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27대 임원선거가 1월21일 치러진다. 김만재-허권(위원장-사무총장) 후보조와 김동명-이동호 후보조가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2월부터 한국노총을 이끌게 될 임원들에게 바라는 점을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보내왔다. 선거 과정에서 소통과 토론이 활발해지길 기대하며 지면에 싣는다.<편집자>
 

▲ 권태훈 전태일50주기준비위원회 홍보위원 

한국노총 27대 임원선거가 한창이다. 노동조합에서 선거는 과거를 평가하고 미래를 계획하는 조직 내 민주주의의 축제지만, 한국노총의 이번 임원선거는 사뭇 분위기가 비장하다. 창립 이후 줄곧 유지해 오던 1노총 지위를 잃은 직후 조직 안팎으로 팽배한 위기감 속에 진행되는 임원선거니 분위가 무거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번 위기를 전 조직적 성찰과 변화와 혁신 계기로 삼는다면 한국노총은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나아가 정체된 노동운동에 돌파구를 여는 진원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조직의 명운이 걸린 변화와 혁신에 전태일 정신은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번 한국노총 임원선거에 출마한 1번 김만재-허권 후보조와 2번 김동명-이동호 후보조는 모두 ‘1노총 지위 회복’을 핵심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공약으로 기호 1번은 ‘모든 지역지부에 노동상담소 설치와 조직활동가 양성’을, 기호 2번은 ‘50명 조직활동가 양성과 한국노총 중앙이 주체가 되는 일반노조 건설’을 제시하고 있다. 노동상담소나 일반노조나 그동안 노동조합의 혜택을 받지 못한 미조직·비정규·영세 사업장 노동자들을 주된 대상으로 할 것이니 두 후보 모두 미조직·비정규 노동자를 조직하는 것을 1노총 지위 회복의 핵심 방안으로 제시한 셈이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현실화할 것인가’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전태일 정신이 꼭 필요하다.

전태일은 재단사였다. 일자리는 언제든 구할 수 있고, 몇 년 일하면 공장을 차릴 수도 있을 정도로 벌이도 괜찮은, 요즘으로 치면 정규직 노동자였다. 그러나 전태일은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데 몰두하지 않았다. 오히려 점심도 굶고 일하는 어린 여성노동자들에게 차비를 털어 풀빵을 사 주고, 자기 월급을 올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시다’들의 월급을 올리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그리고 결국 ‘마음의 고향’ ‘모든 나’라고 생각했던 그들을 위해 목숨까지 내놓았다.

자신보다 열악한 노동자들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고, 흔쾌히 자신의 것을 나누며, 최선을 다해 함께하는 마음이 바로 전태일 정신이다. 한국노총이 1노총 지위를 회복하기 위한 핵심과제로 미조직·비정규 노동자를 조직해야 한다면,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전태일 정신’이다.

단순히 조직 확대 수단으로 미조직·비정규 노동자들을 대한다면 이런 조직화 사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전태일의 진심을 담아 미조직·비정규 노동자들의 처지에 공감하고, 조직된 노동자의 기득권을 나누고, 마음을 다해 함께한다면 상담소를 통한 조직화도 일반노조를 통한 조직화도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다행히 한국노총에는 전태일 정신을 몸소 보여 준 훌륭한 선배 운동가가 있다. 바로 특수고용 노동자를 위해 목숨을 바친 김태환 열사다. 전태일과 김태환 열사처럼 ‘내가 아닌 모든 나’, 더 어려운 이웃 노동자들에게 헌신하는 정신이 지금 한국노총에 가장 필요한 정신이다.

여기에 하나의 바람을 덧붙이고 싶다. 이소선 어머니께서는 생전에 항상 양대 노총을 향해 “하나가 돼라”고 하셨다. 그나마 힘이 없는 노동자들이 갈라져 있으니 하나가 돼야 한다는 것이고, 하나가 돼야 이길 수 있다는 말씀이다. 이소선 어머니의 말씀처럼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키는 투쟁에서는 양대 노총이 흔쾌히 동지로서 하나가 되기를 바란다. 그러면서도 비정규 노동자·미조직 노동자와 연대하고 조직하는 일에서는 양대 노총이 선의의 경쟁을 하면 좋겠다.

올해는 전태일 50주기다. 전태일재단에서는 한국노총을 포함한 노동·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전태일 50주기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전태일의 외침을 오늘에 이어 4인 이하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는 운동, 비정규직·미조직·청년 등 권리 사각지대에 방치된 노동자들을 위한 풀빵연대운동, 전태일을 더 널리 알리기 위한 애니메이션 영화 <태일이> 제작 관람운동 등 전태일 정신을 계승하고 기억하기 위한 많은 사업들을 계획하고 있다.

전태일 50주기를 맞아 전태일 정신으로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한국노총이 전태일 50주기 사업에 더 주체적이고 적극적으로 나서 주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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