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희망퇴직 압박을 받은 다국적 제약회사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노조는 “회사가 특정부서만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강행하면서 발생한 일”이라고 반발했다.

30일 한국민주제약노조에 따르면 독일계 제약회사인 한국머크에서 일하는 문아무개(41)씨가 지난 21일 새벽 대전시 자택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문씨는 숨지기 몇 주 전부터 자살시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에 희망퇴직을 신청한 것과 관련해 가족들에게 “힘들다. 동료들이 다시 근무할 수 있다면 혼자서 감당할 수 있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한국머크는 문씨가 일한 순환기내분비사업부를 없애기로 하고 지난해 9월부터 의약품 판권 이전과 희망퇴직을 추진했다. 같은해 10월과 11월에 두 차례 희망퇴직을 접수한 결과 부서직원 35명 중 24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희망퇴직을 거부한 11명은 모두 서울 본사로 발령했다.

숨진 문씨는 희망퇴직을 거부하다 2차 신청기간 마지막날에 신청서를 제출했다. 올해 5월31일 퇴직할 예정이었다.

노조 머크지부(지부장 조영석)는 “구조조정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머크는 2018년 당기순이익이 50억원을 넘을 정도로 경영상태가 양호하다. 조영석 지부장은 “순환기내분비사업부 역시 적자가 발생하지 않았는데 해당 부서만 구조조정을 강행했다”며 “문씨가 강제적인 희망퇴직으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부는 유족에 대한 사과와 보상, 구조조정 대상자 원직복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측 관계자는 “항암제나 난임치료제 개발 같은 글로벌 특화 상품개발에 주력하기 위해 일반약품 사업은 국내 제약회사로 판권을 넘기고 있다”며 “희망퇴직뿐 아니라 이직이나 사내 부서전환, 직업교육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고인을 최대한 예우하기 위해 유족분들과 협의할 것”이라며 “회사 사업부 개편과 고인의 안타까운 일은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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