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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준법감시인 ‘김지형’
▲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지난 9일 마침내 5주간 매주 목요일 저녁에 진행한 법률학교를 마치고 나오는데 ‘교육생’ 김홍일이 물었다. 그는 하이디스 해고자로 금속노조 하이디스지회 간부로 해고투쟁을 했었고, 지금은 금속노조에 채용돼 일하고 있다. 하이디스 정리해고무효 소송 등을 대리하고 당시 투쟁 과정에서 노조를 자문했던 터라 나는 그를 잘 알고 있었다. 그가 김지형 전 대법관에 관해 물었다. 삼성그룹 준법감시위원장이 된 걸 두고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가 반대 성명을 내고 기자회견을 했는데, 최근 정의당에 입당한 권영국 변호사 출판기념회에 김지형 전 대법관이 참석해 축사하는 걸 봤다며 어떻게 봐야 하는지 궁금해했다. 구의역 사고 진상규명위원회, 김용균 사고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 삼성전자 백혈병 조정위원회 등에서 위원장을 맡아 노동자를 위한 각종 활동을 해 왔던 일까지 덧붙여 물었다.

2. 박훈·권영국·권두섭 등 내가 아는 여러 노동변호사들이 사법연수원에서 당시 사법연수원 ‘교수’ 김지형에게 제자로서 노동법을 배웠지만, 내겐 스승과 제자라는 그런 인연은 없었다. 적어도 공식적으론 분명하다. 하지만 직접 그의 강의를 수강한 교육생은 아닐지라도 나는 그가 쓴 <근로기준법 해설>, 사법연수원 노동법교재 등을 다른 어떤 노동법교과서보다 가까이 두고서 참고서로 활용해 왔다. 지금의 ‘대법원 노동법실무연구회’로 되기 전부터 그가 주도한 그 연구회에 적극 참석해 토론했고, 연구회에서 노동법주석서를 발간할 때에도 ‘위법쟁의와 책임’ 부분을 작성하기도 했다. 그러니 공식적으론 제자라고 말할 순 없어도 직접 배운 이들만큼의 ‘학’연은 된다고 말할 수 있겠다. 치열하게 논쟁을 벌였던 기억은 없다. 그때도 그는 회장으로서 ‘원만한’ 진행의 자리에 앉아 있었으니 분명히 견해를 달리하는 노동법 쟁점을 두고서도 다투지 못했다.

3. 유성기업지회는 지난 6일 삼성 준법감시위원장 내정 소식에 “김 전 대법관은 대형 로펌 지평의 변호사로서 노조파괴로 악명 높은 유성기업 사건(어용노조설립무효 소송·직장폐쇄기간 임금청구 소송·해고무효 소송 등)의 사측 변호를 맡은 법률가”라며, “유성기업 사건에서 어용노조설립이 유효하고, 직장폐쇄가 정당하고, 해고가 정당하다고 주장했던 김 전 대법관을 삼성이 준법감시위원장으로 내정해 이재용의 양형상 유리함을 얻으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지형 전 대법관이 삼성의 “윤리경영 파수꾼 역할을 하는 데 모든 역량을 다하겠다”며 기자간담회를 하던 지난 9일에는 유성기업범대위·유성기업지회·삼성전자서비스지회·삼성지회 등이 그 기자간담회장인 법무법인 지평 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규탄했다. 이날 현대차그룹 계열사 현대위아의 불법파견 소송에서도 사측 대리를 맡은 것으로 확인됐다는 언론보도까지 나왔다. 이렇게 비판 대상이 된 사건들을 대리하고 있지 않은 나는 거기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일을 했던 것인지 알지 못한다. 단지 변호사로서 노동자측이 아닌 사용자를 대리했다는 것을 알 뿐이다. 사용자를 대리해서 일하는 로펌의 대표변호사이니 준비서면·상고이유서 등 각종 주장서면에 이름이 들어가 있을 건 분명할 것이다. 생각해 보니 내가 대리하는 사건에서도 ‘변호사 김지형’이 사측 대리인으로 기재돼 있는 걸 종종 봤다. 최근 현대제철(순천공장) 불법파견 대법원 사건에서 사측 상고이유서에서 봤고, 세아베스틸 통상임금 대법원 사건에서 사측 상고이유서에도 있었다. 현대제철 사건은 제철소에서 최초로 사내하청 근로가 파견근로라는 법원 판결을 받았던 사건인데, 통합생산관리시스템(MES)에 의한 작업 수행 문제가 주요 쟁점 중 하나다. 세아베스틸 사건은 2013년 통상임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논란이 돼 왔던 재직자조건 상여금에 관해 재직자조건이 무효라며 통상임금에 해당된다고 서울고등법원이 판결했고 현재 사측이 불복해서 대법원에 상고해 다투고 있다. 만약 원심 판결이 유지된다면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버금가는 정도라고 보고, 내가 노동자의 임금권리에 중요하다고 여기는 사건이다. 이처럼 노동자권리에 중요한 사건들이라서 그가 이름을 올리게 된 사정이 무엇이고 꼭 그래야 했던 것이냐고 사실 묻고 싶기는 하다.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를 위한 법을, 내가 아는 것과 다르게 아는 것인지 알고 싶긴 하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노동자, 노조처럼 비판하고 규탄하진 못했다.

4. 사실 나는 결코 ‘불편부당’하지 못하다. 오히려 편파적이고 당파적이다. 오로지 노동자만을 편파적으로 대리하고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만을 당파적으로 주장해 왔다. 불편부당하지 않는 걸 자랑으로 여긴다. 맡을 사건을 골라 일할 수 있는 ‘변호사’여서 어렵지 않았다. 어쩌다 사측이 문의해도 맡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이 자본의 세상에서 자본의 확대재생산 기재 ‘기업’을 대리하지 않고서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는 것은 간단치 않다. 안정적이고 번창하기가 쉽지 않다. 사용자 자본이 돈을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노동자조차 깎아 달라 떼를 쓰기 일쑤다. 툭하면 노동변호사가 돈을 밝힌다고 비난이다. 부의 재생산이 점점 더 기업의 일이 돼 가는 세상에서 어떻게든 기업을 위해서 일하지 않고서 운영하기 위해선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만약 사법연수원에 다니던 1998년 내가 자원봉사하겠다며 민주노총 금속연맹에 찾아가 법률담당자로 일하지 않았더라면 오늘 이 모양으로 일했을 것인가’하고 생각해 볼 때가 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노동사건에 관심이 있더라도 사측·기업 사건 등 이러저런 사건들을 하면서 어쩌다 ‘사회적 약자’ 취급해 도와준다며 봉사활동으로 노동자 사건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래서 ‘다행이다’ 생각할 때가 있다. ‘불편부당하지 않게 살 수 있어 다행이다’ 할 때가 있다. 이러니 별 수 없이 나는 지평의, 삼성의 ‘김지형’은 될 수가 없다. 여기다 요즘 점점 더 ‘이것만이 아니다’고 여길 때가 있다. 무슨 위원회라면서 노사 중립적인 기구에서 일할 수 있을까, ‘하라’ 하더라도 할 수가 있을까 생각할 때가 있다. 그동안 사건의 준비서면에서 판사를 설득할 정도로 객관적으로 법을 해석해서 주장하고, 노동법논문에서 합리적으로 근거를 밝혀 견해를 밝혀 왔다며 나름 나도 스스로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자부하지만 이럴 때가 있다. ‘김지형’을 논하는 자리에서 엉뚱한 데로 빠졌다. 칼럼을 쓰다 보면 ‘내’타령으로 빠질 때가 종종 있으니, 독자는 또 그러네 하고 읽어야 할 일이다.

5. 삼성의 준법감시위원장을 맡게 된 김지형 전 대법관은 9일 기자간담회에서 위원회 구성 등을 발표했다. 외부위원은 김 위원장을 비롯해 고계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총장·권태선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김우진 서울대 경영대 교수·봉욱 변호사·심인숙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6명이, 삼성 내부에서는 이인용 사회공헌업무총괄고문이 위원으로 참여해 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회 설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삼성그룹의 주요 7개 계열사와 협약을 체결하고 계열사의 이사회 결의를 거쳐 1월 말 활동을 시작하기로 했다. 위원회 구성이 어떤지, 위원회가 중립적이고 공정하게 되는 것인지 등은 내 관심사가 아니라서 이런 언론보도를 주의 깊게 읽지 않았는데, 칼럼을 쓰기 위해서 다시 이렇게 읽어 봤다. 위원장 말고는 알지도 못하고, 알고 싶지도 않다. 다만 외부기구로 협약을 체결하고서 삼성의 준법감시를 위해 일하는 것이라면, 김지형 위원장이 말한 대로 “위원회는 회사 외부에 독립해서 설치되는 기구”라서 “독립성과 자율성이 생명으로 삼성의 개입을 완전히 배제하고 독자 운영할” 수 있긴 하겠지만, 과연 삼성 “계열사들의 이사회 주요 의결사안에 법 위반 리스크가 없는지 사전 모니터링하고 사후에도 검토하는 ‘준법 통제자’가 돼, 삼성의 윤리경영 파수꾼 역할”을 다할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은 든다. 기자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은 “때에 따라서는 법 위반 사항을 직접 조사하겠다”며 “최고경영진 법 위반 행위에 대해 위원회가 곧바로 직접 신고받는 체계도 만들겠다”며, “준법감시 분야의 성역을 두지 않고, 노조 문제와 경영권 승계 문제 등에 있어서 법 위반 여부도 준법감시의 예외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지만, 강제수사권을 가진 것도 아닌 위원회가 어떻게 할 수 있다는 것인지, 당장 창업주 이병철의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노조는 안 된다’는 무노조경영의 유지를 손주 이재용이 이젠 흙이 들어갔으니 그 유지를 파묻고 유노조경영을 선언하도록 준법감시 활동을 통해 할 수 있다는 것인지, 대법관으로서 에버랜드 전환사채 무죄판결을 내릴 때와 달리 준법감시인으로서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서는 위법으로 판단할 것인지, 경영권 승계가 위태로워도 이재용과 삼성이 준법감시 활동을 용인할 것이라고 믿고서 하는 말인지, 나는 묻고 싶어진다. 정말로 믿고서 하는 말이라면, 나도 감히 믿고 싶다고 말하고 싶다. 삼성 노동자에게 노동자의 자유, 단결의 자유 행사는 무노조경영의 폐기 선언을 통해 비로소 온전히 보장될 수가 있고, 그 자유의 행사로 노조를 통한 자주적인 교섭과 투쟁으로 삼성 노동자는 사용자가 주는 것이 아닌 자신이 쟁취한 노동자권리를 확보할 수가 있다고, 나는 이렇게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를 말하고 싶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김기덕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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