전체 경제에서 여성들의 돌봄노동이 필수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 불평등과 경제적 불평등이 심각한 현실을 고발하고 진보적인 조세제도와 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두 가지 방향이 선택의 문제라고 보지는 않는다. 학습되고 성실하고 뛰어난 노동력을 바탕으로 성장해 왔던 한국경제가 기술혁명 시대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국가의 잠재적 경쟁력이 상실될 수 있는 위기에 처해 있다. 노동자들의 학습능력을 무시하고 과도하게 기계에 의존하는 성장모형은 이미 위기에 처했다. 소득주도 성장의 근간이 돼야 할 노동자들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돌봄노동은 사회 유지를 위해 필수적인 사회적인 일자리다. 돌봄노동자들이 처한 열악한 환경은 사회 불안정성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표지다. 부유한 자들이 조금만 더 세금을 낼 수 있다면 돌봄노동의 일자리수와 질이 상당한 수준으로 개선될 것이고 그만큼 우리 사회는 안정될 수 있다.

배움이 있었으면 실천이 따라야 한다. 전 세계 지도자들이 모여 불평등을 가장 심각한 의제로 제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천명했다면 이 나라 기업가들과 정치가들도 그 심각성을 제대로 이해했으면 한다.

노회찬재단 사무총장 (htkim82@gmail.com)

김형탁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형탁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