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스코 노동자가 사측을 개인정보 보호법·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20일 검찰에 고발했다. 해충방제 기업으로 잘 알려진 세스코는 최근 퇴직자가 동종업체에 이직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동향을 감시하는 등 불법사찰을 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세스코노조(위원장 고영민)가 2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세스코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의 미행과 사찰 행위를 규탄한다”며 “회사는 직원들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고발장에 따르면 사측은 2014년 4월부터 2017년 2월까지 퇴직 직원 58명을 사찰하고 뒷조사해 ‘동향조사보고서’ 혹은 ‘동향조사 실적 및 차주 계획’이라는 문건을 만들었다. 2014년 작성된 한 ‘동향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사측은 퇴직자 A씨 주거지를 찾아가 동향을 조사했다. 동향조사보고서에는 “A씨가 하늘색 반팔티·청반바지·슬리퍼 차림으로 거주지에서 B씨·C씨와 함께 나와 차량에 탑승해 출발” 따위의 내용이 적혔다. 사측은 A씨의 당시 주거지, 소속 회사 정보 수집은 물론 우편물을 무단 개봉해 내용물을 취득하기도 했다. 개인의 정보를 동의 없이 수집하거나 우편물을 동의 없이 열람(검열)하는 것은 개인정보 보호법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

노조는 사측이 퇴직자를 사찰한 배경으로 ‘영업비밀보호 및 전직금지각서’와 ‘영업비밀보호 보충각서’를 지목했다. 각서에는 “회사의 영업비밀을 누설하거나 회사 재직 중 혹은 퇴직 후 5년간 국내 및 해외에서 경쟁사 및 동종업계에 전직할 경우 위약금 5억원을 조건 없이 배상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세스코가 최근 공기청정기를 판매하면서 사측은 퇴직자가 퇴직 후 5년 동안 삼성·LG전자·웅진코웨이·쿠쿠 등 공기청정기 제조·판매 회사에도 취업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류하경 변호사(법률사무소 휴먼)는 “세스코는 개인이 일거수일투족을 분 단위로 미행·사찰하고 보고서로 만들었다”며 “개인정보를 수집한 목적은 경쟁사 이직을 막기 위함인데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해 죄질이 상당히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류 변호사는 “문건은 세스코에서 작성한 것이 분명하고 보고체계에 따라 상부에 보고되는 보고서”라며 “사용자는 직원들을 보호해야 하는 사회적 책무와 법적인 의무가 있는데도 정반대로 헌법적 기본권을 박탈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비판했다. 세스코 사측은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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