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오전 민주노총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사회적 합의 파기 규탄 시민사회 긴급기자회견에 참석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소속 휴직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정기훈 기자

진남색 작업복의 지퍼를 올리는 손이 떨렸다. 11년 만에 입은 작업복이 맞춘 듯 딱 맞았다. 만감이 교차한 듯 남자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새해 부서배치가 좌절된 마지막 남은 쌍용자동차 휴직자 장준호(52)씨다.

21일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사회적 합의 이행 촉구 시민사회선언 및 기자회견’에 참석한 장씨는 주최측이 준비한 쌍용차 동복 작업복을 입고 눈물을 쏟았다.

1993년 20대 중반에 쌍용차에 입사한 그는 2009년 해고되기 전까지 16년간 공정을 돌며 열심히 일했다. 77일 옥쇄파업 후 공장 밖으로 쫓겨난 후 복직을 손꼽아 기다렸다.

2018년 9월 쌍용차와 쌍용차노조(기업노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사이에 이뤄진 ‘노노사정 합의’가 예정대로 지켜졌다면, 이날 장씨는 기자회견장이 아닌 공장에서 차를 만들고 있었을 것이다.

“유급휴직 그런 거 바라지 않습니다. 누구는 임금 70% 받는데 뭐하러 (공장에) 들어가냐고 하는데, 우리는 떳떳하게 일해서 떳떳하게 100% 임금을 받고 싶습니다.”

장씨를 비롯한 46명의 휴직자들은 이달 7일부터 공장으로 출근투쟁을 하고 있다. 회사는 이들에게 사원증도, 작업복도 주지 않고 있다.
 

▲ 정기훈 기자

“사회적 합의 파기 용서 못해” 46명 즉각 부서배치 요구

2018년 9월21일 쌍용차 해고자 119명 복직을 담은 노노사정 합의 이후 활동을 마무리한 쌍용차 희생자 추모 및 해고자 복직 범국민대책위원회(쌍용차범대위)가 활동을 재개했다. 쌍용차와 쌍용차노조로부터 무기한 휴직연장 통보를 받은 46명의 복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쌍용차범대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쌍용차에 사회적 합의 파기 책임을 묻겠다”며 활동재개 사실을 알렸다. 범대위 참여 단체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전 국무총리까지 공개적으로 환영의사를 밝히면서 국민적 축하를 받았던 사회적 합의가 깨졌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책임 있는 자세로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은 “쌍용차가 사회적 합의를 쉽게 깬 데에는 정부 책임도 작지 않다”며 “대통령이 약속한 쌍용차 손해배상·가압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질질 끌다 보니, 쌍용차에 ‘정부와의 약속도 별것 아니구나’ 가볍게 여기도록 시그널을 준 것”이라고 질타했다. 박 소장은 “지난 10년간 쌍용차 해고자와 가족 30명이 세상을 떠났고, 지금도 상당수 노동자들이 우울증과 심리적 불안정 상태에 있다”며 “언제 또 죽음의 행렬이 이어질까 두렵다. 정부가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송상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총장은 “노노사정 합의는 사회적 합의이며, 이를 깨는 건 정부와 국민에 대한 약속을 파기한 것과 같다”며 “정부는 2018년 9월 합의정신으로 돌아가 빠르게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쌍용차범대위는 “노노사정 합의는 노동자 죽음을 막고 함께 살기 위해 이뤄 낸 사회적 합의”라며 “기업 이윤만을 위해 합의를 파기한 쌍용차에 용서는 없다”고 경고했다. 쌍용차범대위는 △사회적 합의 파기 대국민 사과 △46명 부서배치 △회사·국가 손해배상 철회 등을 목표로 다음달 3일부터 매일 청와대 앞에서 대표자 1인 시위를 한다. 매주 1회 평택 쌍용차 공장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연다. 2월 중하순에는 사회적 합의 파기 규탄대회를 개최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