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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박문진 지도위원 웃으면서 내려오는 날 서울 가야죠”
▲ 정기훈 기자

“단식을 시작하고 나서 박문진 보건의료노조 지도위원이 저한테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래도 위원장이 와서 단식을 하고 있으니 마음이 편안해졌다고요. 밤에 잘 때 1시간마다 깼는데, 제가 여기 들어온 첫날에는 한 번도 안 깨고 잤다는 거예요. 그 문자를 보는 순간 ‘지난 6개월 동안 혼자 고공에 있으면서 얼마나 힘들고 괴로웠을까’라는 생각에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내려오시기 전까지 여기를 떠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죠.”

나순자(54·사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박문진 지도위원 이야기가 나왔을 때다. 박문진 지도위원 고공농성 200일을 하루 앞둔 지난 15일 <매일노동뉴스>가 대구 남구에 위치한 영남대의료원 로비에서 나순자 위원장을 만났다. 박문진 지도위원의 고공농성을 지지하며 이달 9일부터 영남대의료원 로비에서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나 위원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박문진 지도위원이 웃으면서 내려오는 날 저도 서울로 가려 한다”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정오를 조금 앞둔 오전, 내원객들로 붐비는 로비에 앉은 그의 앞쪽에서 연두색 조끼를 입은 노조간부들이 벽에 붙어 피켓 시위를 했다. 피켓에는 ‘노조 기획탄압 진상규명’ ‘해고자 원직복직’ 같은 글이 적혀 있었다.

영남대의료원은 2006년 지부가 주 5일제 시행에 따른 인력충원 등을 요구하며 3일간 부분파업을 하자 2007년 지부 간부 10명을 해고했다. 2010년 대법원은 이 중 7명에 대해서만 해고무효 판결을 내렸다. 박문진 지도위원과 송영숙 부지부장은 현재까지 복직투쟁 중이다. 지난해 7월1일 박문진 지도위원과 함께 고공농성을 시작한 송 부지부장은 건강악화로 107일 만에 지상으로 내려왔다.

- 단식 일주일째다. 단식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단식 이삼일째는 몸이 많이 까무러져서 힘들었다. 5일째부터는 별로 안 힘들다. 당초 영남대의료원 문제를 연말까지 해결하자는 의지로 지난달 이곳에 (단식) 농성을 하러 오려고 했다. 그런데 국립대병원 파견·용역 노동자 직접고용 문제가 해결이 안 됐다. 두고 올 수가 없었다. 그쪽에 있다가 국립대병원이 (교섭) 소강상태에 들어가서 영남대의료원 농성을 시작하게 됐다.”

나순자 위원장은 전남대병원에 파견·용역 노동자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7일까지 병원장실 점거농성을 했다.

- 병원 로비에서 단식하면 내원객 반응은 어떤가.
“대구가 보수적인 도시라서 그런지 집회를 하면 욕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이번에는 기자회견이나 집회를 할 때 항의하거나 욕하는 분을 보지 못했다. 언론에도 많이 나오고 이슈화가 돼서 지역에서도 많이 안타까워하는 것 같다.”

“노조는 조정위원 추천도 안 했다”

- 영남대의료원 노사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 30일 열린 사적조정회의에서 노조는 조정위원이 지난해 10월 제시한 조정안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사측이 거부했다. 사측은 같은해 8월 기자들에게 ‘사적조정안을 수용하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놓았다. 사측이 조정안을 거부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게다가 (사적조정을 시작하기 전) 조정위원을 선정할 때 노조는 조정위원을 추천하지도 않았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장은 처음에 오길성 서울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을 조정위원으로 추천했다. 우리는 수용하겠다고 했다. 반면 사측은 (편향적이라며) 그걸로 한 달 반 동안 문제제기를 했다. 사적조정을 진전시켜야 한다는 판단하에 사측도 조정위원을 추천하라고 했다. 조정위원을 한 사람이 아니라 두 사람을 선정한 것이다. 그렇게 선정된 조정위원들(오길성 위원·최성준 경북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이 만든 안을 사측은 단호하게 거부했다. 국민을 기만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 사측은 어떤 이유로 조정안을 거부했나.
“사측은 대법원이 2010년 두 해고자에 대해 부당해고를 인정하지 않아 복직을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법 테두리를 벗어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조정안에서 사측은 복직이 아니라 특별채용이라는 표현을 썼다. 사측도 거기까지는 받아들이겠다고 밝힌 셈이다. 하지만 사측은 ‘해고자들을 특별채용할 테니 바로 나가라’고 했다. 해고자들이 현장에 못 들어오게 하겠다는 얘기다.”

- 해고자들이 현장에 들어오는 것을 사측이 꺼리는 이유는.
“해고자들이 현장에 들어오면 노조를 활성화시킬 것이라고 보는 것 같다. 2006~2007년 이후 10년 넘게 노조활동이 활발하지 않았다. 다시 조합원이 늘어날까 봐 두려운 것이다.”

- 해고자 현장 복귀가 노조 활성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나.
“조정안에 ‘2006년부터 이뤄진 조합원 탈퇴자에 대해 노조는 탈퇴 가·부를 확인해 사측에 통보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탈퇴자 확인작업과 함께 해고자까지 현장으로 복귀하면 조합원이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사측이 생각한 것 같다. 노조는 해고자 복직과 함께 탈퇴 확인작업을 거쳐 노조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 2010년 대법원 판결의 문제점도 지적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명박 정부 집권 시절인 2010년 분위기가 대법원 판결에 한몫했다고 본다. 그 판결이 나온 2010년은 노무법인 창조컨설팅 심종두 노무사의 노조파괴 범죄행위가 사회적으로 이슈화되지 않았을 때다. 노조파괴 문제는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2012년부터 이슈화했다. 지금 다시 판결을 한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다.”

노조는 지부간부 해고와 관련해 “영남대의료원이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의 자문을 받아 노조파괴 시나리오를 가동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파업을 유도하고 파업 간부를 징계·해고하는 방식으로 노조를 무력화했다는 비판이다. 2006년 지부 조합원은 950여명이었는데, 이듬해부터 1년6개월 만에 850여명이 지부를 탈퇴했다.

▲ 정기훈 기자

“모든 편의 제공하는 척하며 노조활성화는 막아”

- 영남대의료원에서 노조활동을 정상화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10년 넘게 노조활동이 침체한 이유를 설명한다면.
“창조컨설팅이 개입했던 10여년 전 직원들은 관리자에게서 ‘노조를 탈퇴하지 않고 승진할 수 있겠냐’는 식으로 압박을 받았다. 그때 기억과 분위기가 지금까지 이어진 것 같다. 또 사측은 치밀하게 노조를 파괴해 본 경험이 있어서 전략을 잘 짜는 것 같다. 노사교섭에서 임금인상률 같은 부분은 다른 병원이 하는 것만큼 해 준다. 그렇게 잘해 주면서 (노동자 불만을 막고) 겉으로는 노조와 잘 지내는 것처럼 행동한다. 노조에 모든 편의를 제공하는 것처럼 하면서 노조활성화만은 막고있다.”

- 지난해 상반기 노조는 영남대의료원·인천성모병원 해고자 복직에 초점을 맞춘 투쟁계획을 내놓았다. 같은해 10월 인천성모병원에서만 합의를 도출했다.
“박문진 지도위원과 인천성모병원 해고자인 홍명옥 지도위원은 모두 노조 위원장 출신이다. (박문진 지도위원은 노조 전신인 병원노련 위원장을 지냈다.) 노조 역사에 이름을 새긴 분들이다. 두 병원에서 해고자가 나온 것은 우연이 아니다. 노조 위원장 출신에 대한 탄압이다. 그래서 위원장으로 출마하면서 ‘영남대의료원·인천성모병원 해고자만큼은 복직시키겠다’고 공약했다. 지난 2년간 이를 위해 노력했다.

인천성모병원은 노조를 탄압한 사용자들의 비리행위가 폭로됐다. 기존 경영진이 나가고 새로운 경영진이 왔다. 그걸 계기로 교섭 타결을 이끌어 냈다. 노사는 홍명옥 지도위원의 ‘복직 뒤 바로 명예퇴직’에 합의했는데, 이는 해고자 본인도 원하는 일이었다. 홍명옥 지도위원은 병원에서 워낙 집단 괴롭힘을 많이 당했다. 트라우마가 심해 현장에 들어가서 일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반면 영남대의료원은 2007년 경영 분위기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박문진 지도위원은 현장에 복귀해 일을 하고 싶어 한다. 그럼에도 양보를 했다. 특별채용 뒤 바로 명예퇴직을 할 테니 송영숙 부지부장이라도 복귀시켜 달라고. 그마저도 사용자가 안 받았다.”

- 사적조정이 무산됐다. 협의는 어떻게 진행하고 있나.
“사적조정이 무산된 뒤 논의 중인 사안은 없다. 사측도 노조도 조용하다. 사적조정 회의가 다시 열릴 가능성에 대해서도 예측하기 힘들다. 16일 대구노동청장이 의료원장을 면담한다고 하는데, 그 이후로 의료원 입장을 노조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사측은 저를 포함한 노조간부들이 단식을 하는 것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나순자 위원장은 16일 <매일노동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대구노동청장이 ‘노사 양측이 대화하면 좋겠다’는 취지로 권고했고 사측도 대화하겠다는 의사를 보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최나영  joie@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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