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우원식·신창현, 정의당 윤소하 의원실 주최로 1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정된 산업기술보호법의 의미와 문제점' 토론회에서 백도명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 시행일인 2월21일이 다가오면서 안전보건 전문가들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개정안은 국가기관이 국가핵심기술에 관한 정보를 원칙적으로 공개하지 못하게 하고,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공개돼 적법하게 받은 정보라도 유출하면 제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알권리를 침해하는 위헌적 요소가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신창현·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1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6간담회실에서 ‘개정된 산업기술보호법의 의미와 문제점’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서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산업기술보호법은 국민의 알권리에 대한 아무런 제한 조건 없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국가핵심기술을 정할 수 있게 했다”며 “행정기관의 장에게 국민의 알권리를 재단할 권한을 주는 것은 헌법 위배”라고 지적했다.

문제가 되는 개정 산업기술보호법 조항은 9조의2(국가핵심기술의 정보 비공개)다.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은 국가핵심기술에 관한 정보를 공개해서는 안 되고, 다만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민경제 발전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없는 경우에는 공개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국가핵심기술을 공개하려면 산자부 장관과 관계부처 장의 동의를 받은 후 산업기술보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국가핵심기술에 관한 정보 주도권이 기업에 있다는 점은 문제를 심화시킨다. 임자운 변호사(법률사무소 지담)는 “국가핵심기술에 관한 정보가 어디까지일지 굉장히 추상적이고 광범위해 산자부가 이것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없다”며 “결국 기업의 주장대로 판단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산자부는 이미 삼성의 요청에 따라 ‘작업환경측정 결과보고서를 국가핵심기술 정보라고 판정한 바 있다. 임 변호사는 “산자부가 이미 삼성의 요청에 따라 삼성 기흥·화성·온양·탕정·평택·아산·천안 공장의 작업환경측정 결과보고서를 ‘국가핵심기술’ 정보라고 판정했다”고 설명했다.

박경신 교수는 “행정기관장이 비밀로 정하면 국민에게도 비밀로 할 수 있다는 논리는 위헌에 가깝다”며 “국민의 알권리는 헌법적인 권리로 입법부도 침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양창석 산자부 산업기술혁신과장은 산업기술보호법 9조의2에 대해 “수십년 동안 기술을 개발한 기업의 기술을 공개하면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어 만들어진 조항”이라고 설명했다. 양창석 과장은 “기술보호와 알권리는 근본적으로 상충할 수밖에 없다”며 “기술보호는 그 나름대로 해야 하는 문제로 근로자의 안전이라든지 환경문제는 다른 쪽에서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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