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애림 노동권 연구활동가

요즈음 하루가 멀다 하고 ‘플랫폼 노동’에 관한 이야기가 쏟아진다. <매일노동뉴스>가 노사정·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2020년 올해의 주목할 노동이슈’를 설문조사한 결과 ‘4차 산업혁명과 플랫폼 노동자 권리 보장’이 2위로 꼽혔다. 언론사마다 플랫폼 노동에 관한 기사를 연일 쏟아 내고, 지난해에만 수십 차례 관련 토론회가 열렸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일자리위원회·4차산업혁명위원회 등에 T/F가 구성돼 있고, 정부도 관계부처 합동 ‘향후 정책방향’ 브리핑에서 플랫폼 노동에 대한 대응방안 마련을 약속했다.

플랫폼 노동에 관한 담론은 넘치지만 정작 ‘플랫폼 노동’이 무엇인지, ‘플랫폼 노동자’를 어떻게 불러야 할지조차 공감대는 없다. 플랫폼 노동이라 불리는 취업형태 속에는 음식배달처럼 과거 임금노동자가 배달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일감을 얻는 형태로 바뀐 경우부터, 쿠팡플렉스처럼 누구든지 플랫폼을 통해 하루 단위로, 심지어 건 단위로 취업을 하는 형태, 모든 노동이 디지털 공간에서 이뤄지는 크라우드 워크까지 실로 다양하고 변화무쌍하다.

필자도 연구진으로 참여한 국가인권위원회의 ‘플랫폼 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가 지난주에 공개됐다. 언론은 “하루 8시간 이상 일해 월 152만원 번다”는 단편적 실태만 대서특필했지만, 실태조사 결과에서 오히려 주목할 것은 플랫폼이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관계 전반을 어떠한 방식으로든 통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일감을 얻을 수 있는 기회부터 보수의 액수와 지급방식, 업무수행뿐 아니라 그를 위해 대기해야 하는 시간, 좋은 평점을 받기 위해 따라야 하는 매뉴얼까지 플랫폼 노동의 전반을 플랫폼 업체가 통제한다. 최근 우아한형제들이 배민라이더의 노동시간과 보수·계약기간을 일방적으로 변경한 것처럼 플랫폼 업체가 일방적으로 기준을 결정하고 통보한다.

우리 사회에서 플랫폼 노동의 정의조차 합의가 없는 반면 대응책에 관해서는 벌써부터 특정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플랫폼 업체는 대표적 혁신사업이기 때문에 규제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를 크게 내고 있다. 검찰이 ‘타다’를 실정법 위반으로 기소했을 때 경제부총리를 필두로 정부 각 부처의 수장들이 “혁신을 잡는 낡은 규제”라고 비판한 것이 단적인 예다.

다음으로 많이 나오는 것이 플랫폼 노동의 양태가 다양한 만큼 이들을 ‘근로자’와 ‘자영인’ 사이의 회색지대로 보고,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나 산재보험 등 특례 적용 수준의 보호를 하자는 주장이다. 사실 이런 주장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정부와 재계가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대책’으로 내놓았던 것의 최신 버전이다.

반면 우리 사회에서 거의 묵살되는 목소리는 플랫폼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일하는 사람의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라는 주장이다. 라이더유니온·플랫폼노동연대를 비롯한 플랫폼 및 특수형태노동자를 조직하고 있는 당사자들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대조적으로 우리 사회보다 빨리 플랫폼 노동이 확산한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는 플랫폼 등 특수형태노동자의 단체교섭권을 보장하는 단체협약 체결이 가장 유연하고 혁신적이며 실효성 있는 보호방안이라는 데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단적으로 창립 100주년을 맞아 선언을 발표한 국제노동기구(ILO)는 “결사의 자유·적정 최저임금·노동안전 등은 취업형태와 상관없이 모든 일하는 사람에게 보장돼야 할 권리”라고 천명했다. 심지어 선진국 정부 간 클럽이라 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해 연말 발표한 보고서에서 “단체협약이야말로 임금·노동시간·작업조직·직업훈련 등에 관해 오늘날 제기되는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는 가장 유연하고, 실효성 있으며, 공정한 보호방안”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플랫폼 노동의 유형과 실태가 다양한 만큼 플랫폼 노동 당사자들이 자신의 노동관계를 통제하는 플랫폼 업체와 단체교섭을 통해 최적화된 권리 보호방안을 마련하고 실행하는 것만큼 실효성 있는 방안은 없다. 이미 당사자들은 단체교섭을 위한 노력을 시작하고 있다. 2020년은 플랫폼 노동을 포함한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요구가 강하게 들리는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노동권 연구활동가 (labory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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