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11월5일 ‘간접고용 노동자 노동인권 증진을 위한 제도개선 권고’를 발표했다.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도급 금지 유해·위험 작업 범위 확대 △위장도급 근절 △사내하청 노동자 노동 3권 보장을 위한 제도개선을 하라고 권고했다. 노동부는 20일까지 답변을 내놓아야 하지만 아직 뚜렷한 움직임이 없다. 노동·시민·사회단체가 노동부에 권고 이행을 촉구하는 글을 보내왔다. 6회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 기선 인권운동공간 활 활동가

2018년 12월10일 세계인권선언의 날에 김용균 노동자가 일터에서 사망했다. 공공부문 외주화로 인해 비정규직에게 위험이 전가되고 가중되면서, 결국 노동자 죽음을 부른 것이다. 늘 그래 왔듯이 노동자 과실로 몰아가려는 이들이 있었다. 하청, 원청, 원청이자 공공기관인 서부발전을 관장해야 할 정부, 누구 할 것 없이 책임을 서로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인권실태조사단 인터뷰에서 그의 일터 동료들, 태안화력 비정규 노동자들은 “이러다 죽겠다는 생각을 할 새도 없이 일했다. 그러나 그의 죽음을 접한 순간 직접 목격하지 않았어도 어떻게 죽음에 이르렀는지 쉽게 그리고 구체적으로 떠올라 괴로웠다” “우리의 목소리에 힘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일터에서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일하면서도 그 위험을 어찌할 수 없는, 무권리 상태의 간접고용 노동자를 압축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또다시 비통한 죽음 앞에 얼어붙었던 많은 노동자와 시민들은 이대로는 안 되겠다며 함께 모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죽음의 외주화 금지를 요구했다. 사회적 해결의 시작이었다. 그중 하나에 1월16일 시행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이 있다. 그러나 전부개정안부터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부르는 지경이었다. 결국 도급금지는 제조업 중심으로, 유해성·위험성이 있는 화학물질에 한해서만 이뤄졌다. 금지작업에 해당할지라도 일시적·간헐적 작업일 경우 사업주 판단만으로 도급이 가능한 상태다. 작업중지권과 작업재개 역시 위험을 중단하거나 원인을 밝히고 재발을 방지하는 데에는 실질적인 효과가 없다.

세월호에서 안전을 담당하는 노동자들의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이었다. 뿐만 아니다. 아르바이트와 식당 노동자가 안전에 관한 정보도 권한도 없이 죽어 가는 것, 사내하청 노동자가 동료를 잃고도 라인 자체가 없어지거나 전환배치 될까 두려워 산재 원인 증언을 선뜻 하지 못하는 것, 그리고 청년노동자가 숙련의 기회 없이 저임금 노동으로 끊임없이 부유해야만 하는 것은 그들 개인이 감당할 몫이 아니다.

일터에서 노동자가 안전해야 사회가 안전하다. 그럴 힘은 온전한 노동권 보장에서부터 시작된다. 최소한 실질적인 책임자와 교섭하고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힘은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인권위 권고인 원청의 교섭과 부당노동행위 책임성을 강화한 목적이다. 특히나 국제노동기구(ILO)를 비롯해 국제사회가 한국 정부에 지속적으로 권고하고 있듯이 원청의 부당노동행위(일방적 도급계약 해지, 특정 조합원 해고, 하청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및 업무방해죄 고소)를 제재하는 필요한 조치를 해야 노동자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장된다.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 이라는 웃지 못할 상황이 어째서 가능해진 것일까. 간접고용·외주화는 비용 절감과 고용주 의무·책임을 실종시키는 방식으로, 사람보다 이윤이라는 자본의 원칙에 철저히 복무한다. 사람을 지우는 기업과 일터는 스스로 존재 의미를 부정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 굴레는 계속되고 심지어 국가가 공조하고 있다. 공공성과 인권경영이라는 이름표가 무색하다.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비극에 대처하는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인권위 권고를 이행하지 않는 것은 정부가, 국가가 ‘최소한 죽음의 굴레는 걷어치워야 한다’는 사회구성원들의 요구를 거부하고 시민들에게 안전과 생명을 보장할 수 없다고 선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도대체 국가는 왜 필요한가. 고용노동부부터 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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