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폰코리아 울산공장 노동자 A씨는 지난 20일 임금명세서를 받고 깜짝 놀랐다. 설 명절이 코앞인데 이달 급여 지급총액이 ‘-232만1천620원’으로 명시돼 있었기 때문이다. 회사는 임금명세서에 ‘노조 파업 공제’ 명목으로 ‘-295만5천70원’을 적시했다.

A씨는 “마이너스 통장은 들어 봤어도 마이너스 임금은 처음 본다”며 “회사가 해도 너무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듀폰코리아는 왜 마이너스 임금을 지급한 걸까.

22일 듀폰코리아 울산노조(위원장 정철웅)는 “사측이 사전 공지도 없이 파업기간 무노동 무임금을 뒤늦게 적용하면서 마이너스 임금을 지급했다”며 “설 명절을 앞둔 노동자들에게 할 수 있는 일이냐”고 되물었다.

지난해 7월 설립한 노조는 사측과 30여차례 임금·단체협상을 했지만 인사평가제도 개선을 둘러싼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지난달 17일부터 38일째 파업 중이다. 사측은 지난달 급여일에는 정상근무시 지급하는 금액에 상당하는 임금을 줬다. 그런데 이달 급여일에 “지난달 임금이 초과 지급됐다”며 그만큼을 삭감한 급여명세서를 배포했다. 파업기간 중 무노동 무임금에 따른 임금공제로 듀폰코리아 노동자들은 오히려 임금을 토해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정철웅 위원장은 “조합원들이 한 가정을 책임지는 위치에 있는데 설을 앞두고 회사가 파업 중인 노동자를 골탕 먹이려고 마이너스 임금을 지급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노사는 이날 30차 본교섭을 했지만 성과 없이 헤어졌다. 노조의 임단협 체결 요구에 사측은 “취업규칙에 준한다”는 입장만 밝혔다. 파업의 불씨가 된 인사평가제도는 노사TF를 구성해 논의하기로 했는데,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듀폰코리아는 개별성과 측정이 쉽지 않은 제조업 생산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인사평가를 실시하고 연봉제를 적용하고 있다. 노조는 “개인별로 제출한 연간계획서를 토대로 생산부서 관리자가 일대일 면담을 하는 식으로 인사평가를 한다”며 “평가자와의 친분에 따라 고과가 매겨져 연봉과 진급이 달라지는 불공정한 시스템”이라고 전한다. 노조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기준이 없다면 연공서열을 반영한 임금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듀폰코리아 울산공장은 자동차 차체에 쓰이는 엔지니어링 폴리머와 싱크대 강판으로 사용하는 인조대리석을 생산한다. 울산공장 직원 132명 중 95명이 노조에 속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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