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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단축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김정수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김정수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노동자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노동정책은 단연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일 것이다. 2018년 7월 300명 이상, 올해 50명 이상 사업장에서 시행 중이다. 48.7%의 직장인들이 주 52시간 근무제로 야근이 줄었다고 응답한 설문조사 결과도 있고(비슷하다 43.6%, 늘었다 7.7%), 근무시간이 하루 평균 13.5분 줄어들었다는 조사 결과도 있고, 온라인 숙박 예약 업체들의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리는 등 다양한 긍정적인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비록 올해 50명 이상 300명 미만 사업장에 적용할 때 위반시 처벌을 유예하는 계도기간을 1년간 부여하고 고용노동부 장관 인가로 이뤄지는 특별(인가)연장근로 사유에 일시적 업무량 폭증 등 ‘경영상 이유’를 추가하면서 제도 도입 취지가 상당 부분 퇴색된 것은 아쉽지만 전반적으로 개선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최근 300명 미만 기업에 종사하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 확대 시행에 대한 입장’을 조사한 결과 76.3%가 “긍정적”이라고 응답해서 중소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이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노동시간단축 문제는 ‘전쟁’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릴 만큼 전통적으로 노사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부분이다. 임금노동이 보편화된 이래 현재까지 노동시간은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다. 장시간 노동에 대한 노동자들의 불만이 응축돼 폭발하면 노동시간을 일정 시간 이하로 제한하는 제도가 도입됐고, 이는 다시 변화된 제도하에서 생활하는 노동자들의 의식수준 및 생활습관의 변화로 이어졌다. 인간다운 노동에 대한 권리의식이 향상돼 온 것이다. 노동자들의 의식수준 및 생활습관의 변화를 가져오는 제도적 개선은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재계의 격렬한 저항이 이해되는 측면이 없지 않다.

노동시간단축,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단지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 세계 대부분 나라가 경제 발전의 특정 시기에 겪는 문제다. 우리 또한 법정 노동시간이 주 40시간으로 감축됐던 2003년에 이미 겪었어야 하는 문제다. ‘1주일을 5일’이라고 주장했던 노동부의 비상식적인 행정해석으로 주 68시간이라는 초장시간 노동이 허용되는 바람에 이렇게 늦어진 것이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주 52시간 상한 근무제’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이와 더불어 노령화, 출산율 저하로 인해 생산 가능 인구가 감소하는 등 향후 노동시장을 둘러싼 급격한 변화가 예상된다. 재계와 기업들은 노동시간단축에 무조건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잘 파악하고 적극 수용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잘 이해해야 한다.

필자가 원장으로 근무하는 의원은 직원 20~30명 규모의 중소기업이다. 5년 전 처음 개원했을 당시 직원이 8명이었는데, 개원 초반에는 대부분 직원이 상당한 시간의 초과노동을 했다. 직원들은 급여를 많이 받고 의원은 경영상 이득이 있었지만 과로로 인한 피로감, 업무상 스트레스, 직원들 간의 갈등 등 폐해가 적지 않았다. 초과노동으로 인한 수당이 신규인력 채용에 드는 비용을 오히려 초과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 대한 성찰을 통해 주 40시간 근무 원칙을 가능한 한 철저히 준수하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업무량이 증가할 경우 근무시간 증가보다는 신규인력 채용을 우선 고려하게 됐다. 신규인력 채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은 초과노동에 대한 인건비 부담을 고려하면 그다지 크지 않았다. 직원들의 급여 수준은 일시적으로 감소했다가 다시 증가했다. 건강검진 등으로 인해 연말 업무량이 평상시의 2~3배로 폭증하는 업무 특성상 일시적으로 초과노동이 발생하기는 하나 이 또한 월 20시간(주 5시간)을 초과하는 경우는 드물다. 직원들의 근무시간 만족도는 꽤 높은 편이다. 이는 낮은 이직률과 높은 업무 숙련도로 이어져 의원의 경쟁력 강화에 상당히 도움이 되는 것으로 판단된다.

노동시간단축을 반대하는 노동자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물론 당장 급여가 조금 줄기는 하겠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다. 시간이 지나면 회복될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무조건 노동자들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 반면 기업 입장에서는, 이윤의 측면에서는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우리나라가 현 상황에서 반드시 겪을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현상이라는 것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이런 시대적 흐름을 거스르거나 마지못해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위기를 기회로 삼는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 것일까?

김정수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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