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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다 아픈 건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이태진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노동안전보건부장(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이태진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노동안전보건부장(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필자는 노동조합에서 노동안전보건업무를 하고 있다. 사업장에서 교육을 할 때마다 일하다가 다치거나 질병이 발생하면 산재를 신청해야 한다고 강변하고 다니지만, 현실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 나간다는 금속노조 사업장들도 조합원들이 산재처리를 꺼리고 공상으로 처리하는 실정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대부분 산재 신청·처리 절차에 대한 어려움과 기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 산재 불승인 우려와 회사에 찍힐 것에 대한 두려움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직장내 괴롭힘과 산재 피해자의 고통

최근 상담을 했던 A씨 사연은 산재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의 종합백화점이라고 할 수 있다. 상담자는 충북에 소재한 인쇄공장에서 일했다. 해당 사업장 상급자의 폭언과 욕설 등으로 동료들이 퇴사하면서 업무가 가중됐고 그로 인해 요통이 심해졌다. 참다가 결국엔 병원에 가서 요추추간판탈출증 진단을 받고 2주간 병가처리를 했다. 그 후에도 몸이 호전되지 않아 병가휴직을 3개월 신청했는데 회사에서는 2달만 승인했다. 산재신청 전 인사과 면담에서는 휴직연장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휴직기간 만료일이 다가와도 몸이 호전되지 않아서 재해자는 결국 산재를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 A씨는 회사 책임자 면담에서 산재신청 사실과 직장내 괴롭힘을 보고했다. 그런데 회사 책임자는 산재를 신청했다는 것을 듣고 복직을 요구했다. 면담에서 공장장은 “아픈 건 개인적으로 아픈 거고, 그럴 거면 개인사업 해라. 너 복귀해도 팀에서 너 반길 사람 없으니 다른 팀으로 가라. 무조건 다른 팀 복귀해”라고 말했다. A씨가 생각을 좀 해 보겠다고 했더니, 공장장은 “네가 무슨 생각을 해. 생각은 내가 하고 결정하는 거야. 그렇게 해”라고 소리쳤다.

A씨는 공장장 면담 이후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서 소화불량·호흡곤란 등을 겪었다. 복귀일까지 몸이 호전되지 않았고, 복귀 압박으로 인한 불안장애로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입원치료까지 하게 됐다.

험난한 산재신청 과정

산재를 신청할 때 근로복지공단은 아직까지도 의사소견서를 요구(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규정은 진단서로도 가능)하고 있다. 그런데 산재를 신청한다고 하면 임상의들의 산재용 소견서를 받는 것이 그리 녹록지마는 않다. A씨도 추간판탈출증 진단을 내렸던 병원에서 소견서를 받으려고 했지만, 산재소견서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담당의사에게 질타만 듣게 됐다. 우여곡절 끝에 다른 병원에서 산재소견서를 받아서 산재신청을 했지만, 재해자의 고통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병원과 공단의 실수로 상세 상병에 요추-천추(L5-S1) central HNP(추간판탈출증)이 누락됐고,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서는 재해자 상병을 변경 승인해 추간판탈출증은 불승인하고 요추부염좌로 지난해 12월11일 산재인정기간(2019년 7월13일 ~9월21일)을 승인·결정해 통보했다.

산재 피해자들이 겪는 어려움의 많은 사례가 주치의사와 공단자문의, 혹은 질병판정위원회에 참석하는 임상의사 간 상병명에 대한 이견이 있는 경우 불승인되는 문제다. 일반 병원에서는 병원 이익을 위해서 과잉진료를 하기도 하고, 공단은 보험급여 지급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상병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일하다 아픈 노동자들만 피해를 보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회사와 근로복지공단, 노동부가 답해야

산재승인 절차가 늦어지는 것은 공단 지역지사의 재해조사 기간이 길고, 업무상재해 여부를 가리는 합의기구인 질병판정위의 심의가 지연되기 때문이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산재신청 후 공단에서 질병판정위로 판정을 의뢰할 때까지 근골격계질병은 72.9일, 뇌심혈관계질병은 57.8일, 정신질병은 67.7일, 기타질병은 147.1일, 직업성암은 245.6일이 소요됐다. 이후 이뤄지는 질병판정위 심의도 법정 처리기한(20일 이내)을 지킨 비율이 46.6%(2018년 기준)에 불과했다. 특히 공단이 처리기한을 넘겨도 재해 노동자에게 별도 지연사유를 안내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아무런 공지를 받지 못한 채 심의 결과만 기다려야 한다.

만약 재해자의 산재가 신속하게 처리·결정됐다면 A씨는 정신질환까지 겪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회사에서 산재 피해자에게 압박과 폭언을 하지 않았다면 A씨는 몸이 정상적으로 회복된 후 직장으로 복귀했을 것이다. 더욱더 안타까운 것은 A씨 복귀일이 산재승인기간 내에 있었지만 회사의 압박으로 인해서 퇴사를 하게 됐다는 것이다. 일하다가 아픈 것도 억울한데 제대로 된 치료와 재활이 지원되지 못하면서 가중된 질병과 피해는 누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인지 회사와 공단·고용노동부는 명확하게 답을 해야 할 것이다.

이태진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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